오늘(26일) 진행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강경 '친중국파'인 캐리 람(59· 여) 전 정무사장(총리격)이 최종 개표 결과 777표를 얻어 당선됐습니다.
홍콩 최고지도자인 행정장관직을 여성이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임기는 오는 7월 1일부터 5년이고, 선거를 통해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합니다.
오늘 오전 9시부터 두시간 동안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람 당선인은 당선 요건인, 선거인단 법정인원 수 1천200명(현 재적인원 1천194명)의 과반수, 601표보다 176표나 많은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민주파’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존 창 전 재정사장(재무장관격)은 365표, 우궉힝 전 고등법원 판사는 21표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람 당선인이 새 행정장관에 당선됨에 따라, 홍콩의 독립을 요구하는 세력을 포함한 ‘민주파’ 진영의 반대 시위와 반 중국 움직임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캐리 람 당선인은 강경한 친 중국 성향의 여성 정치인으로, '우산혁명'이라고 불리는 2014년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켜 중국 당국의 눈에 들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홍콩을 담당· 관리하는 인물인 장더장 전국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얼마전 선전에서 ‘친중파’ 홍콩 정· 재계 인사들과 만나 람 전 정무사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장 상무위원장은 람 전 정무사장에 대해 “풍부한 행정경험을 가졌고, 애국심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현지언론은 람 새 행정장관의 취임식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상 처음으로 참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람 당선인은 1957년 홍콩에서 태어나 홍콩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홍콩이 영국의 통치를 받던 1970년대 대학 재학시절에는 사회운동가로 활동했고, 중국 본토 칭화대와의 교류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인 적도 있으며, ‘민주파’ 인사들과 교류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람 당선인은 ‘친중국파’ 행정가로 변신했습니다. 1980년 공무원이 된 람 당선인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1997년)된 이후인 2000년 사회복지부 국장이 되면서 잇단 복지 축소 조치를 강행했습니니다. 2007년 개발부 장관 재임 시절엔 항구지역 재개발 사업을 맞아 주민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영국 통치를 상징하는 역사적 건축물인 ‘퀸스피어’ 철거를 강행해 '거친 전사'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영국 정부의 ‘철의 여인’으로 통하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빗대, ‘홍콩의 대처’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이후 2011년 뉴테리토리 지역에 횡행하던 불법 주택건축을 단속해 시민의 호응을 얻은 람 당선인은 이듬해 렁춘잉 행정장관 바로 밑에서 총리 역할을 하는 정무사장으로 선임됐습니다. 2013년부터 2년동안 정치개혁에 관한 태스크포스 책임자로 일하면서 2014년 ‘우산혁명’ 민주화 시위대에 강경하게 맞서, ‘민주파’ 세력의 비판 대상이 됐습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현지 최고 지도자인 행정장관은 2005년까지 둥젠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도널드 창이 맡았고, 2012년부터 직무를 수행중인 렁춘잉 행정장관은 3대 째입니다. 중국정부의 신임이 두터운 렁 행정장관은 이번 행정장관선거에서 재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불출마를 선언한 뒤, 지난주 베이징에서 막을 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제12기 전국위원회 부주석에 당선됐습니다.
한편 홍콩의 민주화 운동 세력은 오늘 선거인단이 모여 행정장관 선출 투표를 진행한 컨벤션센터 앞에서, 간선제로 진행된 이번 선거가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세우는 형식적인 절차였다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2014년 '우산혁명' 지도자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시위 현장에서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선거(election)가 아니라 선발(selection)이었다"면서 "홍콩 시민들이 아니라 시진핑이 (행정장관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