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됐습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오늘(10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박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2월 9일 한국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92일 만에 대통령 파면이라는 선고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선고 내용입니다.
[녹취: 이정미 재판소장 권한대행/ 한국 헌법재판소]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
한국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을 허용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공무상 비밀이 담긴 자료를 최 씨에게 전달해 내용을 수정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하게 했습니다.
또 최 씨로부터 공직후보자 추천을 받기도 했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이권 추구를 도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에게 486억원, 미화로 약 4천200만 달러를 출연 받아 재단을 설립한 뒤 최 씨와 함께 운영에 대한 의사집행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위가 최 씨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대의민주제의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정미 권한대행/ 헌법재판소]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헌재는 다만 문화체육관광부 간부의 좌천 인사와 언론 개입은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사고 당일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헌정사에서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회부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두 번째이지만 현직 대통령으로서 파면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한국에서 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을 지켜본 탈북민단체 북한개발연구소 김병욱 소장의 소감입니다.
[김병욱 소장/ 북한개발연구소] “이번 탄핵 인용 같은 건 헌법적 가치 흔드는 것은 용납 못 된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준 것 같아요. 북한에서 같으면 소위 북한 당국이 ‘인민위천, 인민이 하느님이다’ 이렇게 자꾸 떠드는데, 실제로 보면 그걸 실천한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해 직무정지 상태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당분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끌며, 다음 대통령 선거는 오는 5월 초쯤 실시될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