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들이 한국의 시위 장면을 보도하면서, 화면에 드러난 서울 시내 고층건물을 감추는 편집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발전상을 숨기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종의 역효과를 우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의 지난 18일 대담프로그램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정권 퇴진 시위가 주제였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서울에서만도 60만여 명이 촛불집회와 시위 투쟁을 벌였습니다. (여자 진행자) 네. 이날의 투쟁은 세월호 참사 1천일을 앞두고 벌어지는 데 맞게,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이런 주제로 진행됐다고 하지 않습니까?”
출연자 두 명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약 10분 길이의 이 프로그램은 중간중간 한국의 시위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약 20장의 사진 중 4개의 배경 부분에 일명 모자이크라고 불리는, 사진을 알아볼 수 없게 여러 네모 모양을 겹쳐놓은 듯한 편집효과가 입혀져 있습니다.
모두 고층건물이 있어야 할 자리지만, 편집으로 지워진 겁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매주 토요일, 서울의 중심부인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위 장소인 광화문 광장 일대는 한국 정부의 세종로청사 건물과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한국의 언론사와 대기업 등이 보유한 수 십 층 높이의 건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북한의 대담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7일 방영 분에서도 광화문 일대 고층건물을 비롯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 등에도 모자이크 편집을 했습니다.
그밖에 `노동신문’ 등 다른 북한 매체들도 시위 장면과 관련된 사진을 보도할 땐, 주변 건물이 잘 보이지 않도록 인물로만 꽉 찬 사진을 쓰는 모습이 관측됐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한국의 발전상을 주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대적인 시위 보도를 통해 북한의 체제 안정성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겠지만, 반면에 발전된 서울의 모습이 자칫 북한 주민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탈북자들과 미국의 북한인권 전문가들은 지난해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시위 장면이 뜻하지 않게 북한 주민들이 민주화되고 현대화된 한국사회를 엿보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마영애 씨입니다.
[녹취: 마영애 씨] “저 나라에는 시위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 다 볼 수 있고… 일단은 (한국에) 거지가 많고, 아주 못사는 나라라고 했는데, 그 때 시위를 보면 서울시가 아주 웅장하고.”
또 다른 탈북자인 데이비드 김 씨는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을 정도로 자유가 보장된 곳에 대한 부러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김 씨] “북한 정부에서는 (한국을) 썩어빠진 자본주의사회, 그런 교육으로 큰 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자유스러우면 저렇게 대통령을 내리 끌어내릴 수 있나. 얼마나 제대로 됐으면, 북한은 대통령이 안 바뀌는데 (한국은) 수시로 바뀌잖아요. 5년에 한 번씩. 그걸 보면 굉장히 부럽죠. 야. 그런 곳에서 살아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죠.”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