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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가공산업 경쟁력 없어 지하자원 헐값에 중국 수출”


지난해 3월 북중 접경지역인 북한 신의주 압록강변에 알루미나 포대가 쌓여있다.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모습. (자료사진)
지난해 3월 북중 접경지역인 북한 신의주 압록강변에 알루미나 포대가 쌓여있다.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모습. (자료사진)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이 가공산업의 경쟁력 부재로 해외에 헐값에 팔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만약 지하자원의 가공 처리가 가능해진다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자원연구소는 18일 ‘북한 지하자원 가공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에 많은 양의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지만 가공산업 시설이 노후한 데다 전력 부족 등의 한계로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하자원은 채굴된 상태로 이용되거나 가공을 거쳐 상품화되는데 채굴된 상태로 상품화되는 광석은 석탄이 대표적이며 동, 아연 등 대부분의 금속광물은 가공 처리가 필요합니다.

보고서는 지하자원 가공은 광산 현지에서 이뤄지는 1차 가공과 1차 가공상품을 재처리하는 2차 가공산업, 최종 수요처에서 처리하는 3~4차 가공산업 등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미국지질조사국, USGS 자료 등을 인용해 북한에서 생산되는 연과 아연, 동, 마그네사이트의 1차 지하자원의 가공산업 평균 가동률은 28%, 연과 아연, 동의 2차 가공산업 평균 가동률은 17%로 추정했습니다.

이처럼 가공산업 경쟁력이 미비한 북한은 연과 아연, 동 3개 품목에서만 연간 최대 2억 5천 8백만 달러의 수출 손실액을 내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북한이 2차 가공제품보다 부가가치가 낮은 1차 가공제품을 수출해 큰 외화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만약 가공 경쟁력을 갖춘다면 그만큼 수출단가가 높아지고 북한으로서는 상당히 많은 외화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자원연구소 최경수 소장입니다.

[녹취: 최경수 소장 / 북한자원연구소] “(북한이) 2차 가공을 할 수 있는 장비 및 시설이 굉장히 낙후돼서 가동률이 낮잖아요. 생산을 못한다는 거잖아요. 100t을 생산할 수 있는데 가동률이 15% 되면 15t 뿐이 못하잖아요. 그만큼 가동률이 낮다는 것은 가공설비가 노후화되고 시설이 안 좋다는 거죠. 그리고 전력이 제대로 공급 안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생산을 못하고 있는 거죠.”

이런 여건에 따라 북한 지하자원의 대중 수출단가도 대부분 국제가격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에서 1차 가공품인 아연 정광의 수출가격은 국제가격의 56%에 불과했으며 동은 24%, 마그네사이트는 42%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중 수출이 전부인 상황에서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산둥성 린이의 철강 공장. 산둥성은 중국 내 북한산 무연탄 수입 1위 지역으로, 수입한 무연탄은 철강 공장 등에서 주로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사진)
중국 산둥성 린이의 철강 공장. 산둥성은 중국 내 북한산 무연탄 수입 1위 지역으로, 수입한 무연탄은 철강 공장 등에서 주로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사진)

이와 달리 2차 가공품은 국제가격에 거의 근접하거나 오히려 비싼 값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아연괴는 국제가격의 89%, 연괴는 119%, 동괴는 99% 수준에서 수출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지하자원 사업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매장량이 풍부한 연과 아연, 마그네사이트, 흑연, 규석, 희토류 등 광물 자원을 가공해 수출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 학보'는 지난해 12월 10일 발행된 2016년 4호 논문에서 연과 아연 등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가공해 수출하는 방안을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은 북한에서 지하자원의 원활한 가공이 가능해진다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최경수 소장 / 북한자원연구소] “다른 나라에 팔면 아무래도 시장이 많아지면 같은 제품이어도 비싸게 팔 수도 있겠죠, 경쟁이 되니까. 그런데 유엔 제재가 있기 때문에 판매도 못하고 판매해도 중국시장이 일변도이기 때문에 수출경쟁력도 없는 거죠. 중국에 못 팔면 다른 나라에 팔 수가 없으니까…”

최경수 소장은 아울러 북한이 지하자원의 원료 수출에서 가공수출로 정책을 전환하려면 북한 내 가공시설의 현대화가 급선무라며 외국의 가공기술 도입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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