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는 오늘(9일)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태’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시켰습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모든 직무는 정지됐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체제로 국정을 총괄하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이 공동 발의한 탄핵안이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가결 처리됐다고 선포했습니다.
[녹취: 정세균 한국 국회의장] “투표수 299표 중 가 234표, 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써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가결은 최순실 등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이들의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40여일 만에 이뤄진 겁니다.
한국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지난 2004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또 대한민국 68년 헌정사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거나 유고 상황이 발생한 것은 4·19 혁명과 5·16 군사쿠데타, 그리고 12·12 사태와 노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탄핵안 통과 이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소추위원’ 자격으로 탄핵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법재판소와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와 동시에 국정운영은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대행체제로 전환됐습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지금의 혼란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근혜 한국 대통령]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가 모두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되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박 대통령은 권한정지 이후 향후 행보와 관련해선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특별검사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가결에 이어 탄핵 여부의 마지막 절차인 헌법재판소 결정은 최장 180일 이내에 내려지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 공백 장기화에 따른 부담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두 세 달 안에 최종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경우 소추 내용이 비교적 간단해 63일 만에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 가결 결정을 받아들이면 박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기각할 경우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고 박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합니다.
한편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 총리는 국군통수권과 계엄선포권, 조약 체결과 비준권 등 헌법과 법률상의 모든 권리를 위임 받아 국정 전반을 총괄하게 됩니다.
황 총리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이 국내혼란을 조성하고 도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군이 비상한 각오로 임무수행에 만전을 기하고 감시와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한 장관은 이에 따라 전군에 감시와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전군 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국방부는 미-한 군 당국이 대북 정찰기와 무인정찰기 등 연합 감시자산을 추가로 운영하고 북한 군 도발 징후를 조기에 식별해 현장에서 응징할 수 있도록 부대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전세계 한국 대사관과 총영사관에 전보를 발송해 주재국에 한국의 외교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알릴 것을 당부했습니다.
통일부도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대북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하면서 주요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