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의 전략군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북한 전략군의 역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전략군은 핵미사일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새 제재가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는 8일 미 행정명령 13382호에 근거해 북한 전략군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행정명령13382호는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 주체와 지원자들의 자산 이전을 차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전략군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활동에 기여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전략군은 장거리 미사일 등 모든 미사일 발사체를 지휘,통제하는 사령탑으로 육.해.공군과 함께 북한의 4군 체제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략군의 모체는 북한이 지난 2000년대 초반 미사일 부대 지휘 체계를 통합한 미사일지도국 입니다.
미사일지도국은 개설 이후 북한의 탄도 미사일 개발을 적극 주도했습니다. 이후 김정은 정권이 출범하면서 전략로켓군으로 확대 개편됐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주년 연설에서 개편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녹취: 김정은 제1위원장] “영명한 조선인민군 육 해 공군 및 전략로켓군 장병들과 조선인민 내무 장병들….”
당시 별 하나였던 김락겸 소장은 중장(별 두 개)으로 승진돼 전략로켓군 초대 사령관에 임명됐습니다.
전략로켓군은 이후 김락겸의 주도로 중,장거리 미사일을 정밀화.고도화 하는데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KN-08) 등 여러 전략 미사일을 거의 완성 단계까지 끌어 올리는가 하면 최근에는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군 당국자들은 북한의 이런 전략 미사일 개발을 우려해왔습니다.
윌리엄 고트니 미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관 입니다.
[녹취: 고트니 사령관] “Our assessment is that they have the ability to put it on a nuclea weapon on a KN-08 and shoot it at the homeland……”
고트니 사령관은 지난 4월 “북한이 핵탄두를 이동식대륙간 탄도미사일 KN-08에 장착해 미 본토로 발사할 능력이 있다는 게 미군의 평가”라고 말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라면서도 기술이 상당히 진전됐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 최고 수뇌부는 이런 전략 미사일 개발 진전에 고무돼 2014년 초 전략로켓군을 2년 여 만에 다시 전략군으로 확대 개편해 육.해.공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전략군의 변화와 위상을 과시하듯 북한 지도부는 지난해 3월 전략군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처음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의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의 정정당당한 로케트 발사 훈련에 대하여 도발이요 위협이요 하면서 함부로 떠들지 말아야 한다…”
전략군 사령탑인 김락겸은 전략군 개편과 함께 상장으로 승진했고 최근에는 다시 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략군의 위상이 계속 높아지는 배경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있다는 게 미국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기존의 재래식 전력으로는 미.한 연합군에 상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핵.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4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 정권이 비대칭 전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캐퍼로티 사령관] “In recent years, North Korea has aggressively developed and utilize asymmetric capabilities……”
북한이 김씨 정권의 생존 전략으로 최근 몇 년 동안 비대칭 전력을 적극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사이버전과 핵무기, 탄도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 정부가 미사일 개발의 사령탑인 전략군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미사일 개발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됩니다.
국무부는 북한 전략군이 지난해 스커드급 단거리 미사일 2발과 중거리 노동미사일 2발, 탄도 미사일 1발을 각각 발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 위반이자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미국과 한국,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만나 북한의 탄도 미사일 등 전략적 도발 억제를 위해 공동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가 북한정권의 핵능력 고도화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압박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의 브래드 글로서먼 국장입니다.
[녹취: 글로서먼 국장] “Most directly related to the offensive behavior….”
글로서면 국장은 9일 ‘VOA’에 “제재가 북한 정권의 공격적 행동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미 동맹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9일 ‘VOA’에 “제재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도발 억제 효과 뿐아니라 북한 정권의 불법 금융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의 전략군이 이미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유엔안보리 결의를 여러 번 위반했다는 것을 오바마 행정부가 알면서도 이제 제재를 가한 것은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Why wait until now. Clearly the Strategic Rocket Forces are….”
클링너 연구원은 이번 전략군 제재 지정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가할 분야가 아직 많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반대로 추가 제재와 이행에 어려움이 많은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존하기 보다 미 정부가 추가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