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십자 대표단이 오는 4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합니다. 남북한이 당국회담에 합의하는 등 대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회동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오는 4일부터 1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적십자사 국제회의에 김성주 총재와 강호권 사무총장 등 대표단이 참석한다고 2일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백용호 집행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적십자사 대표단이 이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남북한 사이에 대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시점에서 양측 적십자 대표들의 회동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국제회의에선 제20차 국제적십자사연맹 총회와 180여 개국 적십자사 2015년 대표자 회의, 그리고 제32차 국제적십자회의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적십자 대표 간 별도 회동 일정이 잡힌 것은 없지만 대표자 회의 등에서 조우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는 11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인 차관급 당국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양측 대표단이 국제회의에 나란히 참석하는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접촉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만남이 이뤄질 경우 이산가족 상봉 문제나 한국 측의 대북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이에 앞서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적십자 국제회의에 참석해 국제적십자사연맹 주도의 대북 지원 공조체계인 ‘협력합의전략’(CAS)에 아시아 적십자사들과 함께 대한적십자사도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유럽 국가 위주로 참여했던 협력합의전략은 국제적십자사연맹이 주요 지원국 적십자사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북한 적십자사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컨소시엄 형태의 대북 지원체계입니다.
또 김 총재는 국제적십자사연맹이 올해부터 북한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하는 ‘마을단위 통합지원’체계와 의약품 지원사업에 참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앞서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9월 국회 국정감사의 주요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미화 34만 달러 규모의 마을단위 통합지원 사업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양측 대표가 만날 경우 이 사업의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간 대화 국면을 감안했을 때 이번 회의 기간 중 양측 대표단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에 만나서 최근 남북관계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적십자 현안을 논의할 수도 있고 논의를 직접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간접 형태의 국제 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이 이뤄지면 당국 간 대화나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 측은 생사 확인과 정례화 등에 적극적인 반면 북한 측이 소극적이어서 구체적인 논의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남북 적십자사는 지난 9월7일 실무접촉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기로 합의했고, 이에 따라 지난달 말 금강산 면회소 등에서 상봉 행사가 열렸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