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최룡해 비서가 리을설 인민군 원수의 사망에 따른 장의위원회 위원 명단에서 빠져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최 비서가 현직에서 쫓겨났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등은 8일 리을설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장의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위원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위원 명단엔 김 제1위원장을 비롯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기남 최태복 당 비서, 그리고 박영식 인민무력부장과 리영길 총참모장 등 171명의 당과 정 군 고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명단은 통상 북한의 핵심 실세들이 총 망라돼 폐쇄적인 북한 권력층 내부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쓰여 왔습니다.
하지만 최룡해 당 비서는 이번 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이 때문에 최 비서의 신상에 심상치 않은 변동이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최 비서의 공식 행적은 지난달 3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내년 5월로 예정된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역사적 대회합이라고 강조한 글이 실린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 비서가 명단에서 제외된 배경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기존 전례를 비춰봤을 땐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확인하고 있는 중입니다.”
북한 권력층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한국의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최 비서가 공직에서 쫓겨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박사는 망자에게 조의를 표하는 형식인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명단은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빠질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최 비서의 실각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북한이 발표하는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는 핵심 파워엘리트들이 전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최룡해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비서직이라는 핵심 직책에서 해임되지 않고서는 그의 이름에 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질 수가 없습니다.”
정 박사는 최근 `노동신문'에 최 비서의 글이 실렸다는 점에서 이달 초 개인 비리나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불경죄 등 심각한 사건에 연루돼 해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항일 빨치산 최현의 아들로 북한 권력층에서 빨치산 후손을 대표하며 정치적 상징성이 컸던 최 비서가 공식 절차 없이 숙청까지 되긴 힘들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비서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근로단체 분야 또는 정치국 위원으로서 업무 소홀이나 실수 때문에 당분간 공식 활동을 금지 당한 것일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최룡해와 같은 정치적으로 비중이 있는 인물을 철직을 하거나 숙청을 하려면 그에 합당한 절차적 과정이 필요하고 그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정치국 회의나 결정서와 같은 것들이 발표돼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게 공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신중하게 봐야 할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에선 최 비서와 같이 항일 빨치산 2세인 오일정 당 중앙위원회 군사부장도 이번 위원명단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항일 빨치산 후손 그룹에 대한 조직적인 제거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정성장 박사는 최 비서의 실각이 확인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며, 김 제1위원장의 친정체제를 한층 더 공고화하기 위한 후속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