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교화소 당국자들을 내세워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미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체를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증인들과 증거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3일 미국의 친북매체인 ‘민족통신’을 통해,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부정했습니다.
북한 인민보안부 교화국 당국자들은 이 매체와의 대담에서, 북한에는 죄 지은 사람들을 교양하는 교화소만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5월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 UPR 심사 때도 북한에는 정치범 수용소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리경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법제부장입니다.
[녹취: 리경훈 법제부장] “우리나라에는 일부에서 운운하는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그 같은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커비 위원장] "Satellite images show prison camps…"
위성사진들을 통해 정치범 수용소 위치가 파악됐고, 수용소 상황을 증언한 전직 경비병과 수감자, 수용소 인근 거주자들의 증언이 있었다는 겁니다.
COI는 북한이 4 개의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 8만 명에서 12만 명의 정치범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는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에 14호 개천관리소, 15호 요덕관리소, 16호 명간 (화성)관리소, 25호 청진관리소 등 4 개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해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국제 인권 관련 정보를 총괄하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의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 6 곳의 정보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 웹사이트는 북한 내 6 곳의 정치범 수용소에 8만 명에서 12만 명의 정치범과 그 가족들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들 정치범 수용소에서 기아와 강제노동, 처형, 고문, 성폭행, 영유아 살해가 빈번히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광일 북한 정치범 수용소 피해자가족협회 대표는 지난 3월 북한 반인도범죄 철폐 국제연대가 제작한 동영상에서,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북한 당국에, 자신이 수감됐던 요덕관리소는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제가 수감됐던 함경남도 요덕군 구음리, 서림천리에 있던 시설은 무슨 시설입니까? 그리고 저와 함께 했던 여러 수감자들의 3년 간의 수감생활을 무엇으로 보상할 겁니까?”
제22호 회령관리소 간수 출신의 탈북자 안명철 씨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부시센터’가 제작한 동영상에서 북한 정권이 체제유지를 위해 정치범 수용소를 설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명철 탈북자] “그 때 당시 김일성의 교시가 있었어요. 정치범들은 3대를 멸하라는 교시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가족까지 3대 전체를 잡아들이라는 김일성의 교시가 진행이 됐기 때문에 가족까지 다 잡혀 들어오게 됐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에 즉각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9월 유엔 인권이사회 당시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말입니다.
[녹취: 킹 특사] "We join the Commission of inquiry ….".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인정한 뒤 모든 시설을 해체하고 정치범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북한이 감출 게 없다면 유엔을 비롯한 인권 감시단체들에 수용소를 즉각 개방해 북한 측 주장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