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보복 위협에도 한국의 탈북자 단체가 어제 (21일) 전단 살포를 강행한 가운데, 북한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탈북자 단체들은 앞으로도 계속 전단을 보낸다는 방침이어서 남북 간 긴장국면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탈북 단체 회원들이 지난 21일 북한에 보낸 전단 20만 장에는 북한의 3대 세습과 경제난을 비난하면서,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입니다.
[녹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김씨 왕조 세습독재로부터 당신들이 자유해방에 승리하는 날까지 모든 것을 다해 투쟁할 것입니다.”
박 대표는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누릴 때까지 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행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 여 온 한국 정부는 이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임병철 대변인] “전단 살포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추진할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전단 살포는 노골적 적대행위라며 도발 원점을 초토화 하겠다고 위협했고, 전단 살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주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단 살포 중단 없이는 한국 정부가 제안한 고위급 접촉도 없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한국의 청와대 앞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텔레비전'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 “일단 삐라 살포가 개시되면 우리 역시 심리모략전의 '도발 원점과 그 지원 및 지휘세력'을 즉시에 초토화해 버리기로 결심한 상태임을 숨기지 않는다.”
아직까지 북한의 도발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전단 살포 중단을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만큼, 당분간 남북대화 국면이 조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실제로 군사 도발을 감행하지는 않더라도, 전단 살포를 구실로 대남 비난 공세를 이어가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 2012년 10월 북한 군 서부전선사령부가 전단 살포 지점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북한은 과거에도 전단 살포에 무력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도발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한국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전단 살포 중단 문제를 북한이 들고 나온 것은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한국 측에 돌리면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기간 만이라도 민간단체가 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 내에서 나왔습니다.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함께 참여하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기간만이라도 전단 살포를 자제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 위원장은 북한 역시 전단 살포를 북한에 대한 도발로 간주하고 포격 위협을 가하는 것은 비판 받을 일이라고 지적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