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 오늘은 미국 50개 주를 구석구석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조상진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요?
기자) 오늘은 미국 본토의 남동쪽 끝으로 가보겠습니다. 일 년 내내 따뜻한 햇살과 야자수,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곳, 바로 플로리다주입니다.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라는 별명처럼 미국을 대표하는 휴양지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미국의 다른 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역사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데요. 오늘 1부에서는 스페인 탐험가들이 찾아왔던 500여 년 전의 역사부터 광활한 습지 에버글레이즈, 바다 위로 이어지는 플로리다키스(Florida Keys)까지 플로리다의 이야기를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플로리다 하면 마이애미나 올랜도 같은 도시부터 생각하게 되는데, 역사를 따져보면 미국에서도 유럽과 굉장히 일찍 접촉한 지역 가운데 하나죠?
기자) 그렇습니다. 기록상 플로리다에 도착한 최초의 유럽 탐험대는 1513년 스페인의 후안 폰세 데 레온이 이끈 원정대였습니다. 폰세 데 레온은 지금의 플로리다 북동부 해안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도착 시기가 스페인의 부활절 축제 기간이었기 때문에 이 땅을 ‘꽃이 만발한 땅’이라는 의미를 담아 '라 플로리다(La Florida)'라고 불렀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지금의 '플로리다'라는 이름이 시작됐습니다. 물론 유럽인들이 오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는 다양한 원주민 공동체가 살고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플로리다'라는 이름 자체가 스페인어에서 나온 거군요. 그런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도 플로리다에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세인트오거스틴입니다. 스페인이 1565년 이곳에 정착지를 세웠는데요. 오늘날 미국 본토에서 유럽인이 세운 뒤 계속 사람이 거주해온 가장 오래된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를 걸어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국 도시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남은 건물과 좁은 거리, 오래된 요새를 볼 수 있는데요. 플로리다가 미국의 주가 되기 거의 300년 전부터 유럽인들의 정착 역사가 시작됐던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플로리다는 처음부터 미국 땅이 아니었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랜 기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고, 18세기에는 잠시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가 다시 스페인령이 되는 등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1819년 미국과 스페인이 맺은 애덤스-오니스 조약에 따라 스페인이 플로리다를 미국에 넘겼고, 1821년 실제 영토 이양이 이뤄졌습니다. 이후 미국 영토가 된 플로리다는 1845년 미국의 27번째 주가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영토가 되는 과정에서 플로리다 원주민들과의 충돌도 상당히 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플로리다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세미놀족입니다. 플로리다가 미국 영토가 된 뒤 미국 정부가 원주민들을 서부로 이주시키려 하면서 충돌이 격화됐는데요. 특히 1835년부터 1842년까지 이어진 2차 세미놀 전쟁은 미국 정부와 원주민 사이에 벌어진 가장 치열하고 비용이 많이 든 전쟁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미군의 추격을 피해 일부 세미놀족은 남부의 에버글레이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고, 결국 플로리다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플로리다의 세미놀족은 스스로를 '정복되지 않은 사람들(Unconquered Peopl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 에버글레이즈가 지금은 플로리다를 대표하는 자연환경이 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플로리다 남부에 펼쳐진 에버글레이즈는 흔히 '늪'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은 물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거대한 습지 생태계에 가깝습니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만 해도 약 150만 에이커(6천100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습지와 숲, 해양 환경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미에서 온대와 아열대 생물이 만나는 독특한 지역으로, 악어와 매너티, 다양한 물새 등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에버글레이즈를 북미 대륙의 유일한 아열대 자연보호지역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플로리다 하면 악어도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앨리게이터뿐 아니라 크로커다일도 산다고 하던데, 둘 다 악어이긴 하잖아요?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기자) 둘 다 흔히 '악어'라고 부르지만 서로 다른 종류입니다. 가장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주둥이 모양인데요. 앨리게이터는 주둥이가 넓고 둥근 U자 모양인 반면, 크로커다일은 좀 더 길고 뾰족한 V자 모양입니다. 입을 다물었을 때도 차이가 있습니다. 앨리게이터는 아래턱의 이빨이 대부분 보이지 않지만, 크로커다일은 아래턱의 큰 네 번째 이빨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사는 환경도 조금 다른데요. 앨리게이터는 주로 호수나 강, 늪 같은 민물 환경을 좋아하는 반면, 크로커다일은 염분을 견디는 능력이 더 뛰어나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해안과 맹그로브 지역에서도 살아갑니다. 특히 플로리다 남부는 미국에서 야생 아메리칸 앨리게이터와 아메리칸 크로커다일을 모두 볼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인데요. 에버글레이즈처럼 민물과 바닷물 생태계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 두 종류의 악어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도 플로리다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보여주는 상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자) 지도를 보면 플로리다 자체가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반도인데, 그 끝에서도 섬들이 계속 이어지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플로리다키스(Florida Keys)'입니다. 플로리다 남쪽 끝에서 바다를 따라 길게 이어진 섬들인데요. 이 섬들을 연결해 키웨스트까지 이어지는 도로가 유명한 '오버시스 하이웨이(Overseas Highway)'입니다. 키라르고에서 키웨스트까지 약 180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40개가 넘는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요, 양옆으로 바다가 펼쳐지기 때문에 말 그대로 '바다 위를 달리는 고속도로'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진행자) 어떻게 이런 섬들을 연결할 생각을 했을까요?
기자) 재미있게도 처음부터 자동차 도로였던 건 아닙니다. 미국의 철도 사업가 헨리 플래글러가 20세기 초 플로리다 본토에서 키웨스트까지 철도를 건설하기 시작했고, 1912년 마침내 열차가 키웨스트까지 들어갔습니다. 당시로서는 바다 한가운데 섬과 섬을 철교로 연결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이었는데요. 하지만 1935년 강력한 허리케인이 철도의 상당 부분을 파괴했습니다. 이후 기존 철교 일부를 활용해 자동차 도로를 만들었고, 1938년 오버시스 하이웨이가 개통됐습니다. 지금도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옛 철도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게 계속 남쪽으로 가면 마지막에 나오는 곳이 키웨스트죠?
기자) 그렇습니다. 키웨스트는 미국 본토와 도로로 연결된 최남단 지역으로 유명한데요. 지리적으로 보면 마이애미보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카리브해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문화가 형성됐고요.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0년대 이곳에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지금도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이 남아 있어서 키웨스트를 대표하는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렇게 따뜻하고 바다에 둘러싸인 환경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겠죠. 플로리다 하면 허리케인도 빼놓을 수 없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플로리다는 대서양과 멕시코만 사이에 길게 뻗어 있기 때문에 열대성 폭풍과 허리케인의 영향을 자주 받습니다. 그래서 허리케인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플로리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도시 건설에도 영향을 줬는데요. 건축 기준부터 주택 보험, 대피 계획까지 허리케인에 대비하는 것이 일상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플로리다키스 철도를 무너뜨린 것도 1935년의 강력한 허리케인이었습니다.
진행자: 네, 지금까지 '선샤인 스테이트' 플로리다의 첫 번째 이야기, 조상진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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