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주목한 첫 단서는 공개 사진 속 원심분리기 배열과 시설 구조입니다.
“28개 캐스케이드 식별…원심분리기 4,600기 규모”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교수는 공개된 사진 속 시설 구조와 원심분리기 규모를 근거로, 이 시설이 영변의 신규 농축공장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루이스 교수는 VOA에 “우리는 이제 이것이 영변의 새 농축공장이라는 점을 상당히 확신하고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한 사진에서 28개의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를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약 4,600기의 원심분리기에 해당하며, 북한이 지난 5년간 농축 능력을 두 배로 늘렸다고 주장해 온 내용과도 부합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교수] “We're now fairly confident this is the new enrichment plant at Yongbyon, and in the images Kim released we can make out 28 cascades — on the order of 4,600 centrifuges. That makes good on his boast that they've doubled their enrichment capacity over the past five years.”
앞서 북한은 지난달 4일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새 핵물질 생산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설의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사진 속 시설의 내부 구조와 배치가 영변에서 감시해 온 신축 건물과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024년 9월과 2025년 1월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를 기존 시설이 아니라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공장으로 명시했고, IAEA도 영변 새 건물과의 일치성을 언급했습니다.
루이스 교수는 북한이 공개한 세 시설의 표현 차이도 주목했습니다. 그는 “강선과 기존 영변 홀, 그리고 이 새 건물은 모두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로 묘사됐지만, 오직 강선 시설만 무기급 우라늄 공장으로 불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교수] “All three plants — Kangson, the old Yongbyon hall, and this new building were described as producing weapons-grade nuclear material, but only Kangson was called a weapons-grade uranium plant. That suggests some of this separative work may be to produce low-enriched uranium to fuel the experimental light water reactor, which can in turn produce plutonium for weapons.”
루이스 교수는 일부 분리작업이 실험용 경수로 연료용 저농축우라늄 생산에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경수로 연료는 다시 무기용 플루토늄 생산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가동 중이거나 곧 가동될 시설”
영국 군축·검증 전문기관 버틱(VERTIC)의 그랜트 크리스토퍼 검증·감시 프로그램 공동국장은 북한이 공개한 장비와 배관, 계측장비가 우라늄 농축공장의 특징과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크리스토퍼 국장은 “북한이 보여준 것은 가동 중이거나 곧 가동될 시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랜트 크리스토퍼 / 버틱 검증·감시 프로그램 공동국장] “What they showed is an operating or soon to be operating facility.”
크리스토퍼 국장은 북한이 원심분리기와 농축시설 운전에 필요한 핵심 자재를 얼마나 쉽게 확보하는지, 제재와 수출통제가 실제 생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일부를 과시 목적으로 보여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지만, 매우 사실적인 가짜 농축공장을 만들려면 실제 공장에 가까운 노력과 기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설 구조에 대해서는 새 공장이 2개 층으로 이뤄졌고, 두 층 모두 강선 주홀(Main Hall)과 매우 유사한 배치를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두 홀 모두 기존 배치보다 한 열이 더 늘어난 일곱 번째 원심분리기 열이 추가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랜트 크리스토퍼 / 버틱 검증·감시 프로그램 공동국장] “The new plant has two floors with both having a very similar layout to the Kangson Main Hall, but they have added another (7th) column of centrifuges in both halls. In the new facility we saw more of the hall with the white ceiling, (the probable upper hall in a two-floor structure), but we saw less of the hall with the black ceiling (the probable lower hall). Even though we see less of the lower hall we expect that when fully operational it will have the same structure we see in the upper hall.”
흰색 천장의 홀은 복층 구조의 상층부, 검은색 천장의 홀은 하층부일 가능성이 있으며, 완전 가동 시 두 층이 유사한 구조를 갖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버틱의 분석을 인용해 새 영변 시설이 완전 가동될 경우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이 최대 75% 확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9,000기 이상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될 수 있으며, 연간 약 160kg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습니다.
“기술 확장이자 의도적 신호…5년간 농축능력 확대 중 최대 단계”
새 시설이 영변 핵단지 안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번 공개는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선 의미를 지닙니다. 북한이 외부 감시가 가능한 대표적 핵단지 안에서 농축능력 확대 정황을 드러낸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토퍼 국장은 새 시설의 성격을 “기술적 확장이자 의도적 신호”로 규정했습니다.
[그랜트 크리스토퍼 / 버틱 검증·감시 프로그램 공동국장] “both a technical expansion and deliberate signal.”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ONN)의 신재우 선임분석가도 VOA에 영변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여러 단서를 제시했습니다. 신 분석가는 해당 건물이 “위치와 치수, 건설 시기, 초기 냉각·시운전 관련 징후, 기존 농축 인프라와의 유사성” 때문에 이미 후보지로 식별돼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재우 /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 선임분석가] “location, dimensions, construction timeline, initial cooling/commissioning indicators, and similarity to known enrichment infrastructure.”
사진 속 두 개의 서로 다른 홀 모습, 영변 후보 시설과 부합하는 치수, 캐스케이드 번호, 건설 단계 위성사진에서 보였던 중앙 지지기둥도 중요한 식별 근거로 꼽았습니다.
신 분석가는 이 시설을 “지난 5년 동안 북한의 빠른 농축능력 확대에서 가장 큰 단계”라고 평가했습니다.
[신재우 /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 선임분석가] “This is the largest step in North Korea’s rapid enrichment expansion over the past five years.”
다만 공개된 사진만으로 모든 이미지가 동일한 영변 건물 내부에서 촬영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공개자료로 확인되지 않은 추가 농축시설의 존재 가능성, 원심분리기의 설치·시운전·가동 완료 여부, 전체 생산능력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과 경수로용 저농축우라늄 간 배분 방식도 여전히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봤습니다.
“영변 가능성에 무게…미공개 시설이 변수”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영변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성급한 단정은 경계했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우리는 이 새 시설이 영변의 새 건물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밴 디펜 /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 “While we think we know that this new facility is the new building at Yongbyon, we're not sure.”
이어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다른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이 있는지, 또는 앞으로도 찾지 못할 새 시설이 생길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밴 디펜 /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 “We also don't know if there are yet other undetected centrifuge enrichment facilities that we haven't found yet, or that there may be new ones in the future that we will not have found.”
공개 사진은 중요한 단서이지만, 시설의 전체 가동 상태와 생산능력, 미공개 농축시설의 전모까지 확인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공개된 원심분리기, 확인되지 않은 생산능력”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공개된 이미지가 새 시설의 규모를 보여주는 단서가 되지만, 실제 생산능력은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공개 사진에서 “여러 원심분리기의 파손, 예상보다 적은 캐스케이드 보호체계, 무기급 우라늄 생산의 추가적인 비효율성”이 관측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multiple breakages of centrifuges, fewer cascade protection systems than expected, and additional inefficiencies in weapon-grade uranium production.”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런 요소들을 추가로 검토할 경우 북한의 무기급 우라늄 생산 추정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공개 사진만으로 장비의 실제 성능과 가동률까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1994년과 2007년 영변 핵시설 사찰을 이끌고 약 20차례 북한을 방문한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도 VOA에, 공개된 원심분리기 사진만으로 북한의 전체 핵능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6월 8일 이사회 발언에서 영변과 강선 농축시설의 지속적인 가동, 영변 5MW 원자로의 계속된 가동 가능성, 방사화학실험실 관련 증기시설 활동, 영변 경수로의 가동 관련 징후 등을 언급하며 북한 핵연료주기 전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핵물질 생산은 농축시설뿐 아니라 원자로, 재처리, 연료 제조, 부품 전환, 최종 조립이 맞물린 더 넓은 생산망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다시 떠오른 ‘영변 카드’”
영변은 오랫동안 북핵 협상의 상징적 장소였습니다.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재 완화와 맞바꾸려 했지만, 미국은 미신고 시설까지 포함한 더 포괄적인 합의를 요구했고 회담은 결렬됐습니다.
새 시설이 영변의 농축능력 확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영변은 과거 협상에서 다뤄졌던 기존 핵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핵물질 생산 확대를 어떻게 멈추고 검증할 것인가의 문제로 다시 부상하게 됩니다.
한반도 안보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박사는 이 사안을 미국과 동맹이 직면한 장기적 위험과 연결했습니다. 베넷 박사는 미국이 북한 핵무기 생산을 진지하게 억제하지 못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이 더 큰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 한반도 안보 전문가] “The US failure to seriously endeavor to rein in the North Korean nuclear weapon production jeopardizes the United States and our allies with that future.”
이 때문에 이번 시설 공개는 단순히 위치를 가리는 문제를 넘어, 영변의 성격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 협상에서 폐기 대상으로 거론됐던 영변은 이제 핵물질 생산능력 확대의 현장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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