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북한의 '지상낙원'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이주했던 재일 한인들의 인권 피해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탈북 인권운동가가 말했습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도 촉구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송 재일 한인 2세인 리소라 씨는 21일 미국 워싱턴 D.C.의 마틴 루터킹 주니어 메모리얼 도서관에서 열린 ‘통일 토크’ 강연에서, 북한으로 간 재일 한인과 그 후손들이 출신 배경에 따른 차별과 억압을 겪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탈북 후 일본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리 씨는 이날 대북 인권단체 ‘더 송 파운데이션(The Song Foundation)’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일본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이주한 어머니 때문에 자신도 북한에서 가장 낮은 출신 성분으로 분류됐으며, 이에 따라 어린 시절부터 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리소라 / 탈북 인권운동가
“저는 그 출신 성분에서 제일 최하층을 부여받고 태어났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어머니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 코리안 2 세로, 재일 한인 북송 사업으로 북한에 왔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북한으로 향한 재일 한인 귀환 사업은 1959년 시작돼 1984년까지 이어졌으며, 이 기간 약 9만3천 명의 재일 한인과 가족들이 북한으로 이주했습니다.
리 씨는 북한이 이들을 상대로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하며 이주를 독려했지만, 실제 삶은 선전과 완전히 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 도착한 이들은 출신 배경을 이유로 차별과 억압을 받았고, 그 영향은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리 씨는 2014년 북한을 탈출해 일본에 정착한 뒤, 법학을 공부하면서 자신과 가족이 겪은 인권 침해를 역사에 기록하고 북한 당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리 씨는 재일 한인의 북한 이주와 인권 피해를 알리는 단체 ‘모두 모이자(Korea Of All·KOA)’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북송 사업의 실상을 알리고 피해자와 가족을 지원하며, 법적 책임 규명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들을 대리해 북한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끝에, 올해 1월 일본 도쿄지방법원으로부터 원고 4명에게 각각 2천200만 엔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리 씨는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이 과거에 끝난 일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에 남겨진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실질적인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소라 / 탈북 인권운동가
“저희 단체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다 돌아가신 다음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피해 당사자 연령을 생각하면 시간이 절박합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합니다.”
리 씨는 자신이 탈북한 뒤 가족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북송 피해가 현재진행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과 함께 법적 책임을 규명하고 피해자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단체의 주요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과 일본, 한국 등 국제사회가 협력해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VOA 뉴스 조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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