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에서 대북 정보를 담당했던 전직 관리들은 최근 ‘김정은 신변이상설’과 관련해, 북한 지도자 동향에 대한 세부 사항은 현실적으로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북 정보 활동은 북한의 폐쇄성 등으로 인해 옛 소련 보다 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위원회(NIC) 등에서 대북 정보를 다뤘던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2일 VOA에, 정보 분석가들에게 북한은 가장 파악하기 어려운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선임연구원] “For intelligence analysts North Korea is known to be the hardest of hard target countries. And the main reason is because North Korea is a closed of society, that we are not able to run our sources or assets, our human intelligence.”
북한은 폐쇄사회로 미국 정보 당국이 첩보원 등 정보자산을 운용할 수 없고, 북한의 자체적인 세뇌교육으로 인해 현지 관리들을 정보원으로 고용하기도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또 미국은 냉전시대에도 현지 첩보원을 고용하는 등 모스크바에서 정보 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북한처럼 폐쇄된 곳에선 여의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과 같은 주요 첩보는 확인을 위해 통상 도·감청, 위성사진 등 이미지 분석, 인적 정보(휴민트) 등 가용한 자원이 모두 동원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영상 자료나 인적 정보를 통해 북한 지도자의 특이동향 관련 ‘첩보’가 수집된 경우, 현지 정보원에게 추가 정보와 확인을 지시하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엄격하게 정보를 통제하는 북한에서 지도자의 세부 동정까지 접근이 가능한 정보원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테리 선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미국은 물론 한국, 중국 등 어떤 해외 정보기관도 48시간 동안 모르고 있었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경우도 ‘김정은 위원장이 입원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정도의 첩보를 파악했어도 일각에서 제기하는 ‘중태, 뇌 손상’과 같은 정확한 상태는 미 정보 당국도 현실적으로 파악이 어렵다는 게 테리 선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CIA 등에서 20여 년 간 정보 업무를 했던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대북 정보 활동은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클링너 선임연구원] “Each of the intelligence sources has difficulties with North Korea. Everything from terrain masking with imagery and encrypted communications or landline inhibits signals intelligence and human intelligence is hampered by the very strong security services…”
북한 지형 특성상 표적에 대한 이미지 탐지가 쉽지 않고, 북한 당국의 암호화된 통신과 유선(land line) 사용은 신호정보 획득을 어렵게 하며, 삼엄한 보안요원들의 감시로 인해 인적 정보 활동도 쉽지 않다는 겁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다만 파악하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정보 활동의 용의함 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 클링너 선임연구원] “There are things such as conventional force deployments or exercise activity are much easier to discern than things which regime is very much trying to keep a secret such as the extent, or capabilities of their nuclear weapons, as well as the leadership, health…”
재래식 병력 배치나 군사훈련 관련 정보는 비교적 파악하기 쉬운 정보라는 겁니다.
하지만 핵무기 규모와 역량, 지도부 건강과 동향 등 북한 정권이 보안 유지에 특별히 신경 쓰고 체제 유지를 위해 우선순위로 두는 사안은 해외 정보기관이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밝혔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같이 폐쇄된 사회에 대한 정보 활동은 ‘퍼즐 조각 맞추기’ 처럼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보기관에서 소련을 담당하다 북한을 맡게 됐는데, 북한과 비교하면 소련은 ‘오픈 북(open book)’처럼 느껴졌다고 전했습니다.
CIA 정보분석관을 지낸 수 킴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 신변에 대한 불확실함과 미확인 보도 등 최근 상황은 우리가 북한 정보의 세부 사항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수 킴 연구원] “The current situation surrounding the uncertainty and unconfirmed reporting on Kim’s health pretty much demonstrates where we are in being able to confirm the details.”
수 킴 연구원은 북한 정권 관련 정보는 정보 자체의 빈약함과 신뢰도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어떤 결론을 내리기도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정보 분석관들은 북한 지도부와 같은 어려운 대상을 다룰 때 ‘추측’과 ‘인지적 편견’을 경계해야 하고, 신중하며 객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수 킴 연구원은 정보 수집 못지않게 정책결정자의 정보 활용 방법도 중요한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수 킴 연구원] “A clear-eyed, objective analysis bears little fruit if the consumer of the assessment does not have a proper understanding of how to use the information, whether the assessment provided actually is suitable to answer policy questions…”
명확하고 객관적인 정보 분석이 제공되더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활용 방법, 정보의 적절성, 전체 맥락과 배경지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충분한 결실을 거두지 못한다는 겁니다. 다만, 수 킴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신변이상설’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이후 2주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가운데, 그가 건강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는 겁니다. 또 지도자의 취약함 노출을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정권이 ‘건강 이상설’에 대해 확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습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수 킴 연구원은 평가했습니다.
한편 미 국가정보국(DNI) 고위 관리 출신인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VOA에, 미국의 대북 정보 역량에 대해선 평가하지 않겠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All I can say is that with the absence of any military movements around KJU’s residential compounds and the DMZ, and the lack of emergency communications with their embassies, tells me KJU’s medical procedure was routine and he’s not in grave condition.”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의 거처와 전방 비무장지대(DMZ) 주변의 군사적 움직임, 해외 주재 북한대사관과의 긴급 소통 등이 없는 점 등은 의료 관련 김 위원장의 동향이 통상적이며 위중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해석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