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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퇴보하는 북한 노동당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29일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 관영매체가 전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29일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 관영매체가 전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일 공산당 창건 100주년 행사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은 진화, 발전하는 반면 북한 노동당은 뒷걸음 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왜 이런 격차가 생긴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창건 100주년 기념식에서 ‘중화민족의 시대’를 천명하며 “외부세력이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입니다.

[녹취: 시진핑/ 중국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시진핑 주석에게 축전을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북-중이 굳게 단결해 시대의 요구에 맞게 친선을 새 전략적 높이로 발전시키며 사회주의 건설이 그 어떤 정세 변화와 도전에도 전진하도록 추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원래 중국 공산당과 북한 조선노동당은 ‘형제당’으로 불릴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공산당과 노동당 모두 반외세와 항일투쟁의 와중에 창건됐으며, 김일성 주석은 1932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해 활동하기도 했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동북 항일연군으로 시작했으니까, 중국 공산당의 일원으로 일본과 싸운 것은 기정사실이죠.”

이런 이유로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은 지난 70여년 동안 정부 차원의 외교 외에 ‘당 대 당’ 채널을 가동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정치적 위상과 추구하는 이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40여년 개혁개방 정책을 펼친 결과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려놨습니다. 중국은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는데다 항공모함이 바다를 누비고, 우주선을 발사하며, 고속철도가 달리고 올림픽을 치르는 나라가 됐습니다.

결국 중국은 현재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경쟁상대가 됐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28일 ‘메모리얼 데이’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15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이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He firmly believe before 2035 China will own America because…”

실제로 중국의 경제력은 규모 면에서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입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4조7천억 달러로 미국(20조 9천억 달러)의 70.3%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28년께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앞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위상도 한결 공고화됐습니다. 100년 전 50명으로 시작된 공산당원 수는 현재 9천 200만 명에 이르며, 전문대 이상 고학력자가 전체 당원의 50%에 달합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공산당이 없으면 중국이 없다’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켄 퀴노네스 박사는 중국 공산당이 세를 확장한 이유는 무엇보다 국민을 잘 살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 박사] ”Economic progress kept Chinese Communist Party Popular..”

중국 공산당에 비하면 북한 노동당의 위상은 초라합니다.

현재 노동당은 3백만 명의 당원을 거느린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과 최근 경제난을 겪으면서 주민들은 노동당에 등을 돌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지난 2019년 탈북해 한국에 거주하는 장혁 씨입니다.

[녹취: 장혁 씨]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리더가 뭔가 바꾸길 원했거든요. 그런데 10년을 지켜보니 그대로인 거예요. 김정은이 뭔가 탈출구를 못 찾고 있어요. 그렇다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아요.”

처음에는 비슷했던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 오늘날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국제정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중국 공산당을 창건한 마오쩌둥은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미-중 관계 정상화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등장한 덩샤오핑은 1978년 일본과 중-일우호조약을 맺은데 이어 1979년 미국과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해 관세 최혜국(MFN) 지위를 얻으면서 개혁개방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과거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무거래 상태였던 미국과 중국이 1970년대부터 무역을 시작해 순식간에 최대 교역국이 된 것은 가장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Very quickly, Nixon, Deng trade growing very rapidly…”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중국은 가용자원을 경제발전에 돌릴 수 있었습니다.

1950-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9%를 국방비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러나 1985년을 기해 중국의 국방비는 2%로 떨어졌다고, 한국의 함재봉 전아산정책연구원장은 자신의 유튜브 강의에서 밝혔습니다.

[녹취: 함재봉 박사] ”1952년에 중국은 GDP의 8.5%를 투입하고, 1970년대는 6.4%, 1980년대 등소평의 개혁개방이 본격화하면서 1985년에는 2.13%...”

북한과 중국의 격차를 가장 크게 만든 것은 덩샤오핑의 개방정책이었습니다.

덩샤오핑이 집권한 1978년만 해도 중국은 10년간에 걸친 문화대혁명으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상태였습니다.

덩샤오핑은 그 해 12월 열린 공산당 11기 3중전 회의에서 이념 논쟁 중단과 함께 낙후된 중국의 공업, 농업, 국방,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4개 현대화 노선을 제시했습니다. 이어 선전, 주하이, 샨터우, 샤먼 4개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했습니다.

당시 베이징에서 이를 지켜본 브라운 교수는 경제특구가 성공하자 중국 방방곡곡에 특구가 들어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Special zone last very short time because everybody wish Special Zone”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당을 운영하는 방식도 크게 다릅니다.

중국 공산당은 1982년부터 정치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와 개인독재를 금지했습니다. 또 임기제를 도입해 공산당 정치국원을 제한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산당은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보장돼 있습니다.

반면 북한 노동당은 1970년 5차 당 대회를 통해 ‘당은 오직 수령의 사상에 의해서만 지도된다’는 이른바 ‘유일지도체계’를 명문화했습니다. 이는 `백두혈통'인 김정은 위원장만 당을 지도할 뿐 다른 사람들은 왈가왈부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은 전국에 수 만개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세우는 등 우상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당의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도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크게 다릅니다. 중국 공산당은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을 선출하고 이 가운데 7명의 상무위원을 선임하며, 이 중 서열 1위가 공산당 총서기로 국가주석을 겸합니다.

반면 북한은 노동당을 아예 ‘김일성, 김정일 당’으로 규정하는 한편 당 규약에도 없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을 감행했습니다.

퀴노네스 박사는 북한은 공산당이 아니라 봉건 왕조국가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 박사] “Kim Jung-un is king, he inherited power from his father and father inherited father, it’s monarch.”

중국의 마오쩌둥은 ‘당과 인민’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 관계에 비유했습니다. 인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당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내부적으로 주민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외부적으로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북한 노동당이 현재 처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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