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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에 보낸 친서에서 비핵화 관련 '단계적 조치' 요구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오갔던 친서 내용이 추가로 공개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와 관련해 ‘단계적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자신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트 칼린 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이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트럼프-김정은 러브레터의 실제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칼린 전 담당관은 이 기고문에서 지난해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부편집장이 입수했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친서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중점적으로 소개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당시 국무장관을 통해 보낸 2018년 7월 3일자 친서에서 그가 자신의 지시에 따라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향한 첫 주요 단계를 시작하기 위한” 합의를 찾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7월 6일자 답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믿음과 신뢰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향후 절차”를 더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7월 말에 다시 친서를 보내 “기대했던 종전 선언”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지적합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일자 친서에서 종전 선언에 대한 언급 없이 “이제는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우리의 다른 약속들을 진전시킬 때”라고 또다시 강조합니다.

그 해 8월 말 폼페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9월 6일자 친서에서 “우리 양측을 나누는 사안에 대해 각하를 완전히 대변한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폼페오 장관과 말싸움을 하기 보다는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지닌 각하와 직접 만나 비핵화와 같은 중요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더 건설적일 듯 하다”고 말합니다.

이어 “앞서 취한 단계들에 추가적으로 우리는 핵무기연구소나 위성 발사 지구, 그리고 (영변) 핵물질 생산시설의 돌이킬 수 없는 폐쇄 등 단계적 방식으로 하나씩 의미 있는 단계를 밟아나갈 의향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우리가 들이는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주변 상황에 대한 변화를 어느 정도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선의와 진정한 노력이 적절히 평가 받고 미국이 더 실질적인(substantive) 조치와 행동을 단계적으로 밟아간다면, 비핵화 사안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합니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냅니다.

김 위원장은 이 친서에서 “많은 사람들이 현 상황과 두 나라의 관계 전망, 향후 비핵화 문제를 푸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나와 각하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힙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마지막 친서는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깜짝회동’ 이후 한 달 뒤에 보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다른 때와 달리 매우 길게 쓴 이 친서에서 자신이 실무진을 통해 현안 해결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것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의 환경은 그 날과는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동 이후에도 미-한 연합훈련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자신은 향후 실무협상이 이뤄지기 전에 이 훈련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힙니다.

이어 미국 측에서 “골치거리로 생각하는 ‘미사일 위협’이나 핵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 측과 한국 군의 군사 행동”이라면서, “이런 요소가 사라질 때까지 변화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 “명확히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겠다”며, 자신은 “우리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호응적으로 또 실용적으로 했지만, 결과는 헛되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실무협상을 지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내가 매우 원하는 제재 완화가 논의되지 않을 것이 명백하고 정상 간 네 번째 만남이 이뤄질 장소에 대한 것도 아닐 것이 분명하지 않냐”고 반문합니다.

또 “만약 당신이 우리의 관계를 당신만 이득을 얻는 디딤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를 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받는 것이 없는 바보처럼 보이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칼린 전 담당관은 기고문에서, 친서 내용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구체적인 요구에 응할 구체적인 제안이 없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비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1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에 공개된 친서 내용에 크게 새로운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동문서답을 하는 상황은 처음부터 예상됐다는 겁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re's not necessarily, you know, that much that is surprising about the possibility that they might have talked past each other, because I think that it was pretty clear from the very beginning that, you know Trump had assumptions about Kim that were probably wrong assumptions and Kim probably had assumptions about Trump that were wrong assumptions. And so that was affirmed.”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잘못된 추정을 하고 있었고,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잘못된 추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 이번에 공개된 친서 내용을 통해 확실해졌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친서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m not sure, I'm not convinced myself that if the US had picked up on any of those specific issues that the outcome would necessarily have been that much different… because I think that the fundamental objectives of the two sides never intersected with each other.”

스나이더 국장은 협상에 임하는 미국과 북한의 근본 목표가 너무 달라 상호 교차하는 지점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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