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보기술(IT)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이용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제재로 인해 미국의 IT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만큼 음성적인 방식으로 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 웹사이트에 게시된 보도사진 한 장을 다운로드 받아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에 게시된 사진에는 해당 사진 촬영에 이용된 카메라 등 세부 정보가 남아 있는데, 이 사진에도 이런 내용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사진은 일본 니콘 사의 ‘D3X’ 모델로 촬영됐고, 촬영 혹은 편집 시간은 오전 10시47분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해당 사진이 미국의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 7.0’을 통해 보정 작업 등이 이뤄진 점입니다.
2000년 초반 공개된 ‘포토샵 7.0’은 출시 당시 미화 약 600달러에 판매된 제품으로, 북한에는 공식 수출된 적이 없습니다.
미국의 독자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어떤 경로로 ‘포토샵’을 구했는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노동신문’ 사무실에서 미국의 소프트웨어가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겁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게시된 다양한 종류의 보도사진들 역시 ‘포토샵 7.0’이나 ‘포토샵 CR6’ 등 어도비 사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추가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북한도 웹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내보내고, 또 다양한 컨텐츠를 여러 웹사이트에 올리는 등 온라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나면서,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인터넷 기술이 활용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붉은별’로 불리는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작한 ‘윈도우’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변에서도 미국 애플사의 컴퓨터 ‘맥북’이나 태블릿 ‘아이패드’가 포착돼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이 애플의 운영체계는 물론 애플이 개발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그밖에 북한이 제작한 웹사이트들을 분석해 보면, ‘자바 스크립트’나 ‘플래시’, ‘캡차’와 같은 미국 회사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이용된 것이 확인됩니다.
북한은 관영매체 등을 통해 컴퓨터 기술의 국산화를 자랑해 왔지만, 상당수 기술은 여전히 미국 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연호 미 조지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은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들 소프트웨어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북한에 유통됐을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연호 부소장] “특별히 라이선스, 등록이나 허가 등을 받아야 하는 부분들도 분명 음성적으로 조달하겠죠.”
김 부소장은 북한 주민들에겐 인터넷 사용이 금지돼 있는 만큼, 일부 ‘허가를 받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미국 회사들이 만든 ‘소셜미디어’를 활발히 이용하는 것 또한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난달 15일 김일성 방송대학은 제50기 졸업식을 영상으로 진행했는데, 미국의 동영상 공유업체 ‘유튜브’를 통해 졸업식이 중계됐습니다.
[녹취: 졸업식 영상] “생업이 바쁜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온 졸업생, 애독자, 가입자들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김일성 방송대학이 걸어온 자랑스러운 행로에는...”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이용하는 ‘트위터’를 비롯해 ‘페이스북’과 텀블러’, ‘플리커’ 등 미국의 소셜미디어에 여러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수 년 간 자체 트위터 계정에 하루 10여 건의 게시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북한 정보기술 전문가인 마틴 윌리엄스 씨는 과거 VOA에, 북한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한국 등의 차단 조치 등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씨] “One of the advantages is to use social media...”
웹사이트와 달리 트위터 계정이나 유튜브 채널, 텀블러 등은 소셜미디어 전체를 막지 않는 한 차단이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의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에 비해 전 세계 네티즌들의 관심도는 높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의 ‘팔로워’ 즉 구독자 수는 약 1만5천 명으로, 7천3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43만여 명의 한국 청와대에 크게 못 미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