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린 28일, 외부세계의 관심은 김 위원장의 영구차를 호위한 인물들에 집중됐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북한 권력의 실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영구차를 오른쪽 맨 앞에서 호위한 인물은 예상대로 김 위원장의 아들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었습니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에 이어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 올랐음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과시한 것입니다.
김 부위원장 바로 뒤에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자리했습니다. 장성택은 장의위원 명단에 19번째로 이름을 올렸지만, 김 부위원장 바로 뒤에 자리함으로써 공식 의전 서열과는 상관 없이 김정은의 후견인이자 사실상의 2인자임을 과시했습니다.
서방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이자 김정은 부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풍부한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김 부위원장이 국정을 장악하고 원만히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 대사는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북한 권력승계 과정에서 장성택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자신의 매부 장성택과 누이 김경희를 요직에 배치해놨기 때문에, 이들이 원로인사들과 함께 김정은의 권력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장성택 부위원장 뒤에는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자리했습니다. 1992년부터 당에서 선전선동 담당 비서로 일한 김기남 비서는 김정일 후계체제는 물론 김정은 후계체제 우상화 작업을 지휘했습니다.
김기남 비서 뒤에 자리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지난 해 중국을 방문해 김정은을 후계자로 선택한 당 대표자회 결과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당에서 국제 담당 비서를 맡고 있는 최 의장은 앞으로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외교 수장으로서 미국, 중국 등과의 외교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영구차의 왼편, 김정은의 맞은 편에는 맨 앞에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필두로 군부 인사 4 명이 배치됐습니다.
리영호 총참모장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부상과 함께 군부 실세로 떠오른 인물로, 지난 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리 총참모장은 지난 19일 발표된 북한 장의위원회 명단에서도 서열 4위에 올라 최고 권력실세임을 과시했습니다.
야전 포병부대 출신으로 포병 관련 정보와 기술, 실전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리 총참모장은 2002년과 2007년 인민군 창군 기념 열병식을 지휘했고, 평양방어사령관을 거친 뒤 2009년 북한 군 전체를 지휘하는 총참모장에 올랐습니다.
리 총참모장이 떠오르는 군부 실세라면, 그의 뒤에 자리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인민군 작전국장과 총참모장을 역임한 군부 노장파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직후 인민군 무력을 총괄하는 위치에 올랐었습니다.
김영춘 부장 뒤에는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자리했습니다. 국장이 공석인 총정치국의 수장인 김 부국장은 인민군 내에서 정치사상 업무를 총괄하는 동시에 군내 인사도 관장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부국장 뒤에 선 인물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 당국은 우동측 국가보위부 제1부부장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의 영결식을 통해 북한의 실세로 확인된 이들이 앞으로 북한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민간 연구기관인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김 위원장 영결식 사진과 동영상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아직까지는 북한의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해 9월 당 대표자회 때 지도부로 뽑힌 사람들과 28일 영결식 때 김 위원장 운구 행렬을 주도한 사람들을 비교했을 때, 빠진 사람은 김 위원장 한 사람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그러나 앞으로 중국식 경제개혁에 착수할 것인지, 아니면 선군정치를 고수할 것인지 등 주요 쟁점들이 현안으로 떠오를 경우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