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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아메리카 250] 바코드가 바꾼 미국

바코드 이미지 (사진 출처: Adobe Stock)
바코드 이미지 (사진 출처: Adobe Stock)

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 관련 소식 전해드리는 ‘역사 속 아메리카 250’, 김미옥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미국은 건국 이후 수많은 혁신을 만들어왔습니다. ‘혁신’하면 보통 인공지능이나 스마트폰 같은 첨단기술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세상을 바꾼 혁신도 있습니다. 마트에서 물건 계산할 때 ‘삑’ 소리를 내는 검은 줄무늬, ‘바코드(Bardode)’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요, 미국에서 탄생해 전 세계 유통 방식을 바꾼 바코드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마트에서 물건 계산할 때, 예전에는 가격을 하나하나 입력했는데, 언제부턴가 바코드가 등장하면서 계산이 훨씬 빨라졌어요. 요금은 손님이 직접 계산하는 셀프 체크아웃까지 가능해졌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코드 기술로 우리가 가장 쉽게 체감하는 변화는 계산이 빨라졌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바코드는 단순히 계산대의 줄을 줄인 기술이 아닙니다. 세계 유통 방식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상품마다 고유한 식별 정보를 부여해 어떤 물건이 언제 어디서 팔렸는지,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창고와 물류센터, 운송 차량, 매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기반이 마련됐고, 오늘날 현대 물류와 유통 시스템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됐습니다.

진행자: 바코드가 처음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기자: 바코드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에서 시작됐습니다. 1940년대 미국 슈퍼마켓은 계산대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직원들은 상품 가격을 하나하나 손으로 입력했습니다. 재고를 확인하는 것도 사람이 직접 해야 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실수도 많았는데요. 그러던 1948년, 필라델피아 지역의 대형 식료품 체인 ‘푸드 페어(Food Fair)’가 당시 ‘드렉설공과대학(Drexel Institute of Technology)’에 계산대에서 상품 정보를 자동으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대학원생 버나드 실버(Bernard Silver)와 노먼 조셉 우들랜드(Norman Joseph Woodland)가 바코드 개발에 뛰어들게 됩니다.

진행자: 세계 유통 방식을 바꾼 기술이 의외로 대학원생들의 연구에서 시작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코드가 탄생한 과정도 흥미로운데요. 노먼은 플로리다 마이애미 해변에서 고민하던 중, 어린 시절 보이스카우트에서 배웠던 모스부호를 떠올렸습니다. 모스부호는 짧은 신호와 긴 신호를 조합해 정보를 전달했는데요, 노먼은 선과 공백을 이용해 상품 정보를 표현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모래사장에 손가락으로 선과 공백을 그려 보며 바코드의 기본 개념을 구상했습니다. 버나드와 노먼은 원형 모양의 바코드를 고안해 1949년 특허를 출원했고, 1952년 미국 특허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1952년이면 아주 오래전인데, 특허를 받고도 바로 상용화되지는 못했나요?

기자: 맞습니다. 아이디어는 훌륭했지만, 바코드를 읽을 기술이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레이저가 아직 발명되기 전이었고, 컴퓨터는, 컴퓨터 초기 조상님들 얼마나 큰지 기억나시죠? 방 하나를 차지할 만큼 크고 비쌌습니다. 바코드를 읽는 스캐너 역시 실용화되지 않았고, 가격도 너무 비싸 실제 매장에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특허를 받은 뒤에도 약 20년 동안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전 세계 유통을 바꿀 아이디어가 시대를 잘못 만나 묻혀 있었던 거네요. 그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습니까?

기자: 1970년대 들어 컴퓨터와 레이저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IBM 엔지니어 조지 로러(George Laurer)가 오늘날 사용되는 UPC(범용상품코드 Universal Product Code), 즉 직사각형 바코드를 설계했고, 1973년 미국 식료품 업계가 이를 공식 표준으로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1974년 6월 26일, 오하이오주 트로이의 ‘마시 슈퍼마켓(Marsh Supermarket)’에서 세계 최초로 바코드 스캔해 상품 계산을 했습니다. 그 역사적인 첫 번째 상품은 리글리(Wrigley)의 ‘주시 프루트(Juicy Fruit)’ 껌 10개 들이 한 묶음이었습니다. 최초로 스캔된 실제 그 껌 한 묶음은 현재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에 보관돼 있습니다.

진행자: 마트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죠?

기자:그렇습니다. 공항에서는 수하물을 추적하고, 병원에서는 환자와 약품을 확인하고요, 택배업체는 배송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합니다. 공장에서는 생산과 재고 관리에도 활용되는데요, 이제는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바코드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우리는 계산대에서 ‘삑’ 하는 소리만 듣지만, 그 뒤에는 세계 물류와 공급망이 움직이고 있었네요.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QR코드 시대가 됐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제는 기존의 1차원 바코드에서 QR코드 같은 2차원 바코드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QR코드의 QR은 ‘Quick Response’, ‘빠른 응답’을 의미하는데요. 기존 바코드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거나 인터넷 정보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제품 정보나 원산지, 사용법, 재활용 안내 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요즘은 식당에서도 QR코드로 메뉴를 보고 주문하는 일이 일상이 됐습니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상품을 디지털 정보와 연결한다는 바코드의 기본 개념은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검은 줄무늬 몇 개가 세계 물류와 유통을 바꿔 놓은 바코드 이야기, 김미옥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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