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들의 거취를 둘러싼 국제법적 논란은 결국 이들이 북한에 돌아갔을 때 실제로 어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전쟁포로로서의 지위와 제네바협약상 처우,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법적 쟁점이라면, 북한 내부에서 생포와 한국행 의사 표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이들의 생명과 자유를 결정지을 현실적 문제입니다.
특히 북한이 최근 러시아 파병군을 공개적으로 기념하고 전사자와 자폭 사례를 영웅화하면서, 생포된 병사들이 송환될 경우 직면할 보복성 처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인권 전문가들과 북한군 복무 경험자들은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단순한 조사로 끝나지 않고, 생포와 한국행 의사 표명 자체가 배신과 반역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송 땐 처형 가능성”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군 포로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북한 당국이 이들을 처형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e fact that they have spoken out they don't want to return to North Korea, my guess is the most likely thing they would do is execute them.”
킹 전 특사는 북한 당국이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상황에서 병사들의 이탈 가능성을 크게 우려할 것이라며, 강제송환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I think the North Koreans are pretty, pretty concerned about the possibility of their soldiers walking away… So I think it's a very, very serious problem.”
또한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에서도 북한군이 원할 경우 송환되지 않도록 돕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군 병사들이 탈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러시아를 위해 싸우려는 의지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It would discourage North Korean fighters from fighting for Russia, if they could be sure they could escape.”
북한군 포로 문제는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병사 2명을 생포했다고 공개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생포된 병사들은 이후 한국 언론 인터뷰와 자필 편지 등을 통해 한국행 의사를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들이 한국행을 요청할 경우 수용한다는 원칙을 밝혀 왔습니다. 외교부는 앞서 북한군 포로도 헌법상 한국 국민이라는 판단에 따라, 본인의 자유 의사가 확인되면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북한군 내부에선 생포도 배신”
2014년 북한을 탈출한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수석연구원은 북한군 내부에서 생포는 단순한 전장 상황을 넘어 충성심과 사상 문제로 직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에서 3년간 복무한 이 연구원은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생포된 북한군이 포로 교환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군 보안당국은 물론 군 지휘계통 차원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포로가 된 경위와 군사기밀 누설 여부, 한국 언론 노출, 한국행 의사 표명 등을 면밀히 추궁할 것이라며, 이들이 이미 체제에 대한 불충 사례로 분류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수석연구원] “한국 언론에 노출된 점이라든지, 한국에 가고 싶다고 표현된 부분들을 분명히 북한 정보당국에서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미 배신자로 낙인을 찍어놓고 아마 조사가 들어갈 겁니다.”
이 연구원은 북한군 내부에서 적에게 생포됐다는 사실 자체가 배신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병사들은 어린 시절부터 전쟁과 항일투쟁 선전물을 통해 수령과 조국을 위해 자폭하거나 자결하는 행위를 영웅적으로 묘사한 교육을 반복적으로 받아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수석연구원] “북한 내부에서도 자폭 못하고 잡혔다는 것 자체를 배신으로 간주합니다.”
또 이들이 실전에 투입됐다가 생포된 데다 한국행 의사까지 밝힌 만큼, 북한 당국이 이를 일반 탈북보다 훨씬 위중한 반역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수석연구원] “탈북민이 탈북하는 것보다도 아마도 처벌이 더 증가될 수 있습니다. 일단은 군의 전쟁에 참가했다 포로된 시점에서 또 한국행을 발표했고 그리고 이미 잡힌 시점에서 이 사람들은 정보를 다 넘겼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반역자로, 국가적으로 이런 규정을 한단 말입니다.”
가족에 대한 불이익 가능성도 거론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이들을 군사기밀을 누설한 반역자로 판단할 경우, 가족들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수석연구원] “만약에 이 사람들이 그 군사 기밀이라든지 러시아에서 어떻게 훈련했고 누구와 작전을 짰고, 이렇게 북한의 이 군사 훈련 상태에 대해서 만약 소상히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에 넘겼다, 이렇게 조사 결론이 나는 경우에는 이거는 이제 반역자로 몰립니다. 반역자가 되는 경우에는 가족이 수용소로 갑니다.”
HRNK “고문과 죽음에 직면”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대표도 생포된 북한군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고문과 죽음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스칼라튜 대표는 VOA에 “정찰총국과 북한 인민군 제11군단 병사들이 생포를 피하기 위해 자살하라는 엄격한 명령을 받고 있다”며,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간다면 북한 당국으로부터 “공화국의 배신자”로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대표] “They face torture and death. Soldiers of the RGB and the 11th Corps of the KPA are under strict orders to commit suicide to avoid capture. They would be severely punished as ‘traitors of the people's republic.’”
스칼라튜 대표는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와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들을 강제로 돌려보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이 협력해 이들에게 다른 나라의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대표] “Yes. We have to work with Ukraine and our European allies to provide them safe haven in another country.”
이런 경고는 국제 인권단체들이 제기한 강제송환 금지 원칙과도 이어집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북한군 포로들을 북한으로 직접 송환하거나, 북한으로 넘겨질 것을 알면서 러시아 측에 인도하는 행위 역시 강제송환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도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누구도 고문이나 기타 부당한 대우를 받을 실질적 위험이 있는 곳으로 송환되거나 이송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 원칙이 실제 신병 처리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되느냐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포로 교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군 포로들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러시아나 북한으로 넘겨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행 원하면 받아들여야”
전문가들은 포로들의 한국행 의사가 확인될 경우, 이를 보장할 절차적 정당성이 핵심이라고 지적합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한국 헌법상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된다며, “자국민을 돌보는 인도적 국가라면 마땅히 이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Under South Korea's Constitution, North Koreans are considered citizens of the Republic of Korea. A humane nation that cares for its citizens would welcome them.”
특히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행을 원한다면, 망명을 신청하고 수용될 수 있는 곳은 한국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온 탈북민들의 경우와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The North Korean prisoners want to go to South Korea. If that is the case, it's a little bit more complicated than the typical issue where the North Koreans arrive in South Korea, but I would say that you know a place where they can claim asylum and be welcome should be South Korea… Under the South Korean constitution, they are considered citizens of South Korea.”
킹 전 특사도 한국이 이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위험에 처한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며, 한국 정부가 국제 기준에 민감하게 대응해 온 책임 있는 정부라고 평가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I think they should. It's very clear that these people are in danger if they were to return to North Korea.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s very responsible and very attentive to international standards. And I think if something like this came up, South Koreans would likely be helpful.”
스칼라튜 대표도 이들이 한국행 의사를 명확히 밝힌다면 한국이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른 재정착 국가라도 찾아야 한다며, 그것이 인권운동가로서의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대표] “South Korea should most definitely take them in. If South Korea doesn't, we will find another country to resettle them. We can work on this. It is my duty as a human rights defender.”
북한군 포로들의 한국행 의사는 단순한 거취 선택을 넘어, 북한 송환 시 처벌과 가족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존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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