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 26일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미 3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입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벨라루스 대선 과정과 유럽 정세에 미칠 영향, 국제 사회 반응을 살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변 없는 결과”
2025년 새해를 시작하며 벨라루스는 1월 26일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벨라루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됩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또 출마했고요. 루카셴코 대통령 외에 다른 4명의 후보도 대선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3명은 친여당 정치인들로, 대선 출마 의미가 희석됐고요. 나머지 1명도 야당 후보였지만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또다시 승리할 것으로 일찌감치 예견됐었습니다.
실제로 한 후보는 자신이 루카셴코 대통령의 상대 후보가 아니라, 단지 강력한 지도자와 “함께” 출마한 것뿐이라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다음 날인 27일 일찍, 공식 개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선관위 당국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86.6%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선언했습니다.
“벨라루스 독립 후 유일무이한 대통령”
벨라루스는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했는데요. 그때 이후 지금까지 30여 년간 단 한 명, 루카셴코 대통령이 집권해 왔습니다.
벨라루스는 독립 후 헌법을 제정하고 1994년에 처음 민주적 방식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루카셴코 대통령은 결선 투표에서 80% 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는데요. 전문가들은 그의 승리 요인의 하나로, 당시 갑작스러운 독립으로 불안감을 느낀 벨라루스 국민에게 러시아와 계속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했던 공약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그는 이후 친러시아 정책을 펼쳤습니다.
원래 벨라루스의 대통령 임기는 5년인데요. 하지만 그는 1996년 국민투표를 통해 임기를 2년 연장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는데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헌법을 개정해 가며 장기 집권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벨라루스 헌법은 한 대통령이 세 차례 집권하는 걸 금지하는데요. 루카셴코 대통령은 2004년, 이 조항을 국민투표에 부쳐 없애버렸습니다. 그리고 올해 치른 대선에서 7선에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오는 2030년까지 36년간 집권하게 됐는데요. 루카셴코 대통령은 올해 70살입니다.
“부정선거 논란”
루카셴코 대통령은 올해 대선을 포함해 7번의 선거에서 2001년 약 77%를 득표한 것을 제외하고 모두 80%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선거 때마다 부정 선거 논란도 있고, 소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지난 2020년 8월 대선 후 국제사회가 주목할 만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철권통치에 억눌려왔던 벨라루스 국민들은 당시 루카셴코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된다는 선거 당국의 발표가 나오자,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요. 이들은 유력한 야당 후보의 등록을 방해하고 투표 결과를 조작한 부정 선거라며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20년 넘게 루카셴코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던 벨라루스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건 매우 드문 일이었는데요. 당시 벨라루스 정부는 군인과 장갑차 같은 중무장 병력을 동원해 시위대 강경 진압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시위는 5주 동안 계속됐는데요. 시위 한 달 만에 체포된 사람만 7천 명이 넘고요. 광범위한 학대와 고문 정황도 보고됐습니다. 또 적어도 4명이 시위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루카셴코 대통령은 그해 9월 수도 민스크 대통령 관저에서 6번째 취임식을 거행했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이른바 ‘기습 취임식’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사전에 알려질 경우 시위로 행사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국제 사회 반응”
2020년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 당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체제였습니다. 당시 트럼프 미 행정부와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이 선거가 조작됐다고 비난했고요.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는데요.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2021년 조 바이든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루카셴코 정부의 인권 유린과 부정부패 행태 등을 들어 벨라루스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부과해 왔습니다.
유럽연합(EU)도 2020년 대선 이후 벨라루스의 개인과 기업 기관에 제재를 가하며 루카셴코 정부를 압박해 왔습니다. 벨라루스는 유럽에서 EU에 가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인데요. EU는 올해 대선 후에도 제재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EU는 이번 대선이 공정하지도 자유롭지도 않은 가짜 선거였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주요 야당 인사들이 감옥에 있거나 해외에 망명한 상태에서 치러졌고, 벨라루스 국민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게 서방의 지적입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힘을 보탰습니다.
“유럽 정세 파장”
루카셴코 대통령의 일곱 번째 대선 승리가 유럽 정세나 우크라이나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현재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가장 든든한 맹방입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무기 제공과 기지 사용 허용 등 군사적 지원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러시아를 앞장서 비호했는데요. 루카셴코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서 이러한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미국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벨라루스와 미국 관계도 주목됩니다. 지난해 미국 대선 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재빨리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지킨다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가 벨라루스보다 유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억류하고 있던 미국 시민을 석방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이며 외교적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입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954년 8월생으로 만 70살입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요.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스포츠와 음악을 포함한 많은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마힐료유대학교와 벨라루스 농업 아카데미를 졸업했고요.
1975년 군에 입대해 국경 부대에서 복무했습니다.
1977년부터 1990년 벨라루스가 소련에서 독립하기 전까지 13년 동안 그는 국영 농장 책임자 등 주요 단계를 거치며 소련 공산당의 주요 인물로 부상했습니다.
벨라루스 독립 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공화국 최고평의회 부의장으로 선출됐고요. 의회의 부패 방지 위원회를 이끌며 벨라루스 국민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1994년 7월 10일 벨라루스공화국의 첫 대통령 선거에서 다른 5명의 후보를 물리치고 결선투표에서 약 80%의 득표율로 벨라루스의 초대 대통령이 됐는데요. 이후 지금까지 권력을 유지하며 유럽에서 유일하게 30년 넘게 집권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5월에는 한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일주일 만에 손에 붕대를 감고 등장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부인 갈리나 여사와의 사이에 두 아들, 그리고 주치의와의 사이에서 낳은 막내아들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삼남에게 대통령직을 세습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를 일축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벨라루스 대선 과정과 국제 사회 반응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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