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실종 문제를 주제로 한 유엔 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의한 강제 실종자와 납치자 문제를 거론하며 이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 같은 주장은 날조된 것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이 21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강제 실종 및 납치자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에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의 제러미 곤잘레스 경제사회부문 고문은 “우리는 북한에 강제 실종을 중단하고, 북한 주민과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실종자와 납치자를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러미 고문] “Finally, we call on the DPRK to cease enforced disappearances and to immediately release all those disappeared or abducted, including North Koreans and foreign nationals.”
김상진 유엔 주재 한국 차석대사는 북한에 10년 이상 억류 중인 선교사들과 납북자, 국군포로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김 차석대사는 “김국기, 최춘길 두 선교사가 강제 억류된 지 10년이 지났다”면서 “올해 9월은 또한 또 다른 선교사 김정욱 씨가 강제 억류된 지 4천일이 되는 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6명의 한국인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북한에 억류돼 있다”며 “한국은 북한이 이들을 즉각 석방하고 가족과 재회하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납북자와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김 차석대사] “The Republic of Korea urges the DPRK to immediately release these victims and reunite them with their families. The seriousness of this matter extends beyond this, as there are also unresolved issues regarding abductees and unrepatriated prisoners of war.”
북한, 피해자 소재나 생사확인 협조 안 해
그러나 북한은 이 같은 강제 실종과 납치 문제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김남혁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이날 “미국, 한국, 일본이 제기한 북한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전적으로 거부한다”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일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 정책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한일의 이런 무모한 행위는 우리 국가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음모”라며 “이는 중대한 정치적 도발이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모든 주장은 날조되고 거짓 정보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녹취: 김 서기관] “The United States ROK and Japan's such reckless acts are also none other than a politically motivated scheme for tarnishing the image of our state.
As such, we strongly condemn it as a grave political provocation.”
앞서 유엔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강제 실종 문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리즈 트로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VOA에 “우리는 한국 국민 6명이 10년 가까이 북한에 억류된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우리는 북한에 국제인권법 준수와 억류자와 그 가족들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OHCHR 대변인] “We remain deeply concerned about the detention of six nationals of the Republic of Korea (ROK)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for nearly a decade. (중략) We urge the DPRK to abide by its commitments under international human rights law and protect the rights of the detainees and their families.”
한국 정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는 지난달 19일로 북한에 억류된 지 4천일이 된 김정욱 선교사를 비롯해 10년째 구금돼 있는 최춘길, 김국기 선교사를 포함해 탈북민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고현철, 김원호, 함진우 씨 등 6명이 억류돼 있습니다.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단둥에서 탈북민 쉼터와 국수공장을 운영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했던 김정욱 선교사는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밀입북했다가 지난 2013년 10월 8일 평양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또한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 10월과 12월 각각 북한에 억류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현재까지 이들의 소재나 생사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조태열 한국 외교장관은 이날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와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 김철옥 씨의 사촌오빠 김혁 민주평통 상임위원,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 등을 만나 다음 달 7일 유엔의 북한에 대한 제4주기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에 참여해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이산가족문제 등을 비롯한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적극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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