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려면 “풀뿌리를 먹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 회장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핵무장을 하려면 한미 동맹이 크게 흔들리고 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과거 청와대에서 국제안보비서관(1993-1997)과 통일부 장관 정책 보좌관을 역임한 전봉근 박사를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한국에서는 ‘핵무장 천만인 국민서명운동’이 시작됐고 또 일반인 72.8%가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있습니다. 한국이 자체 핵무장할 이유와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전봉근) 사실 최근에 북한의 핵위협 핵무장 현실화 되기 이전에도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다음에 핵무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누군가라고 물으면, 항상 원(One), 투(Two), 쓰리(Three)에 들어갔었습니다. 근데 지금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한국이 핵무장할 이유와 동기는 차고 넘친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미국과 한국은 이미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대북 확장 억제 계획을 세웠으며 “북한이 핵공격을 할 경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한 양국의 대북 억지력이 충분하다고 보시는지요?
전봉근) 여기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상당히 논쟁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과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력이 이 정도면 충분 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부 국내에서 특히 핵무장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미국의 대북 억제력이, 특히 지난 트럼프 행정부 이후 한미동맹의 약화되는 조짐이 있었기 때문에 과연 충분하느냐 하는 논쟁이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이미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개발했으며 최근 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 250대를 전방에 배치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해 수백 개의 미사일을 쏜다면 한국이 미사일방어망(KAMD)으로 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전봉근) 아마 북한이 자기들이 갖고 있는 수백 개 또는 1천기 까지 되는 다양한 미사일 또 수십 개의 핵미사일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어떤 미사일 방어망도 그것을 다 막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이를 다 막지 못하더라도, 북한의 전쟁 개시 또는 한국에 대한 미사일 발사 또는 핵미사일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현재의 한미동맹 체제로 그런 것을 억제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면 한국의 안보가 막강해질까요?
전봉근) 안보라는 것은 안보 역량이라는 것은 단순한 군사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력을 포함하고 있는데, 한국의 핵무장은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
기자) 반대로 자체 핵무장을 할 경우 안보 측면에서 한국이 입을 손해는 무엇인가요?
전봉근) 역시 한미동맹의 훼손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핵 비확산 정책을 자신의 중요한 국제안보정책으로 추진해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도 아주 강력한 핵 비확산 압박해왔고, 그것에 대해서 한미간의 양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채택된 한미) 워싱턴 선언에서도 미국이 강력한 핵우산, 그리고 핵협의그룹(NCG)을 제공하는 대신에, 한국은 NPT(핵확산방지조약)에 성실한 회원국으로서 남아있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한국의 핵무장은 한미 동맹을 아주 결정적으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은 어떤 손해를 입게 되나요?
전봉근) 단적으로 이런 예가 있습니다. 핵무장을 하려면 NPT에서 탈퇴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한국은 국제 원자력 시장에서 배척됩니다. 그리고 수출 통제 레짐(Regime)에서도 규제를 받는 국가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한국의 전력 생산의 30%를 제공하고 원자력 발전소에 필요한 핵원료를 구입하는데 문제가 될 것입니다.
기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11일 북한의 대남 핵 위협이 심각해지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전봉근) 북한의 대남 핵위협에 더해 한국이 꼭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추가적인 조건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것을 한미동맹의 현저한 약화 그리고 주한미군의 철수가 이뤄진다면 아마 한국은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특히 NPT 체제 이전에는 5개 국가가 핵무장을 했지만 그 이후 국가들의 경우를 보면 핵무장을 하기 위해서 어떠한 경제적, 국가적 피해도 견뎌내겠다라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흔히 북한이나 파키스탄도 마찬가지인데요. 핵무장을 할 때 우리는 풀뿌리를 먹더라도 핵무장을 해야 되겠다라는 각오를 하고 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렇게 선진적인 경제를 갖고 있어서,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봅니다.
기자) 미국이 1991년에 철수한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면 안보도 튼튼해지고, 한국의 독자 핵무장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전봉근)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불가능하다면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자는 옵션이 국내에서 상당히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전술핵 배치를 다시 한국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반대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핵무기 자체가 모두 전략 핵무기로 넘어갔거든요. 그리고 일부 유럽이 과거 수십 년간 전술핵을 남겨놓고 있는데, 미국이 전술 핵무기를 만들어서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미국의 핵전략에서 아직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에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질문드리겠습니다. 북한은 이미 6번 핵실험을 했는데, 북한은 핵보유국이 됐고, 비핵화는 이제 물건너갔다고 봐야 될까요?
전봉근) 북한 비핵화는 과거나 지금이나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실 지난 30년간 북한 비핵화를 위해, 초보적인 단계부터 우리는 비핵화를 위해서 엄청난 외교적 노력을 벌였지만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우리가 완전한 비핵화를 뭐 단기간 내에, 5-10년 내에 (비핵화)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경제적인 어려움은 여전합니다. 제가 볼 때 북한이 핵무장과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병진노선은 문제가 많습니다. 완전한 비핵화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한의 핵 활동 동결, 그리고 핵사용 태세를 낮추는, 완화시키는 그리고 북한의 핵 교리를 덜 위험하게 만드는 그러한 북핵 협상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아마 이러한 것들이 좀 관리가 된다면은 그다음에 비핵화 단계로 넘어가야 되겠죠. 현재로서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보다도 그 목표는 살아있습니다만,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판단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핵사용 가능성, 발사 태세를 낮추는 것이 긴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전봉근 박사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전봉근) 예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핵정책학회 전봉근 회장으로부터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가져올 현실적 문제와 이해득실 그리고 북한 핵 문제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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