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역량 고도화와 북러 군사협력 심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는 현재로서 시기상조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다만 북한 등에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차원에서 전략적 논의를 계속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1일 VOA에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존스톤 석좌] “I continue to believe that it is premature to re-deploy tactical nuclear weapons to the peninsula. While North Korea’s advancing weapons programs are clearly a concern,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been clear that any use of nuclear weapons against the United States or its allies would result in the end of the North Korean regime. This commitment continues to deter North Korean nuclear use, and other steps that the United States, South Korea, and Japan have taken—including deepening trilateral cooperation—have more broadly reinforced deterrence against North Korean aggression.”
국방장관실 동북아시아 국장도 지낸 존스톤 석좌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진전은 분명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술핵 재배치의 주된 이점은 미국의 공약에 대한 확신을 한국에 주는 것이지만 군사적 가치는 거의 없다”며 “워싱턴 선언이 한반도 인근과 주변에 전략 자산을 더 정기적으로 배치하는 등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미한 관계가 굳건한 현 시점에서 이러한 안심을 한국에 주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존스톤 석좌] “The redeployment of tactical nuclear weapons would have little military value and would have the primary benefit of reassuring South Korea of the U.S. commitment. But this reassurance is unnecessary at a time of strong US-ROK relations; the Washington Declaration has served to affirm U.S. extended deterrence commitments, including through the more regular deployment of strategic assets near and around the Peninsula. The ultimate affirmation of U.S. commitment is the 28,500 military personnel deployed there; as long as this commitment is firm, deployment of tactical nuclear weapons is of marginal utility, and could actually serve to amplify concerns in Tokyo and Seoul about the credibility of U.S. extended deterrence.”
아울러 “미국 공약의 궁극적인 확증은 2만8천 500명의 주한미군 주둔이며, 이러한 공약이 확고한 이상 전술핵 배치는 효용성이 제한적이며 오히려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존스톤 석좌는 다만 “여전히 불필요하기는 하다”는 전제 아래, “위협의 진화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리는 것은 유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존스톤 석좌] “Nevertheless, though still unnecessary, it may be useful to signal the possibility that U.S. policy on this issue could change as the threat evolves. The U.S. could, for example, consider deploying dual-capable (unarmed) fighter aircraft to the Peninsula on a temporary or rotational basis, as it did to Japan during the Cold War. It could also invest in storage facilities to house tactical nuclear weapons on the Peninsula, to enable rapid redeployment in the future. These steps would be visible to North Korea.”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학 교수도 이날 VOA와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생각해 볼 여지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전술핵 한국 재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The United States extended deterrence of Korea has worked and worked well for generations. If we were to deploy tactical nuclear weapons to Korea, it would be an admission that extended deterrence doesn't work. And I believe that extended deterrence works.”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만약 우리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면 그것은 확장억제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2022년 발표된 핵태세검토(NPR)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지도부를 전멸시킬 것이라는 점이 분명히 담겼다며, 북한이 사용하는 무기가 전술핵이든 전략핵이든 상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If you look at the Nuclear Posture Review, what we have said very clearly to the North Koreans, is if you use any kind of nuclear weapon, whether it's tactical or strategic, that we will obliterate annihilate the leadership of North Korea. That is the strongest statement we make anywhere in the world. And that is continuing to be the American position, which means it doesn't matter if he has tactical weapons. Because we would annihilate him in either case, we are not going to play the escalatory ladder game with the Chinese or the North Koreans over Korea. We do not need to match Tactical Nuke for tactical nuke, because we are saying you launch any kind of nuclear weapon, we will annihilate you.”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브랜다이스대학 교수는 1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지금이 전술핵 재배치를 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동맹이 고려해야 할 선택지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의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군이 한국 내 공군 기지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US military is very reluctant to deploy nuclear weapons at air bases in South Korea, because they would be vulnerable to attack by North Korea. So from the standpoint of the US military, they prefer to have the nuclear umbrella for South Korea be deployed either in the sea which North Koreans can’t attack, or brought in, in an emergency, like based in Guam, or even long-range bombers that come from the United States.”
그러면서 “전술핵 재배치는 동맹이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적절한 시기와 상황인지 여부는 정부가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1일 VOA와 화상통화에서 전술핵 배치가 억지력을 높인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When a nuclear weapon is placed somewhere, no one knows for sure what the yield is, whether it's high yield or, you know, strategic level or tactical level, yields. and then the effects of nuclear weapons are really difficult to determine, particularly if there are multiple nuclear weapons that are deployed. Low-yield nuclear weapons, would have a military purpose for destroying targets, specific targets, with the least amount of force necessary to be successful. Whether they contribute to deterrence or not is something that we have to continually analyze.”
맥스웰 부대표는 “핵무기가 어딘가에 배치되면 고위력인지, 전략핵인지 전술핵인지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며 “특히 여러 개의 핵무기가 배치된 경우 핵무기의 효과를 판별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전술핵 한반도 배치가 김정은을 억지할 수 있을 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것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면서 “김정은과 시진핑, 푸틴에게 우리가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들의 위협을 억제하고 방어할 능력이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방부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을 지내고 있는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일 VOA와 화상통화에서 북한이 수십개의 핵탄두를 보유했고 무기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는 ‘합리적 제안’이라면서도 “지금이 (재배치) 시기라는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전술핵 재배치 논의를 “북한 핵무기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효과적인 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연구원] “Is there a possibility of using that effectively as leverage to get back to some kind of negotiation with North Korea in a way that would sort of begin to cap the North Korean nuclear arsenal, for example? And is there a way to use this possibility, to change the negotiating and diplomatic environment?... I might try to think of it as part of an overall new initiative towards North Korea, which is not all about sticks, but also about an attempt to try to begin a dialog understanding very well, very clearly who we're dealing with.”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대선 이후에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11월 대선 이후 차기 미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할 지는 알 수 없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한다면 그의 한반도 정책은 전술핵 재배치 여부를 훨씬 넘어서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연구원] “Trump might see South Korean nuclear weapons as an alternative to the alliance, not just an alternative to US tactical nuclear redeployment to the peninsula, but an alternative to even having U.S. troops on the peninsula at all and even sustaining the security treaty at all. And if Trump does come back to the white House, I believe he is going to want to have some signature achievements in foreign policy that leave his legacy, his stamp on America's role in the world. So I think this debate could very well happen. but again, it would be a bigger deal than just affecting whether to put U.S. tactical nuclear weapons back on the peninsula.”
오핸런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그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단순히 미국 전술핵 배치에 대한 대안이 아닌 주한미군 배치에 대한 대안, 안보 조약 유지에 대한 대안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한반도 문제가 해리스 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라는 징후가 없다”며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가질 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트럼프나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떤 행동을 취할 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며 “전반적으로 해리스가 현 행정부의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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