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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서 활약하는 탈북 청년들 “북한인권 ‘기여자’ 자부심 느껴”


탈북 청년 김금혁 씨가 12일 열린 유엔 안보리 북한인권 공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탈북 청년 김금혁 씨가 12일 열린 유엔 안보리 북한인권 공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 등 국제무대를 통해 북한의 자유와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탈북 청년들의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제사회에서 북한 주민들을 적극 옹호하는 기여자로 활동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무대서 활약하는 탈북 청년들 “북한인권 ‘기여자’ 자부심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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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유엔 안보리가 개최한 북한인권 회의. 유엔에서 가장 강력한 기구인 안보리에서 평양 출신의 탈북 청년 김금혁 씨가 발언합니다.

[녹취: 김금혁 씨] “Please stand on the side of the North Korean people, not the regime. We need to give the same level of importance to North Korean people’s rights as we do to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김 씨는 10여 분에 걸쳐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의 편에 서고 핵무기와 미사일처럼 북한 주민들의 권리에도 같은 수준의 중요성을 부여해 달라고 호소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렇게 탈북 뒤 한국 등 자유세계에서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뒤 북한 주민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탈북 인재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북한인권 회의에는 지난해부터 김 씨를 포함해 최근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서현 씨, 부시연구소의 조셉 김 연구원, 김일혁 한반도 청년미래포럼 북한인권 전담 매니저가 참석해 발언했습니다.

또한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개최한 북한에 관한 상호대화에선 영국 의회에 근무하는 티머시 조 씨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석해 북한 당국에 의한 반인도적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The crimes against humanity committed by the DPRK authorities haven’t decreased; they’ve only increased.”

지난달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4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함께 6년 전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대학생 맹효심 씨가 북한 장애인의 실태에 관해 영어로 증언하고 있다. 사진 = UN WATCH 플리커
지난달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4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함께 6년 전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대학생 맹효심 씨가 북한 장애인의 실태에 관해 영어로 증언하고 있다. 사진 = UN WATCH 플리커

또한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여러 조약기구의 부대 행사,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와 ‘오슬로 자유포럼’ 등 국제 민간 행사에도 대학생 맹효심 씨를 비롯해 탈북 청년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뉴욕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김미연 씨와 변호사 임철 씨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탈북 청년 10명이 ‘젊은 탈북민 지도자 총회’를 결성한 뒤 미국 관리들을 면담하는 등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국제 캠페인을 계속 펼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저명한 대학과 기관을 방문해 북한인권 옹호 활동을 펼치는 탈북 청년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 때문에 국제무대에 서고 있다고 말합니다. 안보리에서 증언한 김금혁 씨입니다.

[녹취: 김금혁 씨] “저의 행동이 이러한 공개적 활동을 통해 하나의 씨앗이 되고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저의 가족이 저 때문에 당하는 고통은 제가 짊어지는 대신 저는 나머지 모든 북한 주민의 행복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링크(LiNK)의 ‘북한 주민 옹호 펠로(Fellow)’로 지난달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대에서 증언하고 국무부 관리들을 면담했던 대학생 릴리 조 씨도 북한 주민들에 대한 사명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릴리 조 씨] “탈북 과정에서 많은 분이 어려움을 겪고 어떤 분은 돌아가시고 다수는 북송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정말 안전하게 그리고 운 좋게 한국에 잘 정착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명감도요.”

탈북 청년들이 국제무대에 진출하도록 돕는 민간 단체들의 활동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안보리가 지난해 6년 만에 개최한 북한인권 공식 회의에서 발언했던 김일혁 씨는 “링크와 FSI 등 민간 단체가 탈북 청년들의 역량 강화와 사회 적응뿐 아니라 리더, 국제 활동가로 성장하도록 꾸준히 돕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녹취: 김일혁 씨] “저는 2019년에 링크의 Advocacy Fellow Program 2기로 참여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었고, 체인지메이커 장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국내에서 학업과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고, Linglish(LiNK English Language Program) 프로그램을 통해서 영어 교육을 받으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영어 등 8개 국어로 출간된 회고록 ‘열한 살의 유서’의 저자로 지난해 세계 최대의 국제인권단체인 영국의 국제앰네스티에서 증언했던 김은주 씨는 “단체들의 도움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것이 큰 유익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탈북민들이 가장 극복하기 힘든 것이 영어”라며 “FSI같은 단체들이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주면서 자신감도 생겨 도움을 받는 수혜자에서 기여자로 변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은주 씨] “영어 스피치를 국제사회에 나가 함으로써 수혜자가 아니라 기여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역량 강화라는 게 영어 능력을 통해서 영어 스피치 능력이 향상되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가 수혜자에서 기여자가 되는 그런 역할의 전환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우리가 시대적 사명을 인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FSI로 불리는 탈북민 글로벌 교육센터, 미국에서는 링크(LiNK)와 솔트(PSALT), 에녹(ENoK), 카슴(KASM)이 탈북민들에게 영어를 무료로 가르치고 장학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부시센터 산하 부시연구소는 해마다 미국의 대학과 대학원 등 교육 기관에서 공부하는 탈북 청년들에게 학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체들은 탈북 청년들이 향후 북한의 변화를 주도할 미래의 주역이란 점을 강조합니다. 링크의 크리스 송 부국장입니다

[녹취: 송 부국장] “탈북인 청년들에게 잠재력을 봤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에게 정말 저희가 투자하고 성장을 도우면 이분들이 나중에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역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이분들에게 장학금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멘토십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영어 교습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VOA 김영권 기자와 인터뷰했다. (자료사진)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VOA 김영권 기자와 인터뷰했다. (자료사진)

미국 국무부의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는 이러한 지원 활동을 공개적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7일 VOA에 터너 특사가 지난 4일 시카고에서 열린 한 북한인권 행사에 참석해 “탈북민들이 한국, 미국 및 전 세계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사회에 융화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 줄 것을 한인 사회에 촉구했다”고 말했습니다.

터너 특사는 앞서 VOA와의 인터뷰에서도 “탈북민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었습니다.

[녹취: 터너 특사] “I think that giving them an opportunity to share their stories and to amplify their voices is imperative for the US government. These are individuals who are going to someday, hopefully someday in our lifetime, be able to return and be future leaders in our rights, respecting North Korea.”

그러면서 “탈북민들은 언젠가, 우리 생애의 언젠가, 바라건대 북한으로 돌아가 인권을 존중하는 북한의 미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언어와 전문성을 갖춘 탈북 청년들의 증언이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합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입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it's extremely important and has a very positive effect in terms of calling attention to the human rights issues. There's nothing better than a first-person, individual who speaks up and talks about his or her own individual experience.”

킹 전 특사는 이러한 추세가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하고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인이 직접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면서 특히 증언이 명료하고 언어가 잘 통할 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탈북민들의 공개 증언에는 좀 더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은주 씨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자신의 아픈 과거를 공개적으로 공유한 뒤 겪는 후유증이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은주 씨] “본인은 인권을 위해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는 공허함은 더 커지고 해결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증언이 중요한 만큼 증언하는 분들에 대한 세심한 케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NGO나 이런 곳에서 증언자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 씨는 1회성 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단체 또는 정부 관리들이 탈북 청년들과 꾸준히 신뢰 관계를 유지하며 용기를 북돋을 때 더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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