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이번 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튀르키예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리스를 방문했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최근 해빙 기류를 보이고 있는 그리스와 튀르키예 관계 짚어보겠습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왜 싸울까?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사이가 좋지 못한 나라들입니다. 흔히 앙숙 관계라고 하는데요. 이 두 나라는 왜 이렇게 관계가 나쁜 걸까요?
인도와 중국, 한국과 일본 등 이웃 나라와 갈등을 겪는 대부분의 나라들처럼 이 두 나라도 역사적, 지리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더 대왕이 정복 전쟁에 나서면서 서아시아의 광대한 땅을 차지했는데요. 튀르키예 지역도 있었습니다. 이후 로마제국, 비잔틴제국으로 이어지면서 1천 년 넘게 이곳은 그리스-로마 세력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13세기 말 오늘날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튀르크 제국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지는데요. 점점 강성해진 오스만제국은 15세기 말 그리스를 점령하고 이후 약 400년을 지배했습니다.
이렇게 두 나라는 서로 점령하고 점령당하는 역사를 통해 민족과 종교, 문명이 충돌하며 악연을 이어 왔습니다.
“오스만제국의 멸망과 영토 분할”
약 400년 동안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던 그리스는 19세기 초,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의 도움으로 독립을 쟁취합니다.
그리고 점차 쇠락의 길을 걷던 오스만제국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광대하던 영토는 연합국과 오스만제국 간 ‘세브르 조약’을 통해 분할하게 되는데요. 그 결과 이전의 영토는 대부분 잃게 되고, 소아시아 지역과 유럽 쪽 땅 일부만 남게 됩니다.
이에 오늘날 튀르키예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장군을 중심으로 조약 철회를 위한 독립 전쟁이 벌어지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오늘날의 튀르키예 공화국인데요. 국제 사회는 1923년 ‘로잔 조약’을 통해 튀르키예 공화국의 주권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로잔 조약에 따라, 이스탄불 인근 동트라키아 지역은 튀르키예 영토로 남게 되고, 에게해 대부분의 섬은 그리스 영토가 됐는데요. 튀르키예는 섬과 바다를 포기하는 대신 오스만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을 지켜낸 셈이지만, 이는 오늘날 양국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해양 자원을 둘러싼 갈등”
21세기 들어 많은 나라가 바다와 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남중국해를 발판 삼아 인도태평양으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중국이죠. 튀르키예도 로잔 조약을 체결하던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바다와 섬의 가치를 크게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대 해역에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게해는 분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에게해는 지중해의 일부로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마주하고 있는 바다인데요. 북쪽으로는 마르마라해와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흑해로 연결되고요. 남쪽은 본 지중해와 연결되는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곳입니다.
에게해는 수천 개의 섬이 몰려 있는 다도해인데요. 대부분의 섬이 그리스령입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로 계속 충돌하고 있습니다.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막대한 해양 자원의 이권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스는 자국령인 에게해의 여러 섬을 포함한 EEZ 설정을 주장하고 있고요. 반면 튀르키예는 에게해가 내해이기 때문에 다른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일대 해역에서 양국 해군이 충돌하며 전쟁 직전까지 가는 등 해양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키프로스를 둘러싼 갈등은 왜”
키프로스는 에게해에 있는 섬나라입니다. 튀르키예로부터는 약 100km 떨어져 있고요. 그리스에서는 800km 떨어져 있는데요. 키프로스는 역사적으로 그리스, 로마의 지배를 받다가 오스만제국의 지배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그리스계와 튀르키예계가 혼재했는데요. 북쪽은 주로 튀르키예계가, 남쪽은 그리스계가 살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1974년 키프로스에서 섬을 그리스와 병합하려는 쿠데타가 벌어졌는데요. 이에 튀르키예가 키프로스를 침공했습니다. 튀르키예의 군사 개입으로 북쪽에는 북키프로스튀르키예공화국이 수립됐는데요. 국제 사회는 남쪽의 키프로스공화국만 정식 국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키프로스가 두 나라 사이에 새로운 갈등 요소가 되는 것도 해양 자원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인근 해역에서 대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다는 게 발견됐기 때문인데요. 튀르키예는 키프로스 해역 자원은 섬 전체의 자산이라며 그리스계 키프로스 정부의 독자적인 시추 작업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해빙 기류”
이런 가운데 최근 그리스와 튀르키예 사이에는 해빙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스는 지난해 2월, 튀르키예가 대규모 지진 참사로 어려움을 겪자, 양국 관계와는 별도로 인도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그리스를 전격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물꼬가 터졌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선린 관계를 추구하기 위한 공동 선언문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약 5개월 만에 이번에는 미초타키스 총리가 답방 형식으로 튀르키예를 공식 방문하면서, 양국 간 관계 개선을 향해 한 발 더 내디뎠습니다.
한편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둘 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데요. 하지만 튀르키예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닙니다. 그리스는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여전히 남은 숙제들”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최근의 해빙 기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합니다. 이질적인 종교와 문화, 불법 난민 수용 문제부터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한 시각까지 양국 간에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일례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한 저항 단체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초타키스 총리는 하마스는 테러 단체라는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단 양국 정상은 이견은 제쳐두고 합의되는 부분부터 초점을 맞춰 가자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양국 간에는 여전히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신임 국방장관입니다.
우크라이나와 3년 차 전쟁에 접어든 러시아 정부가 국방부 장관을 전격 교체했습니다.
집권 5기를 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했습니다.
이어 러시아 상원은 14일, 벨로우소프 장관 지명에 동의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012년부터 12년 동안 재임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교체되는 것도 의외였지만, 벨로우소프 장관의 발탁은 매우 독특한 인사 조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벨로우소프 신임 국방장관은 군 관련 경력이 없는 경제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1959년 모스크바에서 경제학자인 아버지와 방사선 화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1981년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위를 취득하고, 수년간 학계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 총리들의 고문으로 일하는 한편 박사 과정을 밟아 2006년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경제개발부 장관으로 임명됐고, 이듬해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이 됐습니다. 2020년에는 러시아의 제1부총리로 임명됐습니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푸틴 대통령 충성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경제계 측근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강제 병합을 지지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은 지난 몇 년 동안 러시아의 주요 경제 정책을 구상했으며, 지난 2018년 푸틴 대통령이 4기 집권을 시작했을 때 채택한 일련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기업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엄격한 규제와 정부 투자, 경제에 대한 국가의 광범위한 참여를 주창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벨로우소프 신임 국방장관은 14일 러시아 상원에서,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에서 승리를 달성하고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는데요. 민간 경제 전문가를 국방수장으로 뽑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번 시간에는 그리스와 튀르키예 관계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신임 국방장관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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