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가 오는 9월 세계 현대판 노예제 문제를 다룰 예정인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인권단체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노예 노동 문제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국제사회가 표적 제재를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북한인권 단체들이 유엔 인권기구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내 심각한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인권기구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의 시민사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의 심각성, 규모, 본질은 현대 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인용하며 10년이 지난 지금도 개선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통치하에서 이러한 인권 침해의 규모와 범위는 계속해서 악화·심화하고 있다”며 정치범 등 구금 시설 내 수감자들에 대한 노예 노동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HRNK 보고서] “Under Kim Jong-un’s rule, the scale and scope of these violations have continued to worsen and intensify. Contemporary forms of slavery in North Korean detention facilities represent a grave and systematic violation of human rights. In these facilities, detainees, including political prisoners, are subjected to forced labor.”
“북한 구금 시설 내 현대적 형태의 노예제도는 심각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이며, 이러한 시설에서 정치범을 포함한 수감자들은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단체는 그 예로 수감자들이 위험한 환경의 광업과 농업 현장에 강제로 투입되고 혹독한 조건에서 안전 장비 없이 벌목 작업에 동원되는 상황 등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강제노동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지고 있으며 가혹한 환경으로 인해 부상과 질병, 사망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수감자들은 최소한의 휴식만 주어진 상태에서 주 7일, 하루 10~12시간 이상 노동 착취에 시달리고 있으며, 여성 수감자들에 대한 성적 착취와 학대도 만연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는 또 북한이 서류상으로는 강제노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여러 국제 인권조약도 비준했지만, 북한 당국은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구금시설에서 더욱 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개인과 기관에 대한 표적 제재를 통해 북한 정부가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하도록 국제적 압박을 지속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HRNK 보고서] “Continue and intensify international pressure on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o adhere to international human rights standards, using targeted sanctions against individuals and entities responsible for human rights abuses.”
단체는 또 “비핵화 및 안보 문제와 함께 인권을 핵심 의제에 포함하는 외교적 대화를 장려하고 외교 채널을 활용해 정치범수용소 폐쇄와 정치범 석방을 촉구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구금 시설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위성사진 분석 등 기술 수단의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도 보고서에서 비슷한 문제들을 지적하며, 북한의 현대판 노예 노동이 국가 정책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단체는 유엔 COI 보고서가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가 계속되는 이유로 “그 근간이 되는 정책, 제도, 불처벌의 관행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결론내렸었다며, 그런 관행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노예화, 고문, 성범죄 및 젠더 기반 범죄, 종교, 계급, 성별, 정치적 견해에 근거한 박해 등 반인도적 범죄를 이용해 경제적 이익과 무기 프로그램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보고서] “The DPRK has been able to strengthen its economic profit and weapons program through the utilization of crimes against humanity including enslavement, torture, sexual and gender-based crimes (SGBC), and persecution based on religion, class, gender and/or political opinion.”
아울러 북한의 이러한 노예 노동은 세계 여러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의 무기 생산과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나 북한 당국의 무력 증강을 위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노예 노동 문제는 COI나 유엔 안보리에서 조사한 적이 없고 인권 관련 회의에서도 제기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군대와 치안 세력, 광업 및 경공업과 연결된 그들의 국제 공급망, 그리고 이와 관련된 반인도 범죄 사이의 연관성에 중점을 두고 북한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개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보고서] “Therefore, we strongly urge that the UN Security Council holds a briefing dedicated to the situation in the DPRK, with a primary focus on the connection between its military and security forces, their international supply chain connected to the mining and light industries and crimes against humanity attached to them.”
앞서 오보코타 토모야 유엔 현대판 노예제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오는 9월 열리는 57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전 세계 현대판 노예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라며 회원국과 시민사회단체, 학계에 보고서 제출을 당부했었습니다.
유엔 인권기구와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현대판 노예는 강제노동과 어린이 노동, 인신매매, 노예 등 신분의 대물림, 강제 결혼 피해자 등입니다.
유엔은 특히 피해자들이 대개 협박과 폭력, 기만, 권력 남용 또는 다른 형태의 강요로 거부할 수 없거나 벗어날 수 없는 착취 상황에 직면한다고 지적합니다.
호주의 국제인권단체인 워크프리재단(WFF)은 지난해 발표한 ‘2023 세계노예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은 인구 1천 명당 현대판 노예가 104.6명으로 전 세계 국가 중 현대판 노예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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