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간단계’를 언급하며 평양에 손짓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북한도 미-한 ‘자유의 방패’ 연합 훈련 중 도발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대선을 8개월 앞두고 미-북 관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관리는 잇따라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중간 단계’(interim steps)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라 랩 후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4일 서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목표에 변함이 없지만 그 과정에서 ‘중간 단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랩 후퍼 선임보좌관] “But we're also going to consider interim steps on that pathway to denuclearization, provided that these steps will make the region and the world safer.”
다음 날인 5일 국무부에서 한반도를 담당하는 정 박 동아태 부차관보 겸 대북고위관리도 북한 비핵화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관리들의 이같은 발언을 평양에 대한 대화의 손짓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약간 변했다고 본다”며 “랩-후퍼 선임국장이 실제로 초점을 맞춘 건 충돌 방지와 긴장 완화 활동이고, 북한과 일종의 위기소통 채널이 필요하다는 논리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관리들의 발언 이후 북한과 미국은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4-11일 기간 중 진행된 미한 ‘자유의 방패’ 연합 훈련기간 중 도발을 자제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일 북한 특수부대 훈련을 그리고 7일엔 포병 사격훈련을 지도했지만 이렇다 할만한 도발은 없었습니다.
이는 과거의 북한 행태와는 상당히 다른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상반기 미한 연합훈련 기간 중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했으며 핵 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시험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5일 국방성 담화를 낸 것도 달라진 대목입니다. 북한은 이날 국방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냈지만 발언 수위는 높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에는 상당히 거친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해 3월 7일 미한 연합훈련을 앞두고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의 전략무기 시험에 요격과 같은 대응이 따르는 경우,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미국도 올해 연합 훈련에는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자유의 방패’ 훈련에는 미 해군의 니미츠 항모 강습단과 미 공군의 B-1B 전략 폭격기가 참가했습니다.그러나 올해는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원자력 잠수함같은 전략자산은 한반도에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은 미국과 북한 모두 이번 훈련에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미북 간에 모종의 막후 접촉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종 센터장]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두고 서로 갈등을 피하는 분위기인데요. 아마도 북미 간에 물밑접촉이 있었거나,중국을 중재로 한 북한의 행동 자제 부분이 있었지 않을까.”
관심사는 미한 연합군사훈련에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던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가 이뤄지느냐 여부입니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싶어합니다. 정 박 국무부 대북 고위관리는 1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과 관여할 방법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며 “외교만이 지속적이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박 대북고위관리] “Regardless, we're going to keep trying to see where we can engage with the DPRK because diplomacy is the only way that we can get any kind of sustained, peaceful Peninsula and to talk about the denuclearization issue.”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11월까지 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공식적인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보다는 미북 막후 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Open dialogue, I don’t think help President Biden. But back channel negotiation, that’s possibility.”
미북 대화가 재개되기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8개월밖에 남지 않았기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의 대선 구도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양자 대결로 확정 됐으며 여론 조사를 보면 두 사람은 오차 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편에 줄을 댔다가 다른 편이 승리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바이든과 트럼프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이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에 대해서는 관리 모드로 들어가, 바이든 정부와는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바이든 정부 2기에 본인들이 원하는 핵군축 협상으로 들어가고, 만일 트럼프가 된다면 어게인 하노이 정상회담으로 가는 대안이 있거든요.”
북한은 이미 1월부터 미국의 대선에 대비한 전략적 포석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우선 북한은 한국과 미국, 일본에 대해 각각 다른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에서 ‘평화통일, 동족’같은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의 대남정책이 ‘하나의 조선’에서 ‘두 개의 조선’으로 바뀐겁니다.
조한범 박사는 이는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 위원장 얘기를 토대로 분석할때 이는 한국이 낄자리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미북 하노이 정상 회담이 실패한 것은 당시 한국 문재인 정부가 개입했기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일본에 대해서는 일북 정상회담 등을 거론하며 손짓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본의 마키노 요시히로 히로시마대학 객원 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 기자는 북한이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일본에 접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고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본이 이에 반발하면 미북 협상이 안되거나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사전에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마키노 기자는 말했습니다.
[녹취:마키노 기자]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과 (북한)핵무기 보유 인정하면 안된다고 여러가지 어드바이스 했기때문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이번에 일본정부가 또다시 북미 협상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북미 협상과 북일 협상을 병행하려고…”
북한은 또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두고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1월 5일 이후 한 달여 동안 서해완충구역 포격과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그리고 5번에 걸친 순항미사일 발사 등 총 12번의 무력도발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 순항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발사했으며 미국을 자극할 수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아직 없습니다.
북한은 초음속 무기 개발 등은 계속하겠지만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당분한 자제할 것이라고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은 전망했습니다.
[녹취:이영종 센터장] “북한이 기본적으로 한미합동 군사연습이나 올 봄까지는 본격적인 도발은 자제하고 내부 역량을 축적하는 쪽으로 갈 것같습니다.”
이렇듯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8개월 앞두고 한반도 정세는 미묘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선 국면'에 접어든 미-북 관계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또 이것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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