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1년 365일의 첫걸음을 떼었는데요. 이 365라는 숫자에는 이 밖에도 여러 다른 의미가 있죠. 36.5도는 사람의 체온, 3.65kg은 신생아의 평균 몸무게고요. 또 연탄 한 장의 무게도 3.65kg입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면 연탄이 있어야 하는 분들을 찾아 연탄으로 따뜻한 체온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서울', 오늘은 서울연탄은행이 함께하는 '연탄 나눔 봉사'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연탄 봉사 현장음]
경기도 과천시 비닐하우스촌인 '꿀벌 마을'에서 연탄은행과 덕우라이온스클럽 약 20명의 회원이 함께 모여 연탄 나눔 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각자 익숙한 듯 역할을 나누고 있는데요. 먼저 연탄은행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허기복 대표의 설명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허기복 대표] “연탄은행은 98년도 외환위기 시절에 (강원도) 원주 쌍다리 밑에서 밥을 나누면서 어려운 이웃들을 함께 돕고 지원하고 또 연탄이 없어서 냉방에 지내는 어려운 어르신들 연탄을 지원하기 위해서 2002년도에 연탄은행을 설립해서 전국의 어려운 가정들 추운 겨울에 이겨나갈 수 있도록 연탄을 지원하면서 따뜻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조금이나마 발 벗고 뛰었던 단체입니다.”
보통 연탄은 한 가정당 10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6개월 정도 사용하는데요. 그렇기에 허기복 대표는 한 가정에 못해도 4번 이상 나눔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고요. 일일이 가정을 방문해 연탄 상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허기복 대표] “연탄은행을 설립해서 후원과 봉사자 이렇게 연결해서 어려운 가정에 무료로 연탄을 지원하면서 봉사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2시간, 2시간 4시간 정도 연탄 배달을 직접 하고 서울뿐만 아니라 울릉도, 제주도까지 가서 섬에 사시는 어르신들 또 산간벽지에 사시는 농어촌에 계신 어르신들, 때로는 도시 빈민촌에서 옥탑방 또 지하에 사시는 어려운 어르신들 연탄이 없어서 냉방에 지내지 않도록 차례차례 연탄을 지원하고 또 전국을 다니면서 어려운 가정들을 다 방문해서 언제 연탄이 필요한지 또 언제 연탄이 떨어졌는지 또 몇 장의 연탄을 또 때시는지 이렇게 살펴봐서 연탄을 지원하고....”
또한 연탄 나눔 봉사뿐만 아니라 연탄을 직접 기부하는 후원도 할 수 있는데요.
[녹취: 허기복 대표] “어떤 분은 내가 봉사하고 싶은데 너무 몸이 아파서 또 일이 바빠서 못 나가니 연탄 한 장이 얼마예요? 그러면 연탄 한 장이 지금 소비자 가격으로 배달료 빼고 850원이에요. 그러면 내가 100장 할게요. 그래서 100장도 하시고 어떤 분은 나는 요즘 좀 어려워요. 그래서 내가 파지도 팔았어요. 그러면서 연탄 10장, 8천500원도 후원하시고 어떤 분은 1만 장을 후원하는 분도 있어요. 그래서 1만 장이면은 850만 원이거든요. 그래서 봉사하다가 후원하고, 후원하면서 봉사하고 또 외국에 나가 계신 동포님들이 후원하시고 격려하는 편지도 보내주시고, 또 연탄 나누는 사진 찍어서 보내드리면, 연탄 때는 분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정말 가슴 아프지만, 고국의 소식을 들으니까 너무 좋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허기복 대표는 현재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의 수는 8만 가구라고 전했고요. 이들에게는 연탄이 생존의 연탄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허기복 대표] “저희 연탄은행이 2년에 한 번씩 연탄 가구 조사를 하거든요. 이번에 조사를 했을 때는 연탄 가구가 10만 가구가 조금 되지 않았어요. 가구 수는 10만 가구가 채 안 되지만, 그분들 평균 연령이 80이 넘으시고 월 소득이 대개 35만 원 미만이세요. 그리고 연세가 높다 보니까 노인성 질환으로 고생하시기 때문에 일을 하시기 힘들어서 거의 파지 수거를 하신다든지 노점에 하신다든지 이런 분들이다 보니까 주거 환경도 아주 열악하고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다 보니까 도시가스는 엄두도 못 내고 기름을 때면 좋은데, 기름은 한 달에 돈으로 환산하면 50만 원인데 연탄은 150장 때도 한 달에 13만 원이면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연탄이기 때문에 8만 가구에 연탄은 생존의 연탄이에요.”
이날 연탄 봉사에 참여한 봉사자는 덕우라이온스클럽의 회원들이었는데요. 정기승 회장은 연탄 봉사를 꾸준히 참여해 왔다고 말합니다.
[녹취: 정기승 회장] “우리 클럽 자체가 봉사를 목적으로 한 클럽이기 때문에
이때까지 쭉 이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연탄 봉사는 5년 전부터 매년 2회, 12월하고 1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보통 몸으로 하는 봉사가 아니라 주로 현금 주고 이런 봉사가 많거든요. 물품 지원하고 이런 게 많은데, 연탄 봉사는 우리가 몸으로 하므로 회원들이 훨씬 많은 보람을 느껴요. 봉사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이렇게 다니다 보면 현실적으로 지원이 필요하신 분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매년 2회,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봉사하면서 수혜자를 간혹 만난다고 전했고요. 그분들이 오히려 무언가를 더 내어주고 나눠줄 때 더 큰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기승 회장] “실질적으로 저희가 수혜자분들하고 직접 대면은 많이 못 하거든요. 보통 문만 열어주시고 가시고 그래요. 그런데, 작년에 보령마을 연탄 봉사를 했거든요. 그때 아주 나이 드신 할머니가 문 열어주시고 과일 같은 거 갖고 와서 막 주시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거 보면서 저희가 봉사하고 있지만, 이 사람들이 우리한테 주는 것도 많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봉사 받는 사람을 위해서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갖는 저희한테도 많은 보람을 주는 것 같기 때문에 봉사에 적극적으로 나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까만 연탄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니 연탄을 실어주는 봉사자와 나르는 봉사자로 분주합니다. 특히나 날씨가 추워, 미리 모아둔 연탄은 얼어붙었고요. 김주현 씨는 3년째, 지게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전했습니다.
[녹취: 연탄 실어주는 현장음]
[녹취: 김주현 씨] “저는 주로 나르는 쪽, 지게. 무릎을 좀 굽히고 힙(엉덩이)에 힘을 주고 어깨에 힘을 주면 절대 넘어지지 않아요. 그리고 갈 때 두 개를 더 손에 들고 가면 중심이 더 잡혀서 편해요. 연탄 봉사 보람이요. 일단 처음에는 가족들하고 같이했어요. 저보다도 애들이 더 뿌듯해하고, 남을 돕는다는 것은 받는 것보다 더 기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혼자가 있으면 힘들지만, 여럿이 나누면 아무래도 더 가벼워지니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될 수 있으면 동참을 유도하죠. 그만큼 더 분담이 줄어드니까 아무래도 좀 덜 지루하고 덜 힘들고 다음에 또 너무 힘들면 안 나와요. 저희가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돼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이런 곳이 있다고 그러면 좀 더 많은 곳에서 봉사하고 싶어요.”
연탄이 향하는 곳, 한 수혜자의 집으로 가니 한쪽에서 연탄을 적재하고 있습니다. 봉사자 김정수 씨는 연탄을 하나하나 쌓고 또 개수를 세고 있는데요.
[녹취: 적재 현장음]
[녹취: 김정수 씨] “제가 3년째, 4년째 하고 있는데 이게 제일 어렵고 힘드니까 매번 이것만 시키네요. 올 때마다.... 여기 300장입니다. 무너지지 않게, 무너지면 다 깨지지. 개수 잘 쳐야 하고... 제일 힘들어요. 허리 근육, 안 쓰던 근육 쓰니까 살짝 근육통이 있는데 괜찮습니다. 막걸리 한잔 먹으면 다 납니다.”
모두가 활기차게 봉사하고 있는 가운데, 한 봉사자는 얼굴에 연탄이 묻은 것도 모른 채 연탄을 나르고 있었는데요. 최미화 씨입니다.
[녹취: 최미화 씨] “추운 겨울날 난방도 안 되시고 따뜻하게 사시라고 하게 됐어요. 저요. 그냥 나르는 것도 하고요. 실어주는 것도 하고요. 계속 실어주는 것만 해서 저게 더 편하거든요. 나르는 게 힘들어요. 그래도 여자는 4장에서 6장씩 나르니까 그래도 괜찮아요. 그냥 좀 마음이 좋아요. 보람되다고 해야 할까요? 어려운 분들 도와주고 하면 기분이 좋고 뿌듯하고, 2024년 다들 하고 싶은 일, 소망 다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날 수혜자 가운데 20년 동안 매해 연탄을 지원받았다는 김덕순 씨는 도와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습니다.
[녹취: 김덕순 씨] “우리 마을에 연장자분들이 많아요. 60~70대, 90대분 이런 분들이라 거의 연탄으로 때요. 기름값 안 들고 겨울에 잘 활용하고 있어요. 한 번 받을 때마다 200장에서 300장, 5번, 6번 정도 오는 것 같아요. 1천200장 정도. 그러면 1년 거의 땐다고 봐야죠. 저희가 또 들어온 만큼의 그거를 잘 조정해서 더울 때는 막고 추울 때는 좀 열어놓고 이런 식으로....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하고 있어요. 봉사자분들한테도 항상 좋은 일만 생기시길 바라고 항상 건강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올겨울 따뜻하게 보내겠습니다.”
끝으로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사랑의 손길과 나눔을 모아 새해에는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길 바랐습니다.
[녹취: 허기복 대표] “연탄은 차지만 타면 정말 따뜻하고 3.65kg 연탄이 사람의 체온 36.5도를 덥혀주는 것이 연탄이기 때문에 알고 보면 연탄처럼 이타적인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연탄이 아니라 금탄 한 장 한 장 도와주시고 마음을 열어주시면 대한민국은 따뜻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