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하면 아날로그 시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장시간 음반을 뜻하는 레코드판인 LP가 주인공인 음악 축제가 있습니다. ‘서울레코드페어'인데요. 추억 속의 물건처럼 여겨지는 LP가 요즘 MZ세대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서울’, 오늘은 '제12회 서울레코드페어'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아날로그 기반으로 녹음된 해리빅버튼의 'Big Fish' 앨범이 LP를 통해 흘러나옵니다. 서울레코드페어 현장 곳곳에서는 부스 별로 다양한 장르의 LP를 소개하고 있었고요. 한정반과 중고 음반뿐만 아니라 LP를 들을 수 있는 여러 오디오 장비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먼저 '서울레코드페어'가 탄생하게 된 취지부터 들어봤는데요. 김영혁 대표입니다.
[녹취: 김영혁 대표] "2011년에 시작할 때 일단 골동품처럼 알고 있던 LP라는 매체를 사람들한테 소개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세대분들한테 이런 매체가 아직도 있고 매력이 있다는 걸 소개하면 많은 분이 오셔서,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이런 경험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사실 매장에서 잘 안 팔고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보니까 이런 것들을 저희가 놀이터처럼 준비해서 그런 걸 판매하시는 분들이나 만드시는 분들이 오셔서 같이 뭔가 놀이처럼 보여줄 수 있으면 여기 오셔서 같이 놀아주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벌써 12회째를 맞이한 서울레코드페어, 해를 거듭할수록 LP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연령대도 다양해졌다고 하는데요.
[녹취: 김영혁 대표] “처음에 한 2천 명 정도 오셨어요. 그런데 그렇게 오셨던 것도 사실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그때 저희가 많은 힘을 얻었고요. 10년 이상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은 분이 오시고 그사이에 음악 하시는 분들이 LP를 발매하는 횟수도 많아지고 뭔가 이런 부분들이 예전보다는 많이 대중화가 된 상황이라서 예전보다는 많이 접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수월해진 이벤트가 됐습니다. 2019년부터 많이 오시기 시작했는데 2019년에 한 2만 명 이상 오셨었고 근데 올해 또 많이 오신 것 같아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영혁 대표는 젊은 세대가 LP를 찾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전했습니다.
[녹취: 김영혁 대표] “예전에 이 매체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한테는 골동품일 수도 있는데 이걸 처음 보는 분들은 그냥 신기한 새로운 매체거든요. 물론 이게 만들어진 지는 수십 년이 됐지만, 전성기는 몇십 년 전에 있었지만, 보면 되게 신기하고 일단 매체가 크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음반이라는 건 대부분 CD나 아니면 스트리밍이나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음반이다 보니까 작잖아요.이건 눈에 크게 들어오는 매체다 보니까 그런 부분들이, 비주얼이 중요한 시대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더 많이 원하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LP라는 매체가 21세기에 더 매력적인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특히 이번 행사에는 가장 많은 부스가 참여했는데요. 90여 개의 업체가 함께 했다고 합니다.
[녹취: 김영혁 대표] “음반을 판매하는 매장에서도 오시고요. 기획해서 제작하시는 회사에서도 오시고 스스로 음악을 제작해서 회사 없이 음악을 발표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그런 분들이 사실 자기 음악을 홍보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근데 그런 분들이 여기 오셔서 자기 음악이나 앨범을 홍보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또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은 해외 교류가 거의 힘들었는데 그런 상황이 조금은 진정돼서 이번에 일본이나 대만(타이완)에서 참여하신 부스도 계시고 가능하다면 좀 더 범위를 넓혀서 더 많은 해외 교류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장을 돌아보니 타이완에서 온 한 업체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왕가위 영화감독의 영화 주제곡을 담은 음반과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타이완 인디 아티스트의 음반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토마스 총대표의 이야기 통역으로 들어봅니다.
[녹취: 토마스 총대표] “여기 와서 보니까 연령층이 되게 넓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음악을 아주 좋아하나 봐요. 아주 좋아해서 많이 구매하고 이런 모습은 너무 좋대요. 요즘 대만(타이완) 젊은 세대도 피지컬 이런 음반 가치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요. 갖고 싶은 사람들, 이런 피지컬 음반 특히 그 소리의 생명력 그건 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실제 이 부스에서 LP를 꼼꼼하게 살펴보던 한국 시민 공민서 씨는 마음에 드는 음반을 골랐는데요.
[녹취: 공민서 씨] “이거는 왕가위 영화, '타락 천사' 되게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데, 요새 사운드트랙 음반을 많이 듣다 보니까 이렇게 요새 새로 나온 신보를 LP로 하는 것보다, 옛날 거를 오히려 LP로 듣는 게 더 값어치 있다고 느껴져서, 옛날 영화 LP 위주로 사려고 나왔는데 마침 이게 한정반에 1천 장밖에 세상에 없다고 그래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행사장 한쪽에서는 릴 마스터테이프 음반을 들을 수 있는 릴 데크 장비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이 부스를 운영하는 여진수 씨의 이야기입니다.
[녹취: 여진수 씨] “저희는 릴 데크를 판매하는 수입 업체고요. 이 마스터 원본 음악을 테이프로 재생하는 거고요. 릴 데크라고 해서 프랑스에서 만든 장비예요. 재생 장비고,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 제품으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거는 보통 LP나 원본 소스를 마스터 릴로 생산해서 이렇게 재생하는 방식이에요. 아무래도 오디오 마니아들이 많이 사용하시고요. 녹음용 장비로도 많이 사용하세요. 레트로 세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세대가 역행하기 때문에 이런 카세트 데크도 다시 나오고 있고요.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생소하신 데도 올해는 조금 더 많이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현장에는 20대부터 6,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한국 시민이 찾아왔는데요.
[녹취: 홍지학 씨] “일본 음악도 사고 옛날 재즈 판도 사고 사운드트랙도 사고요. 록 음악도 사고... 매년 오고 있어요.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아요. LP를, 음악을 듣는 걸 목적으로 사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 요즘은 수집 목적으로 사는 분도 있는 것 같고 그게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단순히 들으려고 사는 거, 좀 다른 게 있죠. 옛날에 LP 듣다가 CD 넘어갈 때도 반감이 있었거든요. 소리가 다 일정한 것 같아요. 모든 음반이, 근데 레코드는 아날로그니까 결과물이 다 똑같지 않잖아요.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녹취: 공민서 씨]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게, 유재하 LP 처음 듣고 너무 반해서 완전히 이쪽에 관심을 가진 것 같아요. 일단은 앨범 커버를 크게 보는 맛도 있고, 음악을 소유한다는 개념이 없잖아요. 다 디지털 음원으로 들으니까 근데 그거를 제일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LP인 것 같고, 옛날 음반을 듣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그만의 감성을 제일 잘 나타낼 수 있는 게 LP로 듣는 거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 나오는 음악이 LP로 나온다고 그러면 저는 사실 안 사는데, 옛날 음반을 LP로 사는 건 값어치가 있다. 근데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예전에는 이렇게 비싸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특별한 취미 중의 하나였는데 지금 리셀(재판매)도 하다 보니까 값어치가 너무 많이 올라서 그 부담을 견딜 수 있으면 수요가 많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초등생 자녀와 함께 온 이덕행 씨는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음악 축제이자 자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됐다고 합니다.
[녹취: 이덕행 씨] “와서 구경하니까 옛날 향수들을 불러일으킬 만한 앨범도 많아서 추억도 생각나고 좋아요. 아까 오다 보니까 ‘나홀로집에’ LP판도 봤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LP판의 매력은 옛날의 전축이라고 하죠. 옛날에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음질이 깨끗하진 않지만, 치지직거리는 화이트 노이즈라든가 그런 감성 같은 게 요즘에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인 것 같아요.”
[녹취: 이건 학생]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듣는 것보다 약간 색다른 느낌일 것 같아서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서울레코드페어'의 김영혁 대표는 앞으로 한국의 LP 시장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녹취: 김영혁 대표] “미국이나 유럽은 사실 저희보다 훨씬 시장이 커요. 일찍 LP가 인기를 얻었었고, 예를 들면 미국 같은 나라만 해도 거의 모든 활동하는 가수가 자기 음반을 CD로도 내지만 LP로도 발매하거든요. 그만큼 대중화가 됐고 판매량을 봤을 때도 CD를 눌렀거든요. 미국 같은 경우는, 그래도 뭔가 음악을 사서 집에서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계속 LP를 구매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트렌드가 계속 이어지고 자리 잡게 된다고 하면 이 시장은 계속 유지될 것 같아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