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159명이 숨졌습니다. 올해는 핼러윈 축제를 여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고 한국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태원 참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요.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서울’, 오늘은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한국 내 분위기 전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합동분향소 현장음]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한국 시민의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서명한 한국 시민에게는 보라색 리본을 나눠주고요.
분향소를 찾은 한국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한국 시민 이기령 씨와 구나영 씨도 우연히 이곳을 들리게 됐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기령 씨] “여기를 오려고 온 것은 아니고 사실 행사가 있어서 시청역에 온 김에 여기까지 다다르게 됐는데 분향소가 있어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핼러윈 행사를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작년 그 시간대에, 고려대 재학 중인데 고연전 뒤풀이 행사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거를, 새벽에 가족들한테 괜찮냐고 연락도 오고 뉴스도 보고 하면서 굉장히 이질감도 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녹취: 구나영 씨] “이 희생자들을 통해서 다시는 이 땅에 이런 힘든 참사가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있어서는 안 될 일, 젊은 친구들이 너무 안타깝고 그 부모들의 마음, 저희도 자녀가 둘이나 있는데 너무 안타깝고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면 정말 안 될 것 같아요.”
현장에서는 합동분향소를 지키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보라색 리본을 만들고 있었는데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송채림 씨의 아버지, 송진영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송진영 씨] “지금 평상시에는 하루 세 분, 한 분씩만 세 타임으로 이렇게 지키는데, 10월 들어서는 저희가 집중적으로 추모한다는 의미에서 하루에 두 타임으로 유가족 다섯 분씩 이렇게 해서 두 타임으로 운영하고요. 그러지 않더라도 그 지킴이 외에 유가족들이 분향소에 많이 나오세요. 항상 나오셔서 저렇게 보라 리본을 만들어서 배포하는 일을 하고 있죠.”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유가족들은 더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합동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고요. 벌써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 시민이 분향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송진영 씨] “1주기 질문받을 때마다 사실 좀 먹먹해요. 그리고 지금 1주기가 오니까 1년 전의 상황들이 많이 떠오르고 하니까 좀 많이들 아파하죠. 시민분들 많이 오시죠. 서울광장에서 축제하고 나면 끝나시고 관람하셨던 분들이 나오시면서 분향소를 들러서 분향해 주시고 또 축제 중간이라도 여기 분향소가 있구나, 이태원 참사가 아직도 진행 중인 거라고 알고 가시는 분들도 많고요. 우리가 지금, 이 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있는 거는 추모 그리고 기억 그리고 투쟁의 의미도 있어요. 근데 저희가 여기 나와서 하는 거는 최종적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거거든요.”
앞으로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한국 시민 이기령 씨도 핼러윈 대비 인파 관리 대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기령 씨] “일단은 핼러윈에, 이태원에 모이는 것 자체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그런 행사였고 사실 그럼에도 준비가 필요했겠지만,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그런 참사가 발생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정말 예방책이 필요할 것 같고...”
그리고 공연 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한 한국 시민도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 관리 부분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한국 시민] “사실 세계적으로도 여러 문화를 인정받고 또 참여하는 그런 의식조차도 되게 많이 성숙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런 참사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문화를 즐기는 데도 행사 기획이나 오시는 시민들이 경각심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저희가 작은 공간이든 큰 공간이든 무언가를 진행할 때 항상 안전관리 대책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오시는 방문객들과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많이 챙기고 있는 것 같아요. 여러 곳에서...”
그래서 오는 31일 핼러윈을 앞두고 한국 정부는 인파 밀집 예방을 위한 안전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서울 용산구에서는 인파 밀집을 방지하기 위한 임시 도로와 경찰과 소방 인력을 운영하겠다고 밝혔고요. 더불어 지능형 CCTV를 설치해 실시간 위기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시민들은 올해 핼러윈 데이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한국 시민 김미영 씨입니다.
[녹취: 김미영 씨] “핼러윈 데이가 얼마 안 남아서 그전부터 계속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년에 너무 충격적이어서, 제가 원래 아기자기하고 이런 거를 굉장히 좋아해서 핼러윈 때 그런 재미있고 귀여운 소품들이 많이 나와서 어디를 특별히 가진 않더라도 몇 개 소품을 사서 집에서 그 기분을 내기도 하고 즐기기도 했는데, 작년에 사고 터지고 나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이런 마음들이 너무너무 미안해지고 죄송해지고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어떤 식으로 핼러윈을 대할지 저도 사실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김미영 씨는 올해 핼러윈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고요. 구나영 씨도 축제는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전했습니다.
[녹취: 김미영 씨] “올해는 그냥 조용히 추모하고 애도하는 마음으로 아마 올해뿐만 아니고 영원히 그렇게 보낼 것 같아요. 일단은 그거를 오랜 시간 잊지 않고 기억하고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준비도 많이 하고, 근데 요즘 그 사건 이후로 크고 작은 행사를 하면 시민 인식이 그래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런 큰 사건을
겪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게 많이 안타깝긴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서로서로 그런 마음을 갖고 지내면 좋을 것 같아요.”
[녹취: 구나영 씨]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들을 생각해서 불과 1년밖에 안 됐는데 이건 축제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난해 사고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한 시민도 있었는데요. 김은영 씨는 그 당시 친동생이 이태원 사고 현장에 가깝게 있었다는 얘기를 전했습니다.
[녹취: 김은영 씨] “그 당시에 제 동생이 거기 핼러윈 현장에 있었어요. 그래서 아침에서야 뉴스를 봤는데 동생이 그 현장에 있었다는 게 불현듯 기억나서 동생한테 바로 새벽에 전화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 현장에 있었지만, 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빨리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족이 사고의 당사자가 되지 않아서 안도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또 그 가족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마음에 굉장히 마음이 아팠고요. 아직도 (서울) 시청 근처에 분향소가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우연히 그 공간을 지나다가 거기 잠시 머물러서 애도하고 지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축제를 즐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말했는데요.
[녹취: 김은영 씨] “축제를 즐기는 건 모두 자유고, 또 자신을 표현하는 날이기도 하고 그거에 대해서는 저는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거에 앞서서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어떤 기반 시설이라든지 통제라든지 이런 부분이 잘 이루어진다면 핼러윈이든 전통 축제라든지 다양한 축제가 어느 곳에서든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열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태원 참사 현장은 '기억과 애도'의 공간으로 정비될 예정입니다. 정비 작업에 참여한 유족 이진우 씨는 참사 현장이 슬픔과 추모에 묻히지 않고 원래 갖고 있던 '즐거운 공간'이란 본질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고요. 끝으로 유족 송진영 씨는 사회 문제에 더 많은 한국 시민이 관심 가지길 바랐습니다.
[녹취: 송진영 씨] “우리 아이들이 가지지 못했던 안전한 사회 그거를 우리 아이들은 이미 없지만 현재 살아있는, 젊음을 즐기고 있는 친구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하고요. 사회적인 참사에 관심을 가지고 기억해 주고 하는 것만이 이런 참사를 막을 방법인데 그렇다고 해서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분향소를 차려놓고 어제도 간담회를 하고 왔는데 이렇게 많이 다니면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