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북한제 무기를 사용한다고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말했습니다. 토르 대사는 14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온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과 한국이 각각 이란과 북한이라는 ‘불량국가’를 상대하는 만큼 방위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토르 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민간인 피해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무력충돌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토르 대사) 두 가지의 목표를 갖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와 테러 조직으로서의 하마스의 군사력을 종식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목표는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들을 무사히 귀환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 북쪽의 헤즈볼라라는 또 다른 적을 막아야 하고 역내 이란의 간섭 행위도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저지하는 방법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피해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하마스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과거 모든 전쟁에서 그랬듯 이스라엘은 교전 규칙을 준수하며 이스라엘에 해를 가하는 하마스의 군사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할 것입니다.
기자)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언급하셨습니다. 헤즈볼라의 참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토요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지역 5곳을 공격했습니다. 제5차 중동 전쟁으로의 확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입니까?
토르 대사)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시작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 해도 우리는 그들과 (헤즈볼라, 하마스) 동시에 싸울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어떤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가자지구 내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들에 대한 계획도 궁금합니다.
토르 대사) 세부적인 작전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그것은 기밀이고 제가 알고 있다고 해도 공유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저는 가자지구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있는 주민들에게 남쪽으로의 대피 명령을 내렸고 하마스가 이를 막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주민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군사 목표물만을 타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기자) 이번 하마스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십니까?
토르 대사) 이란이 하마스를 정치적, 재정적, 최소한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는 최근 하마스 지도부가 이란 대통령을 만나 공개적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번 공격을 특정해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하는 등 직접 개입했다는 데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지난달 미국이 한국의 은행에 동결됐다 해제한 이란 자금 60억 달러가 하마스로 흘러 들어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이 자금이 지원되고 있다는 얘기인데,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토르 대사) 우리는 한국 은행들에 보관돼 있던 (이란) 자금이 어떤 식으로든 하마스에 도달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의 일반적인 견해는 이란에 대한 제재가 완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도주의적 목적이더라도 이란으로 가는 자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하마스가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 북한제 무기를 사용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에서 파악한 것이 있습니까? 하마스와 북한 간 무기 거래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토르 대사)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하마스에 대응할 것입니다. 우리는 당장의 적이 있는 우리의 상황을 다룰 것입니다. 하마스는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온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무기가 이란에 꽤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공격한 곳 중의 하나인 가자지구에서 북한 무기를 사용합니다.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이 무기들을 파괴할 것입니다.”
기자)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정상화 협상이 추진되는 가운데 발생했습니다. 두 나라 사이 진전되던 관계 개선 노력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토르 대사) 지금의 안보 위기로 인해 관련 논의가 다소 지연되더라도 이 상황이 끝나면 다시 돌아갈 겁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모로코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과거보다 이스라엘을 수용하는 ‘역동성’ 있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고 이것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을 확대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이스라엘의 안정화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아랍국가 내 친미 국가 간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아랍 국가이며 우리 두 나라의 관계 정상화는 (중동지역 내) 온건파와 평화파, 진보파의 세력을 안정시키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시아파 무장세력의 혁명을 주장하는 이란 체제에 반대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를 정상화하면 (중동지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이미 이번 하마스의 공격을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로 규정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이 어떤 외교적인 입장을 취하길 희망하십니까?
토르 대사)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매우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잔혹 행위를 분명하게 규탄했습니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고 이스라엘 정부는 이 같은 한국 정부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스라엘 연대 집회 참석자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는데, 이를 지켜보는 심정이 어떠셨습니까?
토르 대사) 우선 이런 것들이 가능한 한국의 민주주의에 감탄했습니다. 반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슬펐습니다. 매우 극단적인 행위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이 그랬고 또 시위대 일부가 유대인 전멸 구호를 외치는 것도 그랬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이 빚어질 때마다 곳곳에서 이런 집회가 자주 벌어지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이상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이스라엘 간의 두터운 우정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5천여 명의 신도가 모인 가운데 이스라엘을 위한 특별기도회가 있었고 저도 그 기도회에 참석했습니다. 그것이 ‘한국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주한 이스라엘 대사로 부임한 지 3년이 됐습니다. 북한의 ‘하마스식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에 필요한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요?
토르 대사) 한국에 온 지 3년이 됐고 한국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한국인은 매우 강하고 회복력이 있으며 능력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같이 국방의 의무도 있습니다. 많은 군사 훈련도 지속하고 있고요. 한국의 자체 방어력은 뛰어나다고 확신합니다.
기자) 북한이 한반도에서 하마스와 같은 공격을 할 수는 있다고 보십니까?
토르 대사) 그 부분은 한국 국방부가 평가할 사안입니다만 이 점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방위 관계는 긴밀하고 굳건하며 더욱 강력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이란과 북한이라는 두 불량국가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란과 한국은 북한과 각각 직면하고 있지요. 특히 이 두 나라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따라서 이스라엘과 한국은 어떠한 위협으로부터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최첨단 기술 개발에 더욱더 협력해야 합니다.
기자) 자녀들과 사위 모두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참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하는 자녀들이 자랑스럽겠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토르 대사) 제 아이들 모두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가 한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전쟁이 발발했고 바로 이스라엘로 귀국해 참전 중입니다. 저는 제 가족이 자랑스럽습니다. 아내도 지금 저와 여기에 있는 것보다 이스라엘에 머무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정해 돌아갔습니다. 제 아이들은 이스라엘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힘입니다. 소국인 이스라엘은 어느 때든 전쟁이 발생하면 예비군이 바로 투입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물론 부모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지만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지금까지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대사로부터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한 이스라엘 당국의 입장과 하마스에 대한 북한의 무기 지원 가능성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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