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은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한국 국경일입니다. 한국 시민은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데요. 그렇기에 이맘때쯤에 가장 붐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국립한글박물관인데요. 최근 이곳에서 한글 노래 '한양가'에 관한 기획 특별전이 개막했습니다.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서울’, 오늘은 '서울 구경 가자스라, 한양가' 전시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매화타령 현장음]
조선 후기, 별감들이 중심이 되어 관기와 악공을 데리고 노래와 춤을 즐기던 행사죠. 승전놀음에 울려 퍼지던'매화타령'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특별전인 “서울 구경 가자스라, 한양가'에서는 한글 노래로 전한, 한양의 찬란했던 순간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먼저 이번 전시회에 관한 소개, 고은숙 학예연구관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고은숙 학예연구관] “'한양가'라는 조선시대 때 만들어진 한글 가사 작품이 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문구를 따서 만든 제목이에요. 그래서 서울 구경을 함께 해보자는 내용인데요. 당시 사람들한테 굉장히 많이 읽혔던, 인기가 많았던 장편 한글 가사 작품입니다. 1844년에 한산거사라는 필명을 가진 분이 서울의 다양한 공간들, 궁궐이랑 관청, 시장 그리고 별감이 벌이는 승전놀음이나 아니면 임금님의 능행길 그리고 궁에서 열렸던 과거 시험장의 장면까지 눈으로 보는 것처럼 굉장히 생생하게 묘사해 놓은 그래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서울에 와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면 서울이 어떤 곳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만든 그런 책입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는데요. 조선시대 청계천에 놓인 광통교를 시작으로, 1부 '아름다운 수도, 한양을 노래하다'가 소개됩니다.
[녹취: 고은숙 학예연구관] “1부는 광통교를 영상 이미지로 만들었어요. 현대인들이 바쁘게 일상생활 하는 도심의 공간, 그 광통교에서 조선시대 때 광통교의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옛날 서울 구경을 하는 거죠. 그래서 1부에서는 '한양가'라는 문학 작품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그 배경을 관련 유물들과 함께 보실 수 있도록 구성했고 2부는 '한양가'의 책 내용 자체를, 19세기 중반에 서울을 '한양가'의 책 속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것처럼, 실제로 구경하는 것처럼 구성했고, 3부에서는 '한양가'라는 문학 작품 이후에 나온, 서울을 다룬 문학 작품들을 관련 유물과 함께 소개했고 서울이라는 공간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함께 생각해 보실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한양가'는 사료로서의 가치도 뛰어난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녹취: 고은숙 학예연구관] “19세기 중엽에 한산거사라는 분이 한양만을 단독으로 해서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한글 문학 작품이에요. 이분의 신분이 별감으로 추정되는, 그래서 임금님을 모시는, 임금님의 명령을 전하는 일을 했었던 사람인데 이 사람의 눈으로 본 조선 시대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 같은 것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보니까 사대부들이 한문으로 쓴 것과는 다른, 그들이 주목하지 못했었던 다양한 장면들을 한글로 기록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사료로서의 가치도 굉장히 높은 그런 작품입니다.”
전시에서는 한국의 말과 글의 관점에서 '한양가' 전체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삶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전시 관계자는 글로만 접했을 때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해하기 쉽도록 영상으로 풀어냈다고 합니다.
[녹취: 고은숙 학예연구관] “자료를 전시장에서 구현하려고 했을 때 조선시대 때 한양의 풍경이 어땠다는 거를 시각적으로도 보여주고 싶은데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김홍도 그림이라든지 신윤복 그림이라든지 당시 풍속화 같은 것들이 일부 남아 있어서 '한양가'에 나오는 문장을 설명하고, 정말 실제로 이런 장면들을 눈으로 보듯이 묘사를 정말 잘했다는 부분도 있지만, 또 어떤 부분들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었거든요. 궁궐이랑 궁궐 안팎에 있는 다양한 관청이 나오는데 그 안에서 일하는 다양한 무관들 이런 사람들이 입은 옷에 대해서도 문장으로만 적혀 있으면 상상이 어렵잖아요. 그거를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풀면서 '한양가'의 문장도 같이 보실 수 있도록 많이 만들어 놨습니다.”
그래서 어린 자녀와 함께 온 한국 시민 민진희 씨도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고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며 만족했는데요.
[녹취: 민진희 씨] “아이가 있다 보니까 한글의 의미에 대해서 알려주기 위해서 찾아왔거든요. 8살이요. 일단은 디지털 시대다 보니까 이런 거랑 같이 접목해서 하니까 아이들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아이들이 줄임말이나 이런 걸 많이 쓰게 되잖아요. 한글의 중요성이 있으니까 그러지 않도록 이야기도 나누고 뜻 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어 전시의 2부인 '활기차다 한양 거리, 번화하고 신기하다'로 들어서니 조선 후기 각종 구경거리로 넘쳐나는 한양 거리가 나옵니다.
[녹취: 고은숙 학예연구관] "조선 팔도의 물건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 이미 중국, 일본 그리고 또 다른 나라의 물건들까지 다 모여 있는 그런 왁자지껄한 시장을 만날 수 있게 되는데, 당시 지방에서는 5일에 한 번 장이 열리고 근데 서울에 가면 매일매일 장이 열리는 거죠. 그리고 임금님이 사는 궁궐에 대해서도 '한양가'에서는 굉장히 구체적으로 묘사해요. 임금님이 사시는 궁궐 안에, 연못에는 어떤 물고기들이 살고, 거기에 있는 다리는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다른 책에는 나오지 않는 승전놀음이 이 책에만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별감이 이 책의 저자일 걸로 추정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19세기 중반, 변화의 새바람이 불기 시작한 서울을 소개하는 마지막 3부가 펼쳐집니다.
[녹취: 고은숙 학예연구관] " 변화하는 수도 서울의 모습인데요. 우리가 문호를 열고 난 다음에는 전통적인 것들이 근대화된 것들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새로운 문물이나 기술 같은 것들이 들어오죠. 기차 타고 서울에 와서 전차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서울 곳곳을 여행하고 그래서 관련된 기록들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그런 관련된 내용들을 보실 수 있게 전시했는데 '서유록'이라는 기록을 보면 강릉에 사는 50대 여성이 쓴 한글 자료예요. '남대문에 왔더니 좌우 성을 헐어서 전차 다니는 길을 만들고 남대문은 공중누각 같고 양옥집이 즐비해서 구름 밖에 있는 것 같았다.' 뭐 이런 식으로 묘사합니다."
현장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부모님부터,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 그리고 미국에서 찾아온 한 가족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녹취: 김대중 씨] “저희는 미국에서 왔는데요. 여기 한글박물관 있어서 구경 왔죠. 우리 애들 한글 알려주려고요. 얘는 외국인이니까 한글을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보여주려고 왔죠. 요즘 미국에 살다 보면 우리 아이들도 한글을 알아야 일을 잘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미국 사람이 원하는 게 영어도 하고 한글도 알 때 더 필요로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한글박물관을 통해서 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은 거죠."
[녹취: 한국 시민] “일단 '성향으로 보는 한양가 속 나의 직업 찾기'라는 체험하고 있었는데요. MBTI 답하듯이 자기 성향을 선택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성향을 선택해서 보면 결과가 나오거든요. 저의 직업을 찾고 있는데 근장군사가 나왔어요. 의장 가까이에 배치된 군사라는 뜻인데, 임금이 행차할 때 가까운 곳에서 호위하던 무사예요. 그래서 이렇게 새로운 어휘들을 알게 되고 흔히 쓰는 말들 사이에 이런 어휘가 섞여 있는 것을 알게 돼서 재밌게 봤습니다."
[녹취: 한국 시민] "한글로 표현되는 한양의 모습이 궁금해서 왔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는 비슷했던 것 같아요. 우선 본 것 중에 주점 같은 게 있는데 주점이 너무 잘 돼서 한양의 물가가 폭등한 걸 보고 예전에도 먹고 노는 걸 상당히 즐겼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글자라는 게 사실은 지배 세력만 갖고 있던 그런 특징이었지만 한글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든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래서 결국은 이에 따라서 문화라든지 많은 것들이 더 다채롭고 풍요로워졌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끝으로 고은숙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말과 글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고요. 더불어 말과 글에 관한 바람도 전했습니다.
[녹취: 고은숙 학예연구관] “젊은 세대들이 말을 줄인다거나 신조어를 많이 만들어 낸다거나 외래어를 쓰는 것에 대해서 마냥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 편인데요. 말이라는 거는 그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새로운 어휘들이 계속 만들어졌다가 또 없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신조어들은 굉장히 좀 재미나고 신선한 것들이 있기도 합니다. 근데 너무 우리말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들까지도 외국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거는 조금 조심했으면 좋겠고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