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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유엔 연설 중 이스라엘 대사 시위...'시크 지도자 사망' 캐나다-인도 갈등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토의에서 연설 중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토의에서 연설 중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8차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토의 이틀째 일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 날에는 이스라엘 대사가 이란 대통령 연설을 방해하는 소동도 벌어졌습니다. 캐나다 국적 인도 시크교 지도자 살해 사건을 둘러싸고 인도와 캐나다 간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미국과 영국이 파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자국 통신망에서 중국산 부품을 퇴출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오늘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총회 소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고위급 일반토의 둘째 날 일정을 진행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19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일주일 일정으로 지금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토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둘째 날인 20일에는 지난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이 연설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한국 대통령도 연설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 사이 군사거래는 한국에 대한 도발로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첫 날에는 어떤 지도자들이 연단에 올랐습니까?

기자) 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대니스 프랜시스 유엔총회 의장의 개막사에 이어, 관례에 따라 브라질 대표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제일 먼저 연단에 섰고요.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두 번째로 연설에 나섰습니다. 첫 날 연단에 선 주요국 지도자들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 연설 내용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약 28분 동안 연설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도발, 중국과의 관계, 이란 핵 위협, 기후변화 문제 등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먼저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불법적인 정복전쟁’으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의 단결을 촉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지를 포기하고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을 겨냥해, 만일 우크라이나 분할을 허용한다면 어떤 독립국가가 안전하겠느냐면서 이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또 다른 주요 발언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갈등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그리고 ‘디커플링(탈동조화)’ 즉 분리가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제거)’를 추구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날 연설에서는 지난해 언급했던 ‘타이완해협’이나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 등의 메시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란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는 우리의 약속은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첫 날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연단에 올랐다고 했는데, 라이시 대통령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들어보죠?

기자) 네.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핵 합의 복원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제재 해제를 촉구했습니다.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이 먼저 2015년 체결된 핵 합의에서 탈퇴함으로써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이를 복원하기 위해 선의와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라이시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이 폭력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란은 우크라이나의 평화 정착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란 대통령이 연설할 때 약간 소동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라이시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 입을 맞추고 연설을 막 시작한 때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연단 앞까지 나갔습니다. 에르단 대사의 손에는 마흐사 아미니 씨 얼굴과 이란 여성들의 자유를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습니다.

진행자) 마흐사 아미니 씨는 지난해 사망한 이란 여성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9월 이슬람 여성들의 복장인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게 체포돼 사흘 만에 돌연사한 여성입니다. 이후 이란에서는 명확한 사인 규명과 이란 정부의 강압정치를 비판하는 반정부 시위가 수 개월간 계속됐습니다.

진행자) 총회장에서 간혹 연설자에 대한 항의성 행위로 퇴장한다든가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런 일은 드문 편인데요. 기습 시위를 벌인 에르단 대사는 무슨 조처를 받았습니까?

기자) 네. 에르단 대사는 유엔 보안요원들에게 제지를 당한 후 그들과 함께 총회장 밖으로 나갔습니다. 체포 같은 강제처분은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에르단 대사는 소셜미디어 ‘X(전 트위터)’에 “유엔의 비뚤어진 도덕을 끝까지 폭로할 것”이라면서 이란 대통령을 연단에 서게 한 유엔을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유엔이 여러 면에서 계속 비판을 받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이번 고위급 일반토의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 정상들이 모두 불참했습니다. 이는 그만큼 유엔의 입지와 위상이 약해지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핵심에는 막강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권한이 너무 커서 유엔이 설립 목적인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라는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안보리 개혁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집행에 대한 법적구속력을 가진 안보리가 점점 더 진영 대결 구도가 고착되면서 번번이 결의안 채택이 불발되는 등 실질적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일각에서는 상임이사국 수를 더 늘리거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과 독일, 인도 등이 상임이사국 확대를 주도하는 나라들인데요. 첫 날 연설자로 나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면서 안보리 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에 개전 이후 처음으로 직접 유엔본부에서 연설한 것으로 압니다. 주요 발언 내용도 짚어 주시죠.

기자) 네. 19일 전투복 차림으로 연단에 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식량과 에너지, 어린이 등 모든 것을 무기화하고 있다면서 회원국들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 수만 명을 납치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인종말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자포리자 원전 방사능 유출 위험과 관련해, 이는 러시아가 핵에너지를 무기화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여러분의 나라까지 겨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쥐스탱 트뤼도(왼쪽) 캐나다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자료사진)
쥐스탱 트뤼도(왼쪽) 캐나다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인도와 캐나다가 한 시크교 지도자의 사망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캐나다 국적자인 인도 출신 시크교 지도자가 지난 6월 총격으로 사망했는데요. 캐나다 정부가 그 배후로 인도 정부를 지목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18일 캐나다에서 활동하던 인도의 고위 정보관을 추방했는데요. 이에 인도도 캐나다 외교관을 추방하는 맞대응에 나섰고요. 양국은 진행 중이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잠정중단하는 등 갈등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 시민의 죽음이 양국의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양새군요?

기자) 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8일 의회 연설에서 “캐나다 영토에서 캐나다 시민이 살해된 사건에 외국 정부가 개입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망한 시크교 지도자 하딥 싱 니자르 씨는 인도 정부가 테러리스트로 지목한 인물이라 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크교는 인도의 소수종교죠?

기자) 맞습니다. 인도 인구의 약 2%가 시크교 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강성 힌두민족주의자로, 집권 이래 인도의 소수민족이나 소수종교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사망한 니자르 씨는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을 인도에서 독립시켜 시크교 국가인 ‘칼리스탄’을 세울 것을 주장하는 분리주의자였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니자르 씨는 사망 당시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었던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니자르 씨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에서 배관업체를 운영했고요. 지역 시크교 회당의 지도자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에 앞서 인도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됐었다고 합니다. 한편 현재 캐나다에는 약 140만 명에서 180 만 명의 인도계 시민이 거주하고 있는데요. 다수가 시크교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캐나다 정부가 사건 배후에 인도가 있다고 주장하는 증거는 있습니까?

기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전날(19일) 이번 사건 배후에 인도 정부 요원이 있다는 신뢰할 만한 주장이 제기됐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캐나다 관리들은 어떤 증거를 갖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캐나다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적절한 시기에 관련 증거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캐나다의 주장에 대한 인도 정부의 입장은 뭔가요?

기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인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캐나다에서 발생한 특정 사건에 인도가 개입됐다는 주장은 모종의 동기를 가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아울러 캐나다 외교관을 추방키로 한 결정은 인도의 내정에 대한 캐나다 외교관들의 간섭과 그들의 반인도적 활동 개입에 대한 인도 정부의 커지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와 가까운 우방국들도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은 중국을 겨냥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인도와 캐나다 간 갈등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트뤼도 총리가 언급한 혐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캐나다의 조사가 진행되고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클레버리 영국 외무장관도 캐나다 정부 발표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캐나다와 인도 모두 영국의 매우 가까운 친구이자 연방 파트너”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상하이 시내 행사 현장에 설치된 화웨이 로고 (자료사진)
중국 상하이 시내 행사 현장에 설치된 화웨이 로고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독일이 자국 통신망에서 중국 회사 부품을 퇴출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독일 내무부가 통신회사들이 중국 화웨이와 ZTE가 만든 장비를 쓰는 걸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독일 관리가 20일 밝혔습니다. 독일 내무부는 이런 방안을 다음 주 내각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중국 회사 장비를 퇴출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관련 문서를 열람했는데요. 이 문서는 먼저 “구조적으로 화웨이와 ZTE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2의 노르트스트림 사태를 막기 위해 긴급한 행동이 필요하며 더 중요한 통신 분야에서는 그 결과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참고로 노르트스트림은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인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가스 수입이 중단되면서 독일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들 중국 회사 장비가 독일 통신망에서 사용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기자) 네. 통신 분야 자문회사인 스트랜드 컨설트가 조사한 것을 보면 5G RAN(radio access network) 네트워크에서 화웨이가 5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절반을 넘는 비중을 점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독일 내무부 계획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오는 2026년까지 5G 핵심 네트워크에서 중국산 중요 부품들을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또 덜 중요한 RAN과 전송 네트워크에서는 2026년 10월 1일까지 중국산 부품 비중을 최대 25%로 줄이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계획에 대해서 중국 회사들 쪽에서 나온 말이 있습니까?

기자) 네. 화웨이 독일 지사가 성명을 냈는데요. 독일 내 사이버 보안의 정치화를 거부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성명은 또 “그런 접근법은 독일의 디지털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혁신을 저해하고, 통신사들의 건설과 운영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중국산 통신장비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EU는 지난 2020년부터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회원국들에 중국산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요. 앞서 6월에도 더 강한 제한을 부과하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중국산 CCTV 사용도 제한하는 나라들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호주가 민감한 정부 건물에서 중국산 CCTV를 철거할 것이라고 지난 2월에 발표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영국도 올해 6월 중요한 정부 건물에 설치한 중국산 감시장비를 모두 제거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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