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과 같은 묻지마 범죄로 서울 시민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는 호신용품과 호신술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는데요.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오늘은 실전 호신술을 배울 수 있는 '크라브 마가' 체육관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크라브 마가 현장음]
크라브 마가를 가르치는 서울의 한 체육관. 10여 명의 회원이 서로 짝을 지어 실전 무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길에서 누군가가 기습적으로 공격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호신술, '크라브 마가'를 배우고 있는 건데요. 최근 크라브 마가를 배우려는 사람이 늘었다고 합니다. 우선 크라브 마가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요? 이스라엘리 크라브 마가 한국 대표를 맡은 김명화 관장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김명화 관장] “크라브 마가 자체는 이스라엘에서 만들어진 거고, 어떻게 보면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마샬 아츠(무술)라고 볼 수 있고 한국말로 표현하자면 이스라엘에서 만들어진 자기 방어술이라고 표현될 것 같아요. 크라브 마가 자체는 이스라엘이1948년에 건국됐잖아요. 그때 크라브 마가 창시자인 이미 리치텐필드(Imi Lichtenfeld)라는 분이 이스라엘의 IDF(이스라엘 방위군)에 대한 군대 무술로 시작해서, 이스라엘 각종 여러 기관이 있잖아요. 군, 경찰 그다음에 우리가 알고 있는 모사드 이런 대표적인 그걸로 크라브 마가가 활용되고, 그걸 민간인한테 가르치겠다고 하면서 여러 가지 호신술이 겸비되면서 만들어진 게 IKMA(이스라엘리 크라브 마가 협회)입니다.
그래서 크라브 마가는 실전 호신술로 복싱과 레슬링, 유도, 주짓수와 같은 다양한 기술이 혼합돼 있습니다.
[녹취: 김명화 관장] “우리가 생각하는 호신술이라고 하면 멱살 잡히고 머리 잡히고 이런 얘기 하잖아요. 길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은 되게 다양한 상황이잖아요. 또 나쁜 사람이 범행을 저지를 때 1대 1로 범행하지만, 다수가 한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수 상황에 대한 대처..., 근데 사실 크라브 마가는 현장을 벗어나고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크라브 마가에서는 각종 타격 훈련도 하고 무기 방어도 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래서 과목이, 하루는 복싱 훈련하고 하루는 킥복싱 훈련하고 하루는 잘 넘어지는 훈련도 하고, 크라브 마가 자체는 생명을 구하는 게 목적이다 보니까 대처하는 솔루션이 강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또한 크라브 마가는 살아남기 위한 자기 방어술이기 때문에 스포츠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명화 관장] “회원들이 체육관에 오면 다양한 상황을 하니까 그걸 좋아하세요. 하지만 스포츠에서는 어떻게 보면 반칙이잖아요. 반칙이라 생각하는 게, 우리한테 반칙이 아닌 거죠. 길에서는 비겁한 것도 하나의 전술인 거예요. 길에서 호신술은 이 사람이 나한테 공격할 때 이 사람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는 척하다가 기습, 기만을 해서 도피하는 것도 중요한 내용이에요. 그러니까 무조건 기술적인 게 다가 아닌 거죠.”
그러면서 최근 몇 달 사이 호신술을 배우려는 회원이 더 늘었다고 합니다.
[녹취: 김명화 관장] “크라브 마가가 그런 유용한 매력이 있다 보니까 회원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많이 늘었어요. 7월에 신도림 사건이 있었잖아요. 7월에 제가 이스라엘에 있었어요. 훈련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부재중 전화가 한 50통? 문의가 엄청 많아서 배울 수 있냐는 거죠. 갑자기 무슨 일이야? 하다 보니까 그 기사를 그때 보게 됐어요. 심각하더라고요. 근데 내가 이거를 그동안에 한국에서 이 정도 일어나겠어? 라고 해서 다른 거 위주의 수업을 했었는데 빨리 가서 교육해야겠다고 하면서 바로 교육하고 문의가 하루에도 7~8명씩 체험하러 오시고, 토요일 같은 경우는 한 20명씩 체험하고 그랬었어요.”
더불어 김명화 관장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부닥쳤을 때 이것만은 기억하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명화 관장] “일단 물론 도망갈 수 있는 거리에 있을 때는 안전하게 도망가는 게 제일 좋지만, 무턱대고 도망가기 힘든 거리에서 도망가 버리면 상대도 똑같이 쫓아올 수 있어요. 이 사람이 뭔가 나한테 위협한다고 그러면 그 사람을 안심시켜 주는 게 좋아요. 공격자를 안심시켜서 탈출로가 어딘지 주변에 뭐 의자라든지 물건이라든지 하다못해 야외면, 흙을 눈에다 던질 생각으로 좀 더 침착해서 이 상황에 대처하려고 해야지, 그냥 스프레이 뿌리거나 상대를 자극하게 되면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게 저의 철학이에요. 근데 묻지마 (범죄)의 경우에는 뭘 해도 진짜 손이든 뭐든 막고, 저지하고 하다못해 가까이 붙어 있으면, 오히려 붙어서 박치기를 한번 하든 끝까지 저항하고 하는 게 어떻게 보면 생존이 좀 더 높을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크라브 마가 체육관에서 코치로 활동하는 김종원 씨도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김종원 코치] “어느 정도 대처를 조금이라도 알면 이 정도까지 크게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안타깝게 생각했고요. 남녀노소 모두한테 다 필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오히려 여자분들보다 남자분들도 많이 등록하시고 거의 처음 오시면 나이프에 관련된 걸 많이 여쭤보시고 상황 훈련 같은 것들을 좀 더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운동 하나 가지고도 여러 운동을 다 겪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호신술과 더불어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김종원 코치는 여러 호신용품 가운데 삼단봉이 가장 유용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전했고요. 실제 한 한국 여성은 삼단봉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녹취: 김종원 코치] “호신용품 쪽을 잘 모르긴 하는데 그래도 상대가 들고 있는 것보다는 긴 걸 들고 있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만약에 한다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삼단봉이 제일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녹취: 한국 여성]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삼단봉 샀거든요. 그렇게라도 소지해서 지켜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여기저기 다 있으니까, 저희가 어떻게 대비할 방법이 딱히 없잖아요. 삼단경찰봉이요. 이렇게 착 펼치면 3단으로 해서 맞으면 좀 많이 아파요. 소지용이 좀 멀리서도 때릴 수 있는 그런 용도예요. 생각보다 되게 아파서, 제가 한번 이렇게 손으로 해봤는데 엄청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삼단봉이나 스프레이 같은 거 그런 게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무차별 범죄에 대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가운데 크라브 마가를 배운 지 1년이 넘었다는 한 외국인 여성을 만났습니다. 독일에서 온 유학생 안느 씨였는데요.
[녹취: 안느 씨] “저는 일단 여자잖아요. 그리고 좀 안 좋은 경험 몇 번 있어서 제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봤거든요. 실전 무술 중에 호신술로 쓰기 가장 좋은 거 뭐가 있는지 그러다가 시작하게 됐어요. 예를 들어 발차기를 잘한다고 모든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폐쇄된 공간에 있을 때 힘들 수도 있잖아요. 발차기는, 근데 크라브 마가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를 배워서 그게 가장 컸던 점이었어요.”
더불어 크라브 마가를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녹취: 안느 씨] “다행히 밖에서 싸워본 적 없지만 어떤 사람이 다가왔는데 제가 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전에는 그런 거절할 자신감이 좀 부족했거든요. 근데 조금 더 자신 있게 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편해졌어요. 아마 아예 배워본 적 없는 사람에 비해서는 자신감이 있겠지만, 사실 칼 든 사람을 만나거나 그래도 너무 자신감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최대한 피하고 그래서 일단 안전하게 다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여기 다니는 회원 중에도 나이 있으신 분들도 계시고 학생들도 오고 진짜 다양한 사람이 오거든요. 그래서 모든 사람한테 추천하고 싶은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회원 송채이 씨는 배우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기력하게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서 싸울 힘을 기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송채이 씨] “사실 사람이면 그런 이상한 사람 만났던 경험 진짜 다 있을 거예요. 근데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이냐 하면, 내가 돈도 뺏길 수도 있고, 한 대 얻어맞을 수도 있고 한데 가만히 무기력하게 당하면, 그게 되게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 있잖아요. 무력감 그게 상처로 남는 것 같아요. 근데 내가 반격했다는 거, 내가 적어도 팔꿈치로 얼굴이라도 쳤어, 그런 게 나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내가 이렇게 당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그런 게 상처가 아니고, 트라우마로 남지 않는 그게 제일 좋은 점이 아닐지 생각해요.”
그러면서 자신이 배운 기술로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길 바랐습니다.
[녹취: 송채이 씨] “칼 수업도 있긴 하지만, 진짜 그런 사람 만났을 때 내가 방어한다는 다짐은 없죠. 근데 사실 그런 사람 만나면 제가 엄청 용감하지 않더라도 뭐라도 배웠으면 최소한 내가 어떻게든 칼이라도 뺏거나 뭐라도 던져서 다른 사람 더 공격 못 하게 그런 일이 없으면 참 좋겠지만, 내가 할 수 있으면 적어도 다른 피해를 막으면 배운 보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한번 해봤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