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단독 미한일 정상회의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회의 장소인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세계 역사의 굵직한 합의를 이끌어낸 장소로서 회의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데 최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한일 3국 정상이 모여 정상회의를 개최할 장소로 낙점된 곳은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 ‘캠프 데이비드’ 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취임 후 약 30여 차례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했지만 외국 정상을 이곳으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인접한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캠프 데이비드’는 워싱턴에서 약 100 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주변이 모두 산맥으로 가로막혀 있어 천연 요새로 불립니다.
미국 대통령이 수도 가까이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으로 집무실과 회의실, 수영장, 골프장 등 다양한 휴게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미국 해군이 관리하는 군사시설로 분류돼 일반인의 접근이 엄격히 차단돼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캠프 데이비드는 이처럼 미국 대통령의 전용 별장이지만, 역사적인 외교의 무대로 자주 활용돼 왔습니다.
특히 지난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이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과 종전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또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본격화됐던 지난 1956년에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시초프 서기장이 이곳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 중재로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10여 일 간 회담 끝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는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일화도 유명합니다.
이 외에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이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해 미국 대통령과 우의를 다졌습니다.
한국 정상으로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4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이 곳에서 미한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친교를 과시한 바 있습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대신 이 곳을 중요한 외교 무대로 활용한 것은 격의 없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상 간 우의를 다지면서 밀도 있는 논의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라는 평가입니다.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캠프 데이비드 사령관을 지낸 마이클 조르지오니 전 해군 소장은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캠프 데이비는 역사적인 장소인 동시에 미국 대통령의 가장 사적인 집과 같은 공간”이라며, 이 곳에 한일 정상을 초청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이 가장 친한 친구를 자신의 집에 초청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르지오니 전 사령관] “I think what it does is it's a much more relaxed, much more peaceful, much more quiet wooded area camp to talk with people. And it just creates this aura with this feeling of no stress, low key, casual dress, casual discussions and dining and things like that as opposed to a white house which is very formal and state dinners and all that. They each can have their significant purposes. But I think what Camp David does for many it's a much more personal gesture. I believe it's like inviting someone into your personal home as opposed to you know the company meeting room. I think it's a much more personal gesture.
And I heard a lot of world leaders are impressed and honored when they're invited to Camp David.”
숲으로 우거진 캠프 데이비드의 자연 환경은 정상들이 훨씬 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자신이 캠프 데이비드 사령관으로 재직할 당시 이 곳을 방문했던 많은 세계 정상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조르지오니 전 사령관은 또한 항상 언론과 많은 인력으로 붐비는 백악관과 달리 언론이나 외부의 접근이 제한되고 소수의 수행원들만 있는 캠프 데이비드는 중요한 의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르지오니 전 사령관] “And the president controls access to the press you know and I know there will be a press pool there Friday but there doesn't have to be press, there doesn't have to be any media. And so you take away the no noise no lights no crowding no photographers that can be the way the president does it.”
전직 사령관으로서 캠프 데이비드가 가진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던 조르지오니 전 사령관은 캠프 데이비드가 가진 역사성과 상징성을 강조하면서, 역대 미국의 대통령들은 자신들의 외교적 행위에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는 데 이 장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 미한일 정상회의를 역대 미국의 주요 외교적 성과와 같은 반열에 두고 이를 대내외에 알리려는 목적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르지오니 전 사령관] “So I think it's also an external symbol the fact that President Biden is hosting our two key allies in the Pacific, Japan and South Korea. That's a symbol not just to those leaders in our nation. That's a symbol and a demonstration to our adversaries and the rest of our allies around the world of how important this is. So this is a good move. This is a smart move, I think, to welcome the world leaders there the two of them.”
“바이든 대통령이 태평양에서 우리의 두 주요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초청한다는 사실은 대외적인 상징”이며 “우리의 적들과 전 세계 다른 동맹국들에게 이번 정상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자 과시”라는 것입니다.
조르지오니 전 사령관은 그런 측면에서 미한일 정상회의를 캠프 데이비드에서 치르기로 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좋은 결정이며, 한일 정상을 초청해 환영하는 것은 현명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