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이 전쟁터에서 보급품 상자에 그린 그림이 70년 만에 한국에서 전시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흔 살을 훌쩍 넘긴 참전 용사는 자신의 그림들이 한국전쟁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전쟁 참전 미군 병사 로저 스트링햄 씨가 1951년과 1952년에 전쟁터에서 그린 그림 60여 점이 한국에서 전시됩니다.
오는 17일부터 ‘낯선 친구,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에는 중공군과 전투를 벌이는 급박한 상황, 눈 쌓인 전장을 전우와 행진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들과 함께 한국의 자연 풍경을 담은 그림들이 걸릴 예정입니다.
올해 93살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로저 스트링햄 씨는 1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장에서 틈틈이 그린 자신의 그림들이 한국에서 전시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1950년 미국 캘리포니아미술대학에 재학하며 화가를 꿈꾸던 중 한국전쟁에 참전한 스트링햄 씨는 화가였던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전쟁 스케치’가 60점을 훌쩍 넘겼고 이를 부모님이 고이 간직했다고 스트링햄 씨는 회고했습니다.
[녹취: 스트링햄 씨] “The drawings were done on a boxes that was distributed. And my squad leader said, go up and get some those goodies, and by the time I got there, all of that was left with some pencils and I always took with me. So I could write my letters to home and slow draw for my mother. She was an artist. And my mother and father collected the sketches. The sketches are done in very uncomfortable places and position.”
스트링햄 씨는 참혹한 전쟁터에서 그림 그리기가 여의치 않았다며, 보급품 상자 위에 연필로 그린 그림을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 동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그림들이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링햄 씨는 전쟁에서 돌아온 후 물리학을 공부해 핵물리학자가 됐습니다. 한국도 방문했고 그 발전상에 기적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통일을 이루지 못한 한국에 비극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녹취: 스트링햄 씨] “Korea had a very tragic history and the tragedy is still in place. The Koreas’ not united as one nation. I have a real affection for the Korean people.”
스트링햄 씨의 이번 특별전은 미국 민간단체 한국전쟁유업재단의 제안으로 성사됐습니다.
한국전쟁유업재단의 한종우 이사장은 14일 VOA에 작년에 우연히 스트링햄 씨로부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림을 어디에 보관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스트링햄 씨 얘기를 듣고 미한동맹 70주년을 기념해 한국 전쟁기념관을 가장 적합한 장소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종우 이사장] “(스트링햄씨가) 92세이신데 자기가 죽고 난 다음에 이 그림들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한미동맹 70주년이고, 그래서 2022년도에 제가 그림을 손수 받아서 전쟁기념관에 기증을 했습니다. 이 특별전시회는 한국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이 기획하고 (17일에) 오프닝을 하게 됩니다.”
한 이사장은 한국전 참전 당시 전방 지역을 순찰하는 위험한 임무를 맡았던 스트링햄 씨가 치열한 전투 모습뿐 아니라 전우애와 철의 삼각 지대로 불리는 금화 지역의 자연환경을 그림에 아름답게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