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되는 날입니다. 휴전으로 전쟁을 중단한 남북한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고 70년이 지난 지금 모든 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VOA는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상황을 점검하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한반도 통일이 한국에 어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통일은 준비된 경우에만 실현할 수 있다"며 통일 준비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1월] "통일이라는 건 준비해서 되는 일이지 그냥 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들 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나 준비한다고 해서, 준비 진행되는 그 과정과 속도에 따라서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일은 갑자기 찾아오겠죠. 그러나 준비된 경우에만 그것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도 20여 년 안에 통일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문재인 전 대통령/ 2019년] "한반도가 통일까지 된다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2050년경 국민소득 7~8만 불 시대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전 대통령/ 2014년] "그러나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투자전문가의 얼마전 보도를 봤습니다. ‘남북통합 시작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한반도에 쏟겠다,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 만약 통일이 되면 우리 경제는 굉장히 도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었습니다."
상당수 한국 국민들도 통일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지난 5월 발표한 '2023년 1분기 통일여론동향'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73.4%는 통일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계에선 분단 상황으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정치 군사 경제 사회적 기회비용인 '분단비용'이 통일을 위해 치러야 하는 '통일비용'보다 더욱 크다고 추산합니다.
통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통일 편익'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경제적 기회입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국장 출신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26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통일 초기에는 정부 재정 적자와 같은 어려움과 함께 조정 시기가 있겠지만 한반도 통일은 분명히 경제적으로 이익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차 석좌는 최근 영국 런던대학 킹스칼리지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와 함께 분단 이후 남북한의 차이와 통일 전망에 대해 연구한 '코리아, 남북한의 새로운 역사(Korea: A new History of South & North)'를 출간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석좌] "The economic benefits in terms of marring up North korean literate and cheap labor with South korean capital and technology, common language would reduce the need South korean need for immigrant labor. I think there's there's clearly that economic benefit. There's also a big economic benefit in terms of increasing the size of the domestic market and increasing domestic demand which is important for the korean economy. It will probably also lead to a lot of government spending on projects for unification which will increase employment. There will probably be assistance that's provided by the international financial institutions like the world bank the IMF the Asian development bank even AIIB that will again allow for the creation of many projects."
빅터 차 석좌는 남한의 기술과 자본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북한의 문맹률이 낮고 값싼 노동력과 결합할 경우 이주노동자 수요가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분명한 경제적 이득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인구 증가에 따라 내수시장 등 한국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인프라 투자 등 통일 관련 정부 프로젝트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그리고 심지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 금융 기관이 지원하는 각종 프로젝트가 활발할 것이라고 차 석좌는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통일 한국이 경제적으로 일본을 능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In the longer term, it could make them, in the future, larger than Japan. That's certainly possible because they would be 80 million million. Japan's population is shrinking but there would be a baby boom in it with a unified Korea very clearly."
차 석좌는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인 인구에서 일본은 계속 감소세를 보이겠지만 한국은 통일이 되면 8천만 명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통일에 따른 '베이비 붐'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한국 국책기관인 통일연구원은 2015년 발간한 '한반도 통일의 비용과 편익' 보고서에서 2030년 통일을 가정해 2050년까지 통일에 따른 혜택이 6천8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특히 한반도가 통일되면 현재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북한발 안보 문제가 해소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현재 북한이 가하고 있는 역내 평화와 안정에 대한 주요 위협이 제거될 것"이라며 특히 "불안정을 초래하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종식됨에 따라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t would remove the major threat to the peace and stability of the region that is currently posed by North Korea. And more specifically, it would do that by ending the destabilizing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of the DPRK. Here is no longer the need for the Republic of Korea and I would say the United States to develop the contingency plans and war fighting plans and weapons systems and deterrence systems that are now directed against North Korea...There's no potential for a serious conflict on the korean peninsula because a United Korea would have no interest in antagonizing China."
또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비상계획과 전쟁 수행 계획, 무기 체계와 억지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어 중국은 한반도의 긴장과 분쟁을 '골칫거리'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통일한국은 중국을 적대하는 데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통일 이후 한-중관계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통일은 한국을 비롯해 역내 모든 강대국들이 '제2의 한국 전쟁' 가능성에 대비한 군비 증강과 국방 부담을 완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정부의 국방예산은 54조 6천억을 육박합니다.
이는 정부 전체 재정의 13%를 차지합니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2.5~2.6% 수준입니다.
한국이 통일이 되면 적정국방비는 GDP의 1.2~1.5%가 될 것이라고 한국 통일연구원 측은 추산했습니다.
인권 전문가들은 한민족, 특히 북한의 인권과 인도주의 문제 해결은 한반도 통일의 당위이자 최고의 혜택이라고 말합니다.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출신으로 최근 통일미래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정훈 연세대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통일의 가장 큰 가치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교수] " 북한 우리 같은 동포인데 3대에 걸친 김 씨 왕조에 의해서 진짜 폭정에 인권이 유린이 되고 그렇게 살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가 주어진다라는 게 통일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의미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자유 또 우리 북한 주민들의 어떤 자유, 우리 모든 한반도 모든 사람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그거 이상의 저는 가치가 있을 수 없다고 보고요"
이정훈 교수는 이를 위해선 한국 헌법이 명시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교수] "(독일 통일은) 결국 동독이 무너진 거죠. 무너져서 결국은 독일의 지방자치단체들을 흡수를 한 경우이기 때문에. 저는 이제 아주 그냥 합리적인 차원에서 이게 북한을 전복시키고 흡수통일을 하고 그런 차원을 넘어서, 우리의 특히 헌법이 얘기하는 그런 자유통일 그런 거를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것을 우리가 이제 추구를 해야 되는데 북한은 아직도 적화 통일 포기 안 했잖아요."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인권 문제가 통일의 주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매우 심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자유의 확대와 인권과 법적 권리에 대한 접근을 향한 움직임이 김 씨 정권의 생존을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특사] "I would argue that the human rights issues are a major reason for doing it...I think Kim Jong UN is going to be very much opposed because any move towards greater freedom and access human rights, legal legal rights this kind of thing would make it very very difficult for anything close to the Kim regime to continue to exist if it didn't have the coercion that it basically has enforced....It's just very, very difficult because the two are so different that it would be hard for them to be unified in any meaningful sense without one absorbing the other completely.
킹 특사는 그러면서 "남북한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한쪽이 다른 쪽을 완전히 흡수하지 않고는 의미 있는 통합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음악: BTS 정국, EXO 백현, 레드벨벳 웬디 등 'One Dream One Korea'] "소리내 말한 적 있나요. 우리의 소원 그 소원은 통일. 낯설지 않게...one dream for one Korea..."
한국의 대중가요, 영화, 드라마 등 'K-컬처'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통일이 이 영역에서도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 한류 연구학자인 샘 리처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사회학 분야에서 "최대의 창의성은 문화의 가장자리, 변방에서 일어난다"며 북한 젊은이들의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리처드 교수] "In the field of sociology the most the greatest amount of creativity happens on the outside on the margins of a culture. Let's just stick with k-pop k -film k drama etc...to see the kinds of themes and the kinds of creative products that people of the North in particular young people of the North would bring to the korean community, right? I mean all sorts of culture in the North like giving that allowing northerners to have the infrastructure to produce the kinds of things that are being produced in the South. would be really fascinating to see what they would come up with ? "
리처드 교수는 통일 이후 북한의 젊은이들이 한국 사회에 음악과 춤 등 예술 분야에서 어떤 새로움을 가져올지 기대된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한국을 문화강국으로 만든 인프라가 북한의 젊은 예술인들에게 허락됐을 때 "그들이 무엇을 생각해 낼지 보는 것은 정말 흥미로울 것"이라고 리처드 교수는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통일이 교통, 물류, 관광 등에서도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장밋빛 전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통일 연착륙'이라는 큰 숙제를 풀어야 합니다.
현 정세를 고려할 때 "한반도 통일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남북한 모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긴장 완화를 위한 의미 있는 대화를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각각 남북한의 최대 후원자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 치열하게 대립하며 대화 촉진에 필수적인 역할을 할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랩슨 전 대사대리는 부연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대사대리] "The prospects for reunific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are probably as dim now as they’ve ever been in the past 30+ years. Both sides are hardline, firmly dug-in, and unwilling to take any steps to engage in meaningful dialogue, even if just to reduce tensions. Moreover, the U.S. and China, the two super-power backers, are at fierce odds with each other and unwilling/unable to play their essential roles to facilitate and drive such engagement. Visions of a German style reunification – however implausible given the unique conditions of the peninsula’s division - continue to recede even further in the collective mind of South Koreans, especially younger Koreans (those under 40)
또한 "한반도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독일식 통일에 대한 비전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며 한국 국민, 특히 40세 미만의 젊은 층의 집단적 마음속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전쟁 이외의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일(black swan)이 발생하지 않는 한 평화 공존이 남북한이 추구해야 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는 이미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Given these realities, and absent an unpredictable ‘black swan’ event short of war, peaceful coexistence would seem to be the practical alternative for the two Koreas to pursue, and at some level it already is. But that pathway as well looks to be long and arduous, especially given current circumstances, on both sides of the peninsula.”
그러나 "이 길 역시 한반도 양측의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될 것 같다"고 랩슨 전 대사대리는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