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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지원단체들 “중국 내 탈북여성들 구출 호소…구출 비용 치솟아 큰 부담”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에서 살고 있는 탈북 여성이 탈북민 인신매매 피해 싵태를 조사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에서 살고 있는 탈북 여성이 탈북민 인신매매 피해 싵태를 조사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체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구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고 탈북 지원단체들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탈북 구출 비용이 계속 치솟아 단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96년 순수 북한인권 단체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지난 16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후원자들에게 긴급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중국 내 탈북 여성 8명이 “지금이 아니면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없어지는 게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하며 구출 비용 지원을 당부한 것입니다.

이 단체 김영자 국장입니다.

[녹취: 김영자 국장] “7월 1일부터 반간첩법이 중국에서 발효됐잖아요. 그것 때문에 우리도 못 들어가지만 활동하기가 점점 좁아지고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도 우리도 이러다간 한국에 갈 수 없겠다 싶으니까 이쪽저쪽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게 많아졌죠. 우리 손길이 다 미치지는 못 해요. 하지만 우리의 손길이 닿는 분들은 꼭 도와야 합니다.”

이 단체가 공개한 탈북 여성들의 호소 편지에 따르면, 2015년에 인신매매 조직을 통해 팔린 방 모 씨는 “청소부터 식당 알바, 농사일 등 닥치는 대로 살았지만 국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병이 걸려도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제발 한국으로 가서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40대 여성 오 모 씨는 20여 년 전 북한의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중국에 왔다가 역시 인신매매범에게 팔려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 시기에 표현을 못할 만큼 힘들어 눈앞이 캄캄해 살아갈 희망이 보이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목숨을 끊을 생각도 했다”며 인간답게 살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탈북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최근 부쩍 한국행을 도와달라는 중국 내 탈북민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최근 탈북민 대여섯 명을 안전하게 제3국으로 이동시킨 현장 활동가 A씨입니다.

[녹취: A 씨] “코로나 기간 막혀있다가 올 초부터 좀 옮기기 시작해서 이 사람들이 채팅방에 자기 한국 왔다고 알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 이제 되는가보다 싶어서 사람들이 이때 아니면 안 된다. 이 때 아니면 없다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됐고.”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안보·국익의 기준을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만들어 브로커와 탈북민 모두의 체포 가능성을 높인 중국의 반간첩법뿐 아니라 여러 부정적 환경이 탈북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겹겹이 산넘어서 산이죠. 북한으로 북송, 반간첩법,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할 때 탈북자를 색출할 거다. 또 2천 명 정도가 북송을 앞두고 있다고. 쟤네들 가면 무조건 시범 케이스야 우리도 이때 재수 없어 잡히면 안 돼. 뭐 이런 게 지금 탈북자들한테 만연돼 있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살려달라는 사람은 더더욱 많아지고 있어요. 굉장히 다 불안해하는 거예요.”

김 목사는 많은 탈북 여성이 인터넷이나 전화기 단톡방을 통해 관련 뉴스를 접하고 있다며, 그만큼 조바심도 더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당 최대 2천만원, 미화 1만 6천 달러로 치솟은 구출 비용 때문에 선뜻 돕기가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2천만원이면 10명이면 2억인데 옛날 같으면 100명을 데려올 수 있는 돈인데 이렇게 탈북자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 돈을 댈만한 단체도 쉽지 않고, 교회도 쉽지 않고요. 코로나 기간을 지나면서 교회는 교회대로 어려워졌고 선교회는 선교회대로 어려워졌고.”

북한인권시민연합도 탈북 여성 8명 중 첫 두 명 구출을 위해 각각 1천 500만원, 나머지 6명은 거의 1천만원의 후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단체의 김 국장은 다행히 탈북민을 구출하지 못한 코로나 기간에도 꾸준히 구출금을 보내준 후원자들 덕분에 부족분을 메우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출이 사실상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영자 국장] “8월에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고요. 일단 9월이 되어야 다시 전망을 좀 볼 것 같아요. 그래서 이분들이 안전하도록 서로 기도해 주시고요. 이분들을 데려오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드니까 후원도 많이 해 주시고요. 그러면 이분들이 한국에서 잘 살고 새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최신 얼굴인식 기술을 포함해 5억 개가 넘는 감시카메라로 염색체와 목소리 정보까지 수집 중인 중국의 초고도 감시사회 영향으로 탈북민들의 체포는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수의 탈북 브로커는 18일 VOA에 올해에만 남부 쿤밍을 포함해 적어도 6곳에서 수십 명의 탈북민과 전문 브로커들이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습니다.

현장 활동가 A 씨는 과거 탈북민 구출과 실패 비율이 7대3이었다면 지금은 5대 5로 위험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A 씨] “올해 초부터 코로나 규제 풀리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였는데 거의 절반은 성공하고 절반은 붙잡히는 상황입니다. 지난달에는 베트남을 넘기 직전에 브로커들끼리 칼부림도 나고. 돈이 말라 있던 브로커들이 3명만 옮겨도 4천 500만원. 그래서 서로 싸움도 되게 심하게 하고 있고. 루트에 대해서.”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중 상당수가 중국 여권을 소지한 채 입국한 사람들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갈렙선교회의 김 목사와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활동가는 VOA에 중국 당국이 중국인과 결혼한 뒤 10~20년 이상 장기간 체류한 일부 탈북 여성에게 신분증을 지급했었다며 이들 중 일부가 중국의 여행 규제가 완화되자 여권을 발급받아 여객기를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중국에서 신분증이 있던 사람들. 탈북민 중에 신분증을 취득한 사람들. 일부는 중국에서 신분증을 내준 사람들이 있어요. 중국이 약간 변화가 있었는지 굉장히 오래 살고. 조건이 있었더라고요. 신분증을 갖고 있되 그 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등 여러 가지…”

한국 통일부는 18일 올 상반기에 남성 23명, 여성 76명 등 탈북민 99명이 한국에 입국해 총 누적 인원은 3만 3천 981명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특히 “2분기 입국 인원이 작년 동기나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늘었다"며 이는 최근 중국 국내와 국가 간 이동 제한이 완화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VOA는 앞서 여러 차례 한국 정부에 탈북민들의 출신지나 입국 경로 등에 관해 질의했지만 통일부는 신변 보호 등을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목사와 복수의 활동가는 그러나 한국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를 허용하면서 중국 여권으로 제주도, 또는 동남아 국가를 경유해 입국한 탈북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이유로 올 2분기에 입국한 탈북 여성 47명 가운데는 중국에 오래 체류한 40대 여성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한 현장 활동가는 남성은 대부분 해외 파견 인력, 여성은 중국 여권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탈북 지원단체들은 여성 47명의 구출 비용 거의 10억원을 지원할 형편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VOA는 워싱턴의 중국대사관에 중국 내 장기 체류 탈북 여성들에게 신분증을 발급하는지를 문의했지만 18일 현재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편 미국에서 해외 파견 북한인들의 탈북 지원 활동을 하는 허강일 씨는 이날 VOA에 중국 내 파견 노동자들이 올해 탈북하다 체포된 사례들이 늘면서 탈북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강일 씨] “대부분이 중국을 뛰다가 다 잡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탈북하려다가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해외 인력! 북한 아이들이 저한테 연락해서 다 잡혔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꼭 성공할 수 있겠냐고 몇 번이나 불어봐요. 진짜 안 잡히게 해 줄 수 있냐고요. 근데 안 잡힌다고 저희는 장담 못 하거든요. 저희는 도와주지만 솔직히 무슨 변수가 생길지는 귀신도 못 알아맞추죠.”

허 씨는 오는 9월 23일 개막할 “항저우 아시안 게임 전후로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면서 “장기간 중국에 체류하며 탈북을 생각하는 파견 인력의 고심도 더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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