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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도주의 보고서 “북한 식량 안보 아시아 지역서 최악”


지난 4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지난 4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북한의 식량 안보 문제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인도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와 제도의 역량 또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8일 공개한 ‘2023 아태지역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안보’가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도적 지원을 활성화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각국의 위험 지수를 평가하는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은 세부 항목 평가 중 ‘식량 안보(Food Security)’ 분야에서 가장 나쁨을 뜻하는 10점을 기준으로 9.2 점을 기록해 역내 전체 조사 대상국 38개 나라 중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식량 안보란 국가가 인구 증가와 천재지변 등 각종 재난 또는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국민들에게 일정한 수준의 식량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적정 식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북한에 대한 이 같은 평가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식량을 제공할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또 인도적 위기 대처 능력 평가에서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인도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와 제도적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Institutional) 와 정부의 통치(Governance) 부문에서 각각 8.1점을 기록해 역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북한은 모든 세부 항목 점수를 합산해 평가한 총점에서는 4.5점을 기록해 중간 단계에 머물렀으며, 인도적 위기가 심각한 상위 12개 나라에 꼽혔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이번 보고서 발간에 대해 국제적인 지원이 필요한 위기 발생 지역을 식별·분석해 재해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보고서가 지원 우선 순위 지정의 증거 기반을 제공하고 정보와 지침을 안내하는 실용적인 도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장기간 내전을 겪은 아프가니스탄과 미얀마 등이 최악의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로 꼽혔으며, 파키스탄과 파푸아 뉴기니, 방글라데시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한국, 일본 등 역내 선진국들은 인도적 위기나 식량 안보 문제에서 자유로운 국가들로 분류됐습니다.

북한의 심각한 식량 위기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유엔 산하 기구들과 비정부기구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는 지난달 30일 공동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낮은 수준의 식품 소비와 열악한 식단 다양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주로 장기화된 경제 위기의 결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지속적 영향으로 인해 더욱 악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 3월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하고 외부 지원이 필요한 45개국에 포함했습니다.

북한은 FAO가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지금까지 줄곧 ‘외부 식량 지원 필요국’으로 지정돼 왔습니다.

FAO는 특히 올해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 대다수가 낮은 수준의 식량 섭취로 고통받고 있으며, 지난해 평균 이하의 농업 생산량으로 더 악화된 지속적 경제적 제약을 고려할 때 식량 안보 상황이 계속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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