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쪽방촌이라고 하는데요. 쪽방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이거나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쪽방촌 주민 중에는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최근 이분들을 위한 무료 치과 진료소가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서울’, 오늘은 돈의동 쪽방상담소,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치료 현장음]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돈의동 쪽방상담소. 이곳 5층에 있는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에서 한 지역주민이 치과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여러 의료서비스 가운데 특히 치과 진료는 치료비도 부담스럽고 또 치료받기가 무서워 가기 꺼려하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치료비의 부담을 없앨 뿐만 아니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무료 치과 진료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먼저 돈의동 쪽방상담소 소개부터 들어봅니다. 최영민 소장입니다.
[녹취: 최영민 소장] “돈의동 쪽방상담소는 돈의동 내에 있는 쪽방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고요. 저희는 작은 건물이 한 84개 동에 주민분들이 한 500여 분 정도 사세요. 저희가 2000년 초에 개소됐고요. 서울시에서 2018년 2월부터 위탁받아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쪽방 내에 샤워 시설이라든지 세탁 시설이 굉장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상담소 내에서 목욕할 수 있게 그리고 세탁할 수 있게 기본적으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고 있고요. 그다음에 주민분들이 좀 열악하게 계시다 보니까 상담을 통해서 일자리를 연계해 드린다거나 아니면 다른 서비스들 복지 서비스를 연결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서울시가 실시한 쪽방 주민 실태조사에서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 1위로 치과 진료가 꼽혔습니다.
[녹취: 최영민 소장] “쪽방 주민분들 중에 대부분 경제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까 제때 치과 진료를 못 받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대부분 제때 치과 치료를 받지 못해서 치아가 없거나 치과 치료가 굉장히 필요하신 분들이 많아서 저희가 '행동하는 의사회' 이사장님하고 얘기하면서 주민을 위해서 치과 진료소를 만들어보자 하던 차에 서울시에서 우리금융그룹(우리금융미래재단)이라는 기업을 연계해주셔서 치과 진료소를 만들게 됐습니다."
치과 진료는 주 3회 운영하고 있고요. 약 3시간 정도 진료합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오후 시간에 못 오는 주민들을 위해 야간진료도 하고 있고요. 현재는 6명의 치과 의사가 진료를 돕고 있습니다. '행동하는 의사회' 회원들의 봉사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자세한 얘기,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한동헌 교수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한동헌 교수] “여기에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치과 의사와 치과위생사 학생 이런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이곳의 내용을 채워나가고 있는 겁니다. 현재는 월요일, 목요일, 금요일 이렇게 진료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요. 월요일과 금요일은 간단한 검진과 이분들의 상태 검진을 통해서 상태를 파악하고 간단한 충치 치료나 잇몸 치료 이런 기본적인 진료를 진행하고요. 그리고 목요일 오전에는 치아가 그래도 좀 많이 있는 분들 대상으로 예방 치과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요일 오후에는 보철이나 틀니를 만들어야 한다거나 틀니 치료가 필요하거나 복잡한 치료가 필요한 분들을 대상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쪽방촌 주민의 치아 상태는 어떨까요?
[녹취: 한동헌 교수] “처음에 이분들을 진료하면서 되게 가슴이 막막해지고 머리가 멎어버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왜 그러냐면 사실 우리나라(한국)에서 이가 하나도 없는 분들은 65세 이상 노인의 대략 한 10%가 조금 안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민분들을 봤을 때, 사실 20% 정도는 이가 하나도 없거나 거의 없는 상태인 분들이었어요. 근데 이분들이 65세 이상도 아니고 50대도 계시고 60대도 계시고 이러는데 이렇게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이가 없는 상태로 지내고 계신다는 게 처음에는 좀 충격적으로 다가왔고요. 왜냐하면 치과에서 진료할 때 이가 하나도 없는 분들을 만나기는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가 하나도 없어서 밥을 국이나 물에 말아서 후루룩 들이켜야 하는 그런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 치과에 가지 못한다는 게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왔었고요."
그래서 한동헌 교수는 쪽방촌 주민의 치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자신의 이를 잘 관리하고 유지하면서 살 방법을 어떻게 하면 잘 알려드릴 수 있을까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동헌 교수의 목표입니다.
[녹취: 한동헌 교수] “일단 첫 번째는 이가 없어서 잘 씹어 드시지 못하는 분 혹은 특히 앞니가 없어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최소한의 씹는 것과 보기 흉해서 사회생활이 어려운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 이거를 제공하는 게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건강한 치아, 건강한 잇몸, 건강한 입 안을 계속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스스로 그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같이 키워나가는 거 그게 두 번째 목표입니다."
그러면서 한동헌 교수는 주민들이 치과 진료소를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동헌 교수] “내가 뭔가 아프거나 이가 없어서 씹지 못하고 이런 기능상의 문제가 있을 때 치과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치과에 찾아오거나 혹은 내가 사는 지역 동네 안에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추게 하는 거, 이게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사실은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라고 하는 곳을 다른 곳이 아닌 이 쪽방 주민이 살고 있는 바로 한가운데에 이 센터를 만들었던 이유가 가장 내가 가까이 있는 곳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걸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내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 이런 목표를 갖고서 이곳을 계속 운영해가려고 합니다."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로 들어서니 진료실장 권수연 씨가 진료 안내를 돕고 있었는데요. 이날은 어떤 분들이 진료 예약을 했을까요?
[녹취: 권수연 진료실장] “오늘은 처음 오시는 환자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그래서 입 안 상태를 좀 보고 기록하는 그런 시간도 있고 스케일링하는 환자분들 그리고 입에 충치 예방하는 불소 도포 그리고 레진이라고 하죠. 충치 치료 되게 다양하게 오늘 또 많이 잡혀 있네요. 지금은 웬만한 건 진짜 다 하고 있고 틀니나 보철 치료도 계속 진행 중이고요. 앞으로 임플란트도 계획은 있어요."
진료실장 권수연 씨도 센터를 개소하기 전부터 함께 해 온 일원인데요. 사업을 함께 운영하면서 쪽방촌 주민들과 누구보다 가까워졌고요. 주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센터를 들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녹취: 권수연 진료실장] “거의 저도 지금 쪽방촌에 사시는 주민들 소속인 것 같아요. 지금은 매일 매일 보고 하니까 예전과 다르게 확실히 많이 환영해 주시기도 하시고 좋아하세요.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워하시기도 하고 그냥 생겨서 와봤다는 이런 경우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냥 오며 가며 편하게 저한테 말씀하시고 예전보다 훨씬 덜 두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실제 쪽방촌 주민들을 만나니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에서 치과 진료를 받은 분들이 참 많았는데요.
[녹취: 쪽방촌 주민] “주민들한테 이제 치아가 부실한 사람한테 많은 도움이 되겠죠. 저는 앞니 없어서 이거 부분 틀니 했어요. 좋은 취지죠. 아무래도 취약지구 지역에서 주민들이 아무리 치과 가려고 그러면 비용 발생하고 치과가 쉽게 갈 수 있는 장소도 아니고 이렇게 동네 주변에 가까운 데 이렇게 생기면 여러모로 크게 도움이 되겠죠. 주로 여기는 나이 드신 분들이 치아 상태가 부실하니까 그분들도 많이 오셔서 지금은 치료받고 계세요. 많은 도움이 되죠. 사람이 실질적으로 이렇게 생활을 하는 데 일부분이다 보니까 사람이 식사를 할 수 있어야 거기에 만족도와 행복감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리고 또 다른 주민 나정해 씨도 치과는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쉽게 가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나정해 씨] “병원은 돈을 얼마 받을지... 그래서 못 가지, 그런데 여기 가니까 이렇게 부서진 것도 다 붙여주고... 그전에, 치과에 가서 막 이렇게 갈아놨어요. 틀니 하느라고, 근데 거기가 이렇게 막 시큰시큰 아팠거든. 근데 그것도 다 때워서 새 이처럼 해주시더라고 그래서 너무 좋았어. 여기는 뭐 자유롭게 내가 오늘 시간이 안 된다 그러면 또 그다음 날로 잡아주고 그러니까 편리해요. 친절하시고 정말 막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고 이빨도 다 닦아줬어, 스케일링하고 또 이빨을 이제 제대로 못 닦아서 그랬나 봐, 우리가 잘 모르니까... 아주 속까지 다 닦아주시더라고 이제 이렇게 닦아야 한다고, 미안하고 막 창피하고 그랬었지..."
그래서 나정해 씨는 다른 이웃 주민에게도 구강관리센터를 추천하고 있고요. 또 다른 주민은 치과 의사와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녹취: 쪽방촌 주민] “먼저 이빨 하나 뺐어, 충치 치료 이제 오늘 하러 올라가려고... 바로 일하면서 올라가서 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첫째가 잘해주니까 좋은 거지 뭐, 고맙고 감사하지 뭐..."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