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여성은 김정은 정권의 선전도구에 불과하다고 캐나다 외교부 산하 연구기관이 지적했습니다. 북한 여성들의 한국식 화장과 머리 모양을 억압적 체제에 대한 간접적 저항으로 풀이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캐나다 외교부 산하 연구기관인 아시아태평양재단(Asia Pacific Foundation of Canada)은 14일 발표한 ‘세계 여성의 날 북한 여성들의 우울한 '영광' North Korean Women’s Gloomy ‘Glory’ on International Women’s Day) 보고서를 통해 북한 여성이 겪는 인권 침해 실상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성대한 기념행사를 하며 여성을 사회주의 혁명가로 미화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부장적 북한 사회에 예속돼 김정은 정권의 선전 도구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캐나다 아태재단 보고서] “In reality, women in the country remain subjugated by a patriarchal North Korean society and subject to the propaganda tools of the Kim Jong Un regime… various propaganda campaigns emphasized women’s social roles and political obligations as wives, mothers, daughters, and participants in the Kim dynasty.”
지난 8일에도 관영 매체들이 여성을 ‘나라의 꽃’이라고 칭송하면서도 “다양한 선전 캠페인은 김씨 왕조 속의 아내이자 어머니, 딸, 참가자로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정치적 의무를 강조했다”는 설명입니다.
또 여성에게 권리보다 가정과 국가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강요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북한 사회는 가사와 생계의 이중 부담을 북한 여성의 어깨에 지운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관한 유엔과 다양한 인권 감시단체들의 보고서를 검토해 볼 때 “북한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은 매일 역경을 겪는 일의 연속과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또 북한은 여성들에게 국가에 대한 헌신과 충성심을 강요한다며 “이는 북한 여성들이 현 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해야 할 필요성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100여 년 전 세계 사회변혁을 촉진했던 여성단체들의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습니다.
[캐나다 아태재단 보고서] “This reinforces the need for North Korean women to blindly conform to the current system and is a far cry from the goals of the women's groups that catalyzed global social transformation more than 100 years ago.”
보고서는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북한 여성들은 패션으로 정권에 저항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의 독특한 사회주의 사상이 여성들의 화장과 헤어스타일에 주입돼 여성들의 패션 선택권을 제한하지만 “북한 여성들의 한국식 화장과 헤어스타일은 때때로 김씨 정권에 대한 미묘한 저항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캐나다 아태재단 보고서] “North Korea's unique socialist ideas are injected into women's makeup and hairstyles, limiting women’s fashion options. North Korean women's South Korean-style makeup and hairstyles are sometimes seen as subtle resistance against the Kim regime. It signals the possibility of North Korean women coalescing into a group that could march beyond the existing, rigid gender norms.”
그러면서 “이는 북한 여성들이 기존의 경직된 성 규범을 넘어 시위할 수 있는 집단으로 규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매릴랜드 대학 교수와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 등 일부 전문가는 앞서 VOA에 향후 “북한 장마당 아줌마들이 벤츠를 탄 노동당 고위간부들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장마당에는 물건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가 돌기 때문에 시장 경제에 밝은 북한 여성들이 북한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란 논리입니다.
앞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제네바에서 진행 중인 5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 여성은 의상과 헤어스타일, 심지어 화장까지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며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