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말, 3월 초가 되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있죠. 바로 졸업식과 입학식을 치르는 학교인데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각 학교에서 대면 졸업식과 입학식을 재개하면서 함께 분주해진 곳이 있습니다. 바로 꽃가게인데요.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가 찾는 꽃 선물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서울’, 오늘은 '꽃집'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포장 현장음]
서울의 한 꽃집입니다. 향긋한 꽃 냄새와 색색의 화려한 꽃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요. 꽃을 포장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매우 바쁩니다.
요즘에는 풍성한 꽃다발이 아니라 작은 다발이지만 포인트가 되는 꽃들로 구성한 꽃 선물을 많이들 찾는다고 하는데요. 요즘 사람들은 어떤 꽃을 선호할까요? 여의도의 한 꽃집에서 근무하는 미나 씨의 얘기 들어봅니다.
[녹취: 미나 씨] “저희 핑크색, 파스텔톤 해서 제일 많이 나가거든요. 보통 믹스해서(섞어서) 장미랑 카네이션, 거베라 이런 식으로 많이 섞어서 나가요. 요즘은 이제 프리지어랑 튤립 많이 나오니까, 믹스(혼합)는 다른 꽃이랑 안 하고 거의 그 꽃들만 살려서 그 위주로 간단하게 포장해서 많이 나가거든요.”
서울 여의도는 증권가라고 불릴 만큼, 금융 회사와 증권 관련 기업이 많습니다. 더불어 상업지구도 발달한 곳이라 다양한 연령층의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인데요.
여의도에서는 주로 어떤 손님이 꽃을 살까요?
[녹취: 미나 씨] “보통 남자분들 30~40대분들이 제일 많이 오세요. 보통은 가격대 있는 편을 많이 사 가시는 편이라서 한 송이보다는 5만 원, 기본 5만 원부터 시작해서 크게 하시면 7~8만 원까지 보통 그 정도가 많이 나가는 편이에요. 젊으신 분들은 보통 한 송이 위주로 많이 사 가시고 약간 묶음으로 된 거 많이 사 가시는 편이에요. 데이트하실 때 아니면 친구들 선물 주거나 그러실 때 주말에 많이 놀러 오셔서 한 송이씩 가볍게 사 가시는 편이에요. 보통 한 송이는 이제 장미랑 소재 넣어서 그렇게 제일 많이 나가고요. 저희 그냥 루스커스나 유카리 같은 좀 오래 갈 수 있는 것들 위주로 (판매)하거든요.”
미나 씨는 소비자 물가가 오름에 따라 꽃값도 올랐다며, 기본 5만 원을 호가하는 꽃 선물이 젊은 세대에게는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나 씨] “지금 많이 올랐어요. 물가가 오르니까 꽃값도 많이 오르고 지금 시즌이라서 졸업식도 있으니까 많이 오르는 편이고요. 기본 그래도 5만 원부터 시작하거든요. 저희는 한 7송이의 소재에 들어가는 정도... 다들 간단하게 선물 부담되지 않게 하고 싶은데 그래도 꽃도 같이 주면 좋겠다. 생각해서 보통 간단하게 한 송이나 이런 식으로 사 가시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가게의 한쪽에서는 직원 문라영 씨가 한 송이 장미를 따로 포장하고 있었는데요. 파란 장미가 유독 눈에 띕니다.
[녹취: 문라영 씨] “얘가 수입 장미인데 수입 장미에다가 스프레이를 한 거예요. 염색되게 그래서 조금 더 희소성 있고 좀 더 기분 좋아지라고 수입 장미... 얘는 스타티스라는 소재예요. 이렇게 해서 저기에 있는 것처럼 꽂아놨다가 이제 보시고 하나씩 원하시는 컬러 골라셔서 가져가는... 너무 크게 준비하긴 뭐하고 약간 간략하게 간소하게 가져갈 때 사 가는 것 같아요.”
최근 꽃 선물을 했다는 한국 시민 김나경 씨도 예전과는 달라진 물가를 체감했다는데요.
[녹취: 김나경 씨] “제가 얼마 전에 선물하려고 꽃을 구매했었는데 이게 그냥 간단한 선물을 사기 위해 한 3만 원 정도의 돈을 지출했거든요. 근데 이게 한 2년 전보다 굉장히 단출해졌더라고요. 올해 3만 원짜리의 꽃이 한 2년 전에는 한 5만 원 정도의 그런 볼륨이 아니었나 그래서 아무래도 단출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때는 그냥 장미나 튤립류였던 것 같아요.”
더불어 김나경 씨는 꽃을 사는 소비자들이 더욱 다양해진 것 같다고 말했고요. 식물로 인테리어를 하는, 플랜테리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기 취향이 더 확고해진 것도 달라진 꽃 트렌드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나경 씨] “아무래도 꽃이 일상적으로 자주 사는, 기념보다는 집에 평소에 꽃을 꽂아두거나 뭔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주 사용하는 아이템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자신을 위해 꽃을 사는 경우도 많고 그만큼 취향도 더 다양해지다 보니까 지금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꽃의 종류도 예전에는 우리가 졸업 시즌 되면 장미나 튤립, 안개꽃 이렇게 구성이 많이 됐었잖아요. 근데 요즘은 수입 꽃도 굉장히 많아지고 컬러도 다양해지니까 아무래도 취향도 그에 맞춰서 더욱더 다각화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래도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요즘 꽃다발이 훨씬 더 디자인적으로나 색감으로나 훨씬 더 예쁜 것 같아요.”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다른 꽃집은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한국 시민들로 북적였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지연 씨는 꽃줄기를 다듬는 컨디셔닝을 하고 있었는데요. 손님들이 원하는 꽃을 골라서 가져오면 그것에 맞게 포장해주고 있었고요. 이곳에서도 단연 인기가 좋은 꽃은 장미와 거베라라고 했습니다.
[녹취: 이지연 씨] “거베라 원래 화환에 많이 쓰였던 꽃인데 요즘에는 그냥 이렇게 낱개로 저희 매장에서는 많이 꺼내놔서... 예쁜 걸로 많이 찾으시는 것 같으세요. 근데 이거는 다 손님 개인마다 조금 차이가 커서 보통 저희가 써놓기는 했거든요. 큰 꽃, 작은 꽃 이렇게 섞어서 하시면 예쁘다고 그래서 그거 보고 오시거나 아니시면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저희한테 여쭤도 보시고 하시는 것 같으세요.”
손님은 원하는 꽃을 자유롭게 고르면 되고요. 꽃을 고르기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상점에서는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한 송이 꽃이나 미니 부케를 찾는 분들이 많이 구매한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지연 씨] “이거는 저희만의 시그니처 같은, 번들(bundle)로 만들어서 이제 손님들이 손쉽게 가져갈 수 있게끔 만들어 두는 편이에요. 잘 못 고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저희는 연남동에 있어서 주로 20~30대가 제일 많으신 것 같아요. 본인이 직접 집에다 꽂아놓으시려고 가지고 가시는 분들도 많으셔서... 아무래도 예전에는 뭔가 양 보고 이러셨다면 요즘에는 워낙 예쁜 꽃들이 다양하게 나오니까 알스트로메리아 같은 것도 하나만 꽂아놓기도 되게 예뻐서, 네. 하나씩도 많이 하시고... 하나씩 하시는 건 대부분 장미나 거베라, 백합 이런 애들로 한 송이씩 많이 사 가시는 것 같으세요.”
현장에서 꽃을 고르고 있는 한국 시민에게 변화된 꽃 선물 트렌드에 관해 물어봤는데요. 한 시민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더 많은 사람이 좀 더 간소화된 꽃다발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국 시민] “그냥 친구가 핑크색을 좋아해서 친구 집 가는 김에 선물하려고 고르고 있어요. 근데 사실 그게 조금 더 효율성이 있지 않나 가격 면에서나… 그리고 이렇게 하나씩 골라서 선물할 수 있으니까 조금 더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서 선물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이게 훨씬 더 좋아요.”
한국 시민들은 자기가 원하는 꽃으로, 원하는 만큼 고를 수 있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고요. 상대방이나 자기 취향이 담긴 꽃으로 세련되게 구성한 꽃 선물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예정빈 씨] “옛날에 좀 풍성한 거는 요즘에 좀 촌스러운 것 같아요. 막 너무 많이 풍성하게 보이는 거는 좀 촌스럽고 약간 색 조화해서 간단하게 예쁘고 이런 게 선물 받았을 때도 좀 차라리 세련된 느낌? 네. 이제 약간 봄도 되고 해서 노란색이랑 오렌지 톤이랑 섞어서 골랐어요. 화려하고 풍성한 느낌보다는 부케도 그렇고 오히려 색도 좀 파스텔톤 이런 느낌이 좀 강렬한 것보다는 파스텔톤 이런 게 좀 더 예쁜 것 같아요. 저도 일부러 여기 와서 자주 구매하는데 골라볼 수도 있고 그냥 돼 있는 것보다는 골라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고 직접 고르고 받은 선물이 더 귀엽고 예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의 꽃 선물 트렌드는 또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요? 서울 시민들의 얘기 들어봅니다.
[녹취: 예정빈 씨] “계속 이런 느낌으로 갈 것 같고 이제 풍성한 느낌보다는 그냥 색 조합 그리고 진짜 심미적으로 봤을 때 간단해도 예쁜 거? 약간 조화가 잘 됐다. 이런 느낌으로 한 송이를 하더라도 그 주변에 오히려 꽃보다는 풀 이런 거 있잖아요. 약간 옆에서 그런 것들로 잘 조화해서 하면 더 간단하고 예쁜 것 같아요.”
[녹취: 서주원 씨] “이런 추세에 대해서 뭔가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좀 많이 떠오르는데요. 이제 그 풍성함에 대한 의미보다는 현재는 약간 그 고유의 뜻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기 때문에 그렇게 좀 추세가 변하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녹취: 김나경 씨] “아무래도 사람의 취향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그다음에 보는 그 기준도 높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더 다양해질 거로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