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터너 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지명자는 북한인권을 오랫동안 다룬 경험과 전문성, 열정까지 갖춘 적임자라고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인권을 단순한 대북 압박 수단이 아닌 최우선 협상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백악관이 23일 줄리 터너 새 북한인권특사 지명 소식을 발표하자 미국의 북한인권 전문가들은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반겼습니다.
두 행정부에 걸쳐 무려 6년의 공석 끝에 특사가 임명됐기 때문에 앞으로 기대가 크다는 것입니다.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터너 지명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강조하며 “훌륭한 선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it's an excellent choice. Julie is a particularly good person. She's experienced. She's spent time at the State Department. She's been overseas. You know, she's also Korean American that has a good background for it. I think she'll make a great contribution.”
재임 시절 터너 지명자와 북한인권 문제를 자주 함께 다뤘던 킹 전 특사는 터너 지명자를 “좋은 사람”으로 묘사하면서 “경험이 많고 국무부와 해외 근무 경력을 두루 갖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그는 이 임무를 하기에 좋은 배경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이기도 하다며 “(북한인권 개선에) 큰 공헌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터너 지명자가 당파성을 띠지 않는 정부 관료라는 이점이 있어 상원 인준 절차가 1~2달 내에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등 동맹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조율을 할지가 그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킹 전 특사는 말했습니다.
국무부에서 16년 이상 북한인권 문제를 다뤘던 터너 지명자는 그동안 수십 명의 탈북민들,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여러 행사를 개최하며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국무부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는 터너 지명자가 사회를 보며 탈북민과 인터뷰하는 영상도 올라와 있습니다.
세계 70개 이상의 민간단체와 개인활동가들이 연대한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의장은 “터너 지명자는 탈북민들의 국무부 방문을 항상 환대했으며 유엔에서 탈북민들을 위한 의미 있는 회의를 조직하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습니다.
[숄티 의장] “She always welcomed North Korean escapees to the State Department and helped organize meetings meaningful meetings for them at the United Nations as well. She will be a great advocate for the people of North Korea and a great partner with Ambassador Lee Shin-wha of South Korea in advocacy for the human rights of one of the world's most suffering people.”
숄티 의장은 또 해외에서 위기에 빠진 탈북 난민을 급히 구출할 때도 터너 지명자가 도움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터너 지명자는 북한 주민들의 훌륭한 옹호자가 될 것”이며 “세계에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 중 하나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데 있어 한국의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도 터너 지명자의 북한인권 관련 지식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번 지명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뭔가 성취하길 원하며, 이를 자신들의 의사 결정에 통합하기 원한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t’s also a message to the world outside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takes the issue seriously, they want to achieve something, and they want to integrate it into their decision making. They're not sidelining it.”
또 북한인권을 대북 협상 과정에서 제쳐두지 않겠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으며 북한 정부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향후 미북 관계 개선은 북한 인권의 증진 여부에 달려 있고 인권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편입될 것이란 중요한 메시지”도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특히 “특사 지명은 단순한 압박 신호가 아니라 미국이 인권 정책으로 내세우는 진정한 결의와 가치가 돼야 한다”며 “북한 관련 추가 논의가 이뤄질 때 인권이 협상 테이블에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We don't want to see a repeat of that and that exploitation of the human rights issue. This has to be not just a sign of pressure, but a real commitment and values that were that the United States is putting forth the human rights policy. And it has to be very clear that that will remain on the table when if any other discussions take place.”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터너 지명자는 “완벽한 선택”이라고 반기면서 “북한인권특사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인권을 (대북 정책의) 전면에 두고 중심으로 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The top priority of the special envoy for North Korean Human Rights would be to place human rights up front and center…. But in the process, we have been somehow sacrificing human rights so I think that the top mission of the special envoy will be to elevate the importance of human rights in the process of thinking through North Korea policy,”
스칼라튜 총장은 “미국이 지난 30여 년 간 대북 정책을 이행하며 인권 문제를 양보해 왔던 만큼, 새 북한인권특사의 최우선 임무는 대북정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10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VOA에 보낸 공식 성명을 통해 터너 지명자가 인권 보호와 증진에 탁월한 “끈질긴 옹호자(dogged advocate)”라고 평가했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과 관여하면서 인권을 전면에 두는 것이 쉽지 않지만 터너 지명자야말로 이런 어려운 일을 능숙하고 전략적으로 해낼 적임자”라는 설명입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Placing human rights at the forefront of international engagement with Pyongyang is not easy, but Turner is precisely the sort of savvy and strategic representative to get difficult things like this done. The Special Envoy should immediately work to rebuild a strong coalition of governments that will prioritize human rights in dealing with the DPRK.”
로버트슨 부국장은 터너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받는 즉시 “북한을 상대할 때 인권을 우선시할 국가들과 강력한 연합전선을 재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제안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터너 지명자와 한국의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모두 여성인 만큼, 극심한 차별과 인권 침해에 시달리는 북한 여성을 보호하는 데도 더 효과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신화 대사는 24일 VOA에 “지난해 10월 터너 지명자를 국무부에서 만나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상원 승인이 빨리 완료돼 조만간 만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아닌 국무부 관료가 지명된 만큼 안보와 평화를 우선시하는 기존 정통 관리들의 협상 논리를 넘어서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24일 VOA에 “국무부에서 북한인권에 관한 전문성은 터너 지명자가 최고 중 하나”라면서도 “의회와 국무부의 정통 외교관들을 상대로 인권 문제를 강력히 추진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킹 전 특사는 이 같은 인식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과거 북한인권특사에 지명된 것도 국무부 출신은 인권 개선을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at's a concern that some people have. I know that was the reason I was appointed to the position because the there was concern that the State Department where anybody from within the State Department would not press on human rights. I think that's not accurate. She brings a good understanding of how things are done in the State Department and I think that's a definite advantage.”
킹 전 특사는 터너 지명자는 국무부에서 일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확실한 이점이며 외부 인사와 달리 내부 연결망도 많아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