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내추럴 와인을 판매하는 상점과 맛과 분위기 둘 다 잡은 내추럴 와인바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외식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내추럴 와인’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데요.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서울’, 오늘은 '내추럴 와인'은 무엇인지, 왜 인기를 끄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녹취: 안내 현장음]
서울시 관악구의 한 와인샵. 현재 와인 상점과 와인바를 운영하는 김기영 사장을 만나 내추럴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먼저 내추럴 와인은 이름 그대로 어떤 것도 추가하지 않고 어떤 것도 빼지 않은 천연 와인인데요.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미를 살렸기 때문에 개성 넘치는 맛과 매력으로 한국 시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추럴 와인과 컨벤셔널 와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김기영 사장입니다.
[녹취: 김기영 사장] “내추럴 와인은 만들어지는 방식이 일반적인 와인과 차별점을 보이고요.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와인을 컨벤셔널 와인이라고 하고 내추럴 와인은 따로 분류된 스타일인데 그 내추럴 와인은 이렇다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진 않아요. 컨벤셔널 와인은, 평소에 마시고 있던 와인은 190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와인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때는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화학적인 것들이나 기계적인 것들, 양조적인 기술을 인간이 의도하는 대로 마음껏 쓸 수 있는 시대가 됐거든요. 근데 그 이전 시대 와인들은 그렇지 못했겠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걸 내추럴 와인으로 보는 거거든요. 1980년대 프랑스 보졸레에서 내추럴 와인이 처음 시작됐어요.”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은, 포도는 놔두기만 해도 와인이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요. 포도 재배 과정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요. 지속 가능한 자원을 활용하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합니다.
[녹취: 김기영 사장] “지금 우리가 내추럴 와인이라고 부르는 와인은 일단 오가닉 와인이나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이상의 기준을 가지고 있긴 해요. 포도 재배를 할 때 화학적인 것을 완전히 배제해요. 화학비료, 화학 제초제, 화학 농약을 쓰지 않은 완전한 오가닉 포도로 양조하는데, 양조 과정에서도 인간적인 개입을 최소화시켜요. 여러 양조 기술을 쓸 수 있는데 그것들을 최소화시키는 거예요. 그리고 필터링이나 정제라는 과정이 있어요. 그 과정을 하지 않는 내추럴 와인이 많이 있거든요. 내추럴 와인을 살펴보면 컬러가 탁하다거나 불순물이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근데 불순물이 아니고 침전물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병입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와인의 첨가물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산화황, 즉 보존제도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김기영 사장] “양조 마지막 과정에서 이산화황이라는 화학 성분을 첨가해요. 와인의 산화를 막기 위한 건데, 내추럴 와인은 그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거나 정말 최소량만 첨가하는데, 당연히 유통기한이나 와인의 숙성에 대해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기도 해요.”
심지어 10년 이상 숙성시켜 마실 수 있는 내추럴 와인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재배방식과 양조 방식의 차이가 있는 내추럴 와인의 맛은 어떨까요?
[녹취: 김기영 사장] “내추럴 와인 맛은 이렇다고 역시나 정의를 내릴 수 없어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일반 컨벤셔널 와인도 셀 수 없을 정도의 카테고리가 있고 다양한 캐릭터가 있어요. 내추럴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추럴 와인은 콤콤하다, 식초 같다, 감칠맛이 돈다, 푸르티(fruity)하다. 이건 각 와인들에 대한 얘기지, 내추럴 와인 전체가 이렇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면서 내추럴 와인은 와인 상점에서 첫 시도를 하는 사람들보단 내추럴 와인바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 맛을 접하게 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기영 사장] “요즘에 내추럴 와인 바가 많이 생겨났거든요. 음식이랑 페어링해서 내놓는 와인바들이 많이 생겼는데 그런 바를 보면 MZ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힙한 스타일의 가게들이에요. 그리고 내추럴 와인이 MZ세대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일반적인 컨벤셔널 와인들은 기준이 있어요. 역사적으로 데이터가 쌓여온 와인이잖아요. 그래서 나는 이러한 스타일을 마시고 싶다고 하면 쉽게 고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내추럴 와인은 모든 데이터와 범주 안에서 좀 자유롭기 때문에 너무 그 개성이 다양해요. 그래서 일단 재미가 있죠. 기존 틀, 역사, 권위적인 것들에 반하는 그런 의미도 있기 때문에 더 찾는 것 같아요.”
김기영 사장은 내추럴 와인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는 먼저 그 손님의 취향을 알아본다고 합니다. 와인 관련 경험이나 이해도를 물어보고 그에 맞춰 와인을 추천하는 건데요. 그래서인지 내추럴 와인, 각각의 병에는 원산지나 특징이 적혀있는 메모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녹취: 김기영 사장] “와인의 세부 정보들인데요. 와인의 이름, 와인의 산지, 이 와인의 형태는 어떠한 형태인지, 품종, 그리고 손님들이 와인 캐릭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느껴지는 노트나 풍미를 적어두었습니다. 내추럴 와인을 한번 드시고 다시는 안 드시는 분들이 있어요. 정말 개성이 너무 뚜렷한 것들이거든요. 쿰쿰한 향이 난다거나 쿰쿰한 향도 소똥 냄새가 나고 마구간 냄새가 나고 고양이 오줌 냄새가 나고 그렇기도 해요. 근데 그런 것들을 제가 먼저 추천해 드리기는 힘들고요. 과실미가 좋은 것들, 푸르티(fruity)하고 과일 캐릭터가 넘실넘실거리는, 누가 먹어도 맛있는, 하지만 컨벤셔널 와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혹은 좀 더 화려한 스타일의 내추럴 와인을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김기영 사장의 이야기를 듣던 도중 한국 시민 윤하연 씨가 와인 상점에 들렀습니다. 윤하연 씨는 아직 내추럴 와인을 접하진 못했지만 주목받는 것이 이해된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윤하연 씨] “날이 좋아서 산책하고 있었다가 겉모습이 예뻐서 그냥 궁금해서 들어오게 됐어요. 평소에 친구들이랑 선물로 많이 주고받기는 하는데 잘 알지는 못하고요. 와인이 저는 병이랑 라벨이 너무 예뻐서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거든요. 아무래도 요즘은 좀 자연스러운 음식을 더 추구하는 것 같고 사람들이 많이 인공적인 과정이 덜 닿은 음식에 관해 주목하는 것 같아서 그런 걸 젊은 세대한테 언급이 많이 되고 좋아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또 다른 한국 시민 김나경 씨는 내추럴 와인을 마셔본 경험이 있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맛과 취향을 반영한 내추럴 와인을 고른다면 실패할 확률이 낮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나경 씨] “저는 일단 화이트 와인을 좋아해서 화이트 와인 위주로 골랐고 화이트 와인은 워낙 이제 깔끔하면서 상큼하고 푸르티(fruity)한 느낌을 가진 게 제 입맛에 잘 맞아서 복숭아나 이런 향이 첨가된 걸 먹었던 것 같아요. 기성 와인과 비슷해서 이질감 없이 잘 마셨던 것 같아요. 근데 저 같은 경우는 기성 와인은 알게 모르게 농약이 되게 많이 들어간다고 알고 있거든요. 오가닉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내추럴 와인을 선택했던 이유도 큰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 시민 박지현 씨는 와인바에서 내추럴 와인을 접했다고 하는데요. 직접 먹어보니 평소 내추럴 와인에 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졌다고 합니다.
[녹취: 박지현 씨] “마셔보니까 조금 그 이미지와 선입견이 깨진 것 같아요. 우선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일 거라 생각해서 향과 맛이나 탄산이나 탄닌감이 강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레인지(range·폭)가 되게 넓었고 마찬가지로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재배된 포도 본연의 맛을 살린 와인이 주는 미각의 맛이라든가 여러 가지를 좀 더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내추럴 와인만이 가진 맛과 매력을 알게 되면서 박지현 씨는 앞으로도 내추럴 와인을 더 폭넓게 경험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내추럴 와인의 경우는 하나하나 각각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에서 재배된 포도라든가 재배지를 알아가는 재미가 확실하게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결과물을 제가 직접 맛보면서 ‘아, 이거는 이렇구나.’ 하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추럴 와인 같은 경우는 앞의 이유들 때문에 호불호가 강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서 호를 느끼는 사람들은 꾸준하게 선택을 넓혀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