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 체계에 편입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주한미군에 우주군 부대를 설치함으로써 통합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 비확산 수석부차관보는 1일 VOA에 한국이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부차관보] “It's not necessary, but it certainly would be desirable. Clearly the overall effectiveness of missile defense would be better if South Korea were networked into such a system. Certainly, even if South Korea was not part of this regional system, they would still be able to operate together and work effectively just would not be as effective as if it was part of this overall network.”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한국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한국이 그런 체계에 연결돼 있다면 미사일방어의 전반적인 효율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약 한국이 역내 방어 체계의 일부분이 아니어도 분명 미국과 함께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겠지만 실제 방어망의 일부분인 것 만큼 효과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한국 국방부의 문홍식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주한미군의 우주군 부대 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미국 미사일방어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한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중국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 “Maybe it's a way of them trying to basically support missile defense without directly supporting missile defense.”
한국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미사일방어를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 국방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한일 통합 미사일방어망 구축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미한일 정상이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한 점, 그리고 미국이 주한미군 내 우주군 부대를 창설하는 점 등을 거론했습니다.
물리학자 출신 미사일 전문가인 로라 그레고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원은 미한일 3국이 북한 미사일에 관한 실시간 자료를 공유하기로 한 시점부터 이미 미사일방어 통합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라 그레고 MIT 연구원] “I do think the sharing of missile warning data is an indicator of growing integration, and I believe it could be helpful and stabilizing and could prevent false alarms and help to more quickly characterize what kind of a missile and where it’s going when there is a launch.”
그레고 연구원은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가 통합이 증대되고 있다는 지표라며, 정보 공유는 허위 경보를 막고 미사일 발사가 있을 경우엔 더 빨리 미사일의 종류와 날아가는 곳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13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날아 들어오는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사일방어 프로젝트의 마사오 달그렌 연구원은 미국, 한국, 일본에서 정상급들이 미사일방어망 통합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혀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사오 달그렌 CSIS 연구원] “At the highest level, all indications point to the US, South Korea and Japan strengthening their missile defense cooperation in response to North Korea's threats. The question is how. South Korea for years and years has been developing its indigenous missile defense capability. And I fully expect that they will find ways to integrate that with its allies and partners, including the United States.”
모든 징후들은 미국, 한국, 일본이 북한의 위협에 맞서 미사일방어 협력을 강화하는 쪽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달그렌 연구원은 “문제는 방법”이라면서, 한국은 수년 간 자체 미사일방어 역량을 구축해 왔다는 점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미국을 포함한 동맹 및 협력국들과 그 역량을 통합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습니다.
달그렌 연구원은 따라서 이날 나온 한국 국방부의 발언도 자체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을 뿐 한국이 미사일방어에서 미국과의 통합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라며, “’통합’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문 부대변인은 이날 “한국 군은 미사일 방어를 위해 독자적으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연합체계 하의 정보 공유 등 상호운용성에 기반한 미사일 방어 연합작전을 한반도에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한미군에 우주군 부대가 설치되면 미국과 한국 간 미사일 방어에 대한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one of the keys would be that US satellite information would be passed directly to all Korean patriot and other missile defense batteries.”
미국의 위성 정보가 한국 군 패트리엇 포대와 다른 미사일 방어 포대에 직접 전달될 수 있다는 겁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군 위성이 탐지한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 한국군이 더 빨리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한미군은 지난달 2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주한미군 우주군 구성군사령부가 앞으로 몇 주 안에 창설될 예정이며, 곧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미국 본토를 제외한 지역사령부에 우주군 예하 부대가 창설되는 것은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이어 주한미군이 2번째 사례가 됩니다.
베넷 연구원은 미한일 미사일방어 통합 논의와 주한미군 우주군 배치 등은 결국 북한과 중국의 행동이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Let's be clear. China and North Korea are already pushing South Korea to be thinking along those lines. South Korea isn't doing this because of any evil intent by South Korea. They're doing it because the missile threat is significantly increasing.”
베넷 연구원은 한국이 어떤 악의를 품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달그렌 연구원은 주한미군에 우주군이 배치됨으로써 북한의 탄도미사일 뿐 아니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더욱 발전된 신형 미사일에 대한 탐지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마사오 달그렌 CSIS 연구원] “And that will depend on sensor capabilities, in particular sensors based on space that can look over the horizon and track these low altitude threats at really long distances. Because these threats fly at such low altitudes that their trajectories can be obscured by the curvature of the earth.”
달그렌 연구원은 최신형 미사일의 탐지는 센서 역량에 달렸다며, 특히 장거리를 저고도 비행하는 위협을 지평선 너머까지 추적하는 우주기반 센서에 의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극초음속 미사일 등 신형 위협들은 매우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이들의 궤적은 지상에서 보면 지구 표면의 곡선에 의해 가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달그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우주군이 우주기반 미사일 탐지 및 추적 역량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미사일방어는 향후 우주군에 의해 큰 발전이 예상되는 분야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