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핼러윈을 앞두고 모인 인파가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156명이 숨지고 200명 가까이 다친 건데요. ‘헬로서울’, 오늘은 이태원 압사 사고 이후 중요성이 강조되는 '심폐소생술' 교육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교육 현장음]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국응급처치교육원. 이곳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4분의 기적이라 불리는 심폐소생술(CPR)은 심정지 환자의 생존을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응급조치인데요. 이태원 압사 사고 이후 심폐소생술 교육과 안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폐소생술, CPR은 심장이 멈췄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흡을 돕는 응급치료법인데요. 그 자세한 얘기, 한국응급처치교육원 노신규 대표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노신규 대표] “심폐소생술이라고 돼 있다 보니까 심장이 멈춰서 쓰러진 사람에게 가슴에 손을 얹고 심장을 압박해서 심장과 폐를 소생시키는 것이 심폐소생술이라고 이해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심폐소생술 응급처치법의 제1번의 원칙은 뇌에 혈액 공급을 시켜서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넣어줘서 뇌사를 방지하는 것이 1번이고 심폐 회생을 도모하는 것이 2번이 되겠습니다. 뇌가 죽고 난 후에 심장이 다시 뛰어 생명에는 문제가 없는 이 상태를 뇌사에 빠졌다고 얘기를 한단 말이에요. 따라서 심폐소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장이 멈추고 나서 4분 이내에 인공적으로 흉곽을 압박해서 뇌에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공급해서 뇌사를 방지하는 것이 심폐소생술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슴에 압박이 가해지면 숨을 쉬지 못해 질식사하는데요. 압박으로 심정지가 왔을 때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4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요. 골든타임 때 심폐소생술 시기를 놓치면 뇌사 또는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녹취: 노신규 대표] “4분이 지나버리면 우리의 뇌 조직이 뇌의 가장자리부터 손상을 입어요. 만약 6분이 지나면 뇌의 중간 부분까지도 손상을 받고 심장이 멈추고 나서 뇌에 혈액 공급이 10분 정도 되지 않으면 뇌세포는 완연하게 괴사해버립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의학적으로 뇌사에 빠졌다. 이렇게 얘기해서 심정지 사망에서 뇌에 혈액 공급을 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노신규 대표는 심정지 환자를 발견하면 그 즉시 호흡과 의식을 확인하고 주변 사람에게 도움 요청을 한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노신규 대표] “사람이 쓰러지게 되면 이분이 정말 심정지에 빠졌는지를 빨리 확인하기 위해서 쓰러진 환자의 양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의식을 확인해야겠죠. 그래서 의식이 없으면 신속하게 주변 사람에게 119 신고 요청하고 또 다른 분에게 제세동기 요청해서 다른 분이 도와줄 수 있도록 그렇게 하고 보통 성인 기준으로 4초에 한 번씩 숨을 쉬거든요. 그런데 심정지에 빠지면 심정지 호흡이라고 해서 몹시 불규칙하거나 헐떡이는 현상이 있어요. 심정지로 사람이 쓰러졌는데 몹시 헐떡헐떡하거나 불규칙한 호흡 양태를 보고서 ‘심정지가 아니구나, 몸이 불편하시구나.’ 이렇게 오해하는 분이 계시는데 4초에 한 번씩 호흡하지 않는 이런 형태는 다 심정지라고 생각하셔야 하겠습니다.”
심폐소생술은 먼저 가슴 중앙에 한쪽 손꿈치를 대고 다른 한 손을 그 위에 포개 깍지를 끼고요. 성인의 경우 5cm 깊이로 들어가도록 힘을 줘 압박해야 하는데 1분에 100회에서 120회 정도의 속도로 강하고 빠르게 눌러야 합니다. 심장에 가득 찬 혈액이 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노신규 대표는 가슴 압박만으로 심장의 활력이 돌아오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면서, 소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요. 이태원 압사 사고가 발생한 후 교육을 희망하는 한국 시민이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노신규 대표] “하루에도 수만 명의 (한국) 국민들이 우리 사이트를 방문해서 정보도 얻고 교육도 받고 이렇게 하시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이태원 사고를 기점으로 해서 무려 한 10배 이상 심지어 (사고) 첫날은 거의 50만 명이 사이트에 방문했어요. 이런 상황이 있을 때 ‘이것 좀 알아 놔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확연하게 달라졌죠.”
또한 심정지 환자의 발생 장소를 보면 약 38%가 가정, 그리고 30%는 직장입니다. 직장과 주거시설에서 주로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노신규 대표는 가족 단위로 교육을 받는 것이 좋고, 직장에서의 교육도 중요하다고 말했고요. 아무래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노신규 대표] “119가 신고받고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6분 30초가 걸립니다. 이것은 아주 평범한 상황일 때를 말씀드린 것이고 출근 시간이거나 러시아워 때는 더 걸릴 수 있겠죠. 그런데 심정지 상황에서는 4분 안에 뇌에 혈액 공급을 시켜주지 않으면 이 사람은 사망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119는 6분 30초에 오니까 심정지에서 119는 바로 나다, 우리 (한국) 국민 모두가 119다, 이런 마음을 갖고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두고 익혀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국제심폐소생술연락위원회(ILCOR)’에서는 5년마다 심폐소생술 매뉴얼을 발표하기 때문에 달라진 심폐소생술 매뉴얼을 알아두는 것과 반복적인 학습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녹취: 노신규 대표] “심폐소생술은 이론과 술기를 병행하는 교육이거든요. 그런데 과거의 심폐소생술 매뉴얼과 지금의 심폐소생술은 확연히 달라졌어요. 2015년에는 ‘일반적인 심정지에서는 인공호흡을 하지 말아라.’ 이렇게 매뉴얼이 바뀌었고 2020년도에는 이물질에 의한 기도 폐쇄였을 때 ‘하임리히법이라는 응급처치에 선행해서 등을 5번 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라고 하는 것이 추가됐습니다. 이렇듯 그 이전의 심폐소생술 매뉴얼과 달라져있기 때문에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고 사람이 쓰러지게 되면 이때 아주 반복적인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술기를 익혀놓지 않으면 몹시 당황해서 또 사람이 쓰러진 자체가 공포스럽거든요. 그래서 반복적인 교육이 중요하다…”
또한 한국응급처치교육원의 김유희 강사와 원재웅 강사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 모두 구조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유희 강사] “제가 봤을 때는 요구조자에 비해서 구조자가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언론에 알리기 위해서 동영상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심폐소생술에 조금 더 앞서서 많은 사람이 가슴 압박도 해주시고 인공호흡도 병행해주셨으면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녹취: 원재웅 강사] “현장에 있는 남자분들 대부분은 군대에서 분명히 배웠을 겁니다. 근데 그게 일시적으로 배웠다고 끝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해서 다시 한번 복기해 나가면서 언제든지 우리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거 분명히 인지하시고 그래서 반복적으로 교육을 받아주시는 거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거리로 나가 한국 시민들에게 심폐소생술을 배워본 적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녹취: 김도형 씨] “저도 물론 훈련소 가서 심폐소생술을 배웠고요. 기본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는 알고 있었고 지금 TV나 라디오에서도 많이 심폐소생술 방법을 알려주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요. 안전 대비를 항상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녹취: 이장웅 씨] “제가 아무리 CPR을 배웠다고 해도 전문의가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빨리 신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한테 신고해달라고 그냥 단순하게 도와주시라고 하지 말고 어떤 한 분을 특정해서 지목해서 신고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많은 젊은 청춘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녹취: 박세리 씨] “제가 만약에 그 현장에 있었어도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은 되지 못했겠구나, 싶어서 CPR을 한 번 배워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끝으로 노신규 대표는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망설이는 한국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노신규 대표] “심정지와 같은 응급 상황에서는 119가 도착하면 이미 이 사람은 기사망자가 돼 버리기 때문에 심정지에서는 현장에서 최초로 발견하는 바로 당신, ‘바로 우리가 119다’라고 해서 내가 서툴게 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시고 당신의 자발적인 선행이 중요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을 가지면 대단히 좋겠다고 생각하죠.”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