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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유니세프 ‘보건·영양·위생’ 대북지원 제재 면제 승인


지난 2012년 6월 유니세프 직원이 북한 함경남도 어린이의 팔둘레를 측정하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유니세프 직원이 북한 함경남도 어린이의 팔둘레를 측정하고 있다.

유엔이 북한에 보건과 영양, 위생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유니세프가 요청한 대북제재 면제를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가 계속되고 있어 실제로 대북 지원이 이뤄질 지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보건과 영양, 식수·위생 프로그램과 관련한 지원 물자의 북한 반입과 관련해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았습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14일 유니세프에 발송한 서한에서 북한 내 지역사회와 보육원, 학교, 병원 등에 대한 보건과 영양, 식수와 위생 프로그램(WASH)에 필요한 지원 물자를 보내기 위한 유니세프의 제재 면제 신청을 안보리 결의 2397호 25항에 따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안보리 결의 2397호 25항은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 위원회가 승인한 물품은 모두 273종으로, 미화 265만 9천여 달러 상당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육원과 유치원 24곳, 학교와 병원 각각 9곳과 7곳 내 4만9천여 명에게 깨끗한 식수를 지원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부품들, 또 보육원 15곳 등에서 2천 800여 명에게 혜택을 줄 태양열 온수기 3대 등입니다.

식수 공급 사업에 필요한 노트북 6대와 데스크톱 컴퓨터 4대, 지원 물자에 대한 감시와 모니터링에 필요한 카메라 2대, 전기 모터 자전거 6대, 현지 사무소에서 사용할 노트북 12대, 현지 모니터링을 위한 카메라 1대, 원격 회의에 필요한 장비도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밖에 산파 키트와 수술용 장갑, 비누, 제왕절개 수술에 필요한 의료용 펌프, 링거 거치대 등 10개 군 내 5천 명에서 7천 명 사이의 산모를 지원할 출산용 의료 용품도 제재 면제를 받았습니다.

제재위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물자 운송 어려움을 감안해 제재 면제 기간을 유니세프가 요청한 1년으로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유니세프는 내년 10월 14일까지 관련 물자를 북한에 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제재위는 운송과 통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물품을 한꺼번에 통합된 방식으로 보낼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면제 대상으로 지정된 물품과 서비스 구입 목적으로만 이 단체의 금융 거래도 추후 지원하고 승인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제재위의 승인은 유니세프가 제재 면제를 요청한 지 8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면제받은 물품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실제 북한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지난 2020년 1월 말부터 국경 봉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도주의 물품 거의 대부분이 제제위의 승인을 받고도 기간 내에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4일 현재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가 대북 인도지원을 목적으로 제재 면제 승인을 받고 진행 중인 사업은 모두 27건이며, 이 가운데 신규 승인은 7건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20건 가운데 16건은 북한의 호응이 없어 면제 기간 연장을 승인받았습니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사업 1건은 지난 18일 자로 면제 기간이 만료됐으며 3건은 이달과 다음 달 중으로 끝날 예정입니다.

면제 기간 연장을 승인받은 단체는 유니세프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한국 경기도, 한국의 비정부 기구 메디컬 에이드 포 칠드런(MAC),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 등입니다.

이 가운데 CFK와 WHO, WFP, 유니세프의 일부 사업은 무려3차례나 면제 기간 연장을 승인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유엔의 제재 면제를 승인 받은 물품이 북한 당국의 수용 의사가 없어 반입되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내 식량난이 제재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지난 2월 유엔 안보리가 ‘제재와 인도적 영향’을 주제로 연 회의에서 제재로 농기계와 의료 장비 등의 수입이 크게 제한돼 북한의 식량난과 의료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 대북제재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에 따른 대북 결의의 일환인 제재가 북한 주민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로즈마리 디칼로 유엔 정부평화구축국 사무차장은 당시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이 인도주의 제재 면제 조치를 받는 나라 가운데 하나라면서, 지난 2017년 이후 전체 제재 면제 요청 100건 가운데 85건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대유행으로 대북 면제 기간도 연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제재위는 통상 3개월이던 대북제재 면제 기한을 6개월에서 이후 1년으로 연장했으며 면제 승인 심사 과정도 열흘 안팎으로 대폭 축소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줄곧 북한의 인도적 상황은 북한 정권의 탓이라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앞서 VOA에 “북한의 엄격한 신종 코로나 감염증 대응이 국제사회의 원조 전달 능력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북한 취약 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려는 미국과 국제 원조, 보건 기구의 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독려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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