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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탈북민 교육 프로그램 증가…장학금·문화교류 등 확대


미국 럿거스대 학생들이 한국 우리들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 제공 = 우리들학교.
미국 럿거스대 학생들이 한국 우리들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 제공 = 우리들학교.

국제사회에서 탈북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신설 등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대학들은 한국 내 탈북 청소년들과 언어·문화 교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전직 북한 외교관 등 탈북민들은 북한의 변화를 염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큰 희망이 된다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환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어 교육과 문화 교류 등 내실 있는 탈북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는 곳은 미국 대학들입니다.

미국 뉴저지주 주립 럿거스 대학은 올해 ‘RESA(Rutgers Ewha Study Abroad)’ 프로그램을 신설해 탈북 청소년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이 학교 학생 2명은 ‘RESA’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7월 한국의 탈북 다문화청소년 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에서 4주 동안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럿거스 대학 아시아언어문화학부의 유영미 교수는 7일 VOA에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상대방의 문화와 생활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프로그램을 추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영미 교수] “우리들학교에서 원하는 것을 해드리는 차원에서 (탈북)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을 만난 경험이 거의 없고 미국의 실제 생활에 관해 관심이 있는데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저희 학생들이 영어 회화도 가르치고 하면서 학교가 제공하는 것 외에 저희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저희 학생들도 한국의 기관에서 공부도 하지만 학생들을 대면하고 접촉하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 대해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해석을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유 교수는 이런 장점을 살려 매년 여름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남동부의 듀크 대학도 수년째 한국 내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들을 찾아 영어 회화 교육 등 다양한 지원과 교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 교수진과 학생들이 여름 방학에 전 세계로 나가 현지인들과 교류하는 ‘DukeEngage’의 일환입니다.

올해는 지난 5월 말부터 4주 동안 통일부 산하 남북통합문화센터와 다문화학교인 지구촌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와 미술, 컴퓨터 등을 가르쳤습니다.

듀크 대학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서의 활동을 소개하며 이 대학 김혜영 교수와 김은영 교수가 주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남부의 사립대학인 머서 대학도 코로나로 2년 동안 중단됐던 한국 내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캠프(Mercer on Mission in Korea)를 지난 7월 재개했습니다.

이 학교 생체공학부 학장인 현신재 교수와 동료 교수들, 학생 21명은 한국의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드림학교’ 학생들과 2주 반 동안 함께 지내며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스마트앱 제작 방법 등을 소개했습니다.

현 교수는 7일 VOA에 2015년부터 탈북 학생들의 적응과 교육을 조용히 지원해왔다며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염두에 두고 활동을 계속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현신재 교수] “짧게 보면 이 친구들이 한국 사회에서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게 가장 크고요. 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 북한에 변화가 생겨서 접근 가능하면 그쪽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잘 모르고 들어갔다가 잘못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는 10여 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학교 관계자들은 미국 대학생들의 이런 봉사와 교류가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에게 신선한 도전을 준다고 말합니다.

이런 교류를 통해 영어 공부뿐 아니라 더 큰 세상을 꿈꾸게 되고 실제로 대학에 진학 뒤 여러 미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연수나 유학을 하며 전문인으로 성장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겁니다.

우리들학교의 윤동주 교장은 7일 VOA에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학생들은 중국 등 제3국에서 탈북 여성과 현지인 남편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이 많아 언어와 문화,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며 이런 외국 학생들과의 교류가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동주 교장] “럿거스 대학에서 온 학생들이 20대 초반이다 보니 현재 우리들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나이가 비슷해요. 그러다 보니 공감대라든가 이해의 폭, 다행히 한국어도 잘하더라고요. 준비도 많이 해 왔어요. 그래서 좋은 친구도 되어주면서 좋은 영어선생님. 사실 우리 학생들에게는 친구가 되어줄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필요한데 감사하게도 럿거스대 학생들이 그 부분을 상당히 잘해줬어요.”

이런 교육 지원 활동뿐 아니라 탈북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늘고 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엿새 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최근 아들의 이름을 붙인 첫 장학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웜비어 부모는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아들의 뜻에 따라 탈북민 교육 지원을 위해 장학금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는데, 첫 수혜자로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 입학한 탈북민 이서현 씨가 선정됐습니다.

이런 시도는 미국 내 탈북 난민 학생 30명에게 60회에 걸쳐 22만 달러가 넘는 장학금을 전달한 부시센터의 ‘북한 자유 장학금’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서울의 미국대사관은 VOA에 풀브라이트 장학생 15명을 비롯해 한국 내 탈북민 200명 이상이 미한 교류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민간단체인 ‘커넥트 북한’도 지난 6일 미래 탈북민 지도자 양성을 위해 ‘자유 활성화 네트워크’(The Enabling Freedom Network) 프로그램을 개설했습니다.

이 단체는 내년부터 탈북 학생 2명을 선발해 영국 에든버러 대학에서 1년 과정의 대학원 석사 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비 전액과 연간 1만 5천 파운드(약 1만 7천 달러)의 생활비 등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북한 출신으로 이날 프로그램 출범 행사에 참석한 티머시 조 씨는 VOA에 자신이 영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에 다닐 때는 이런 지원이 없어 혼자 많이 노력해야 했다며, 후배들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교육 자체가 사람을 변화시키잖아요. 이 교육이 북한의 변화를 바라보게 하고 새로운 한반도를 바라보게 하는 비전이거든요. 여기서 영감을 얻고 자기를 개발하고 훈련하는 프로그램이니까요.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한국의 프랑스 대사관도 지난해부터 탈북민의 진로 개발을 위한 장학금을 신설해 탈북 청년 2명과 탈북민 가정 자녀 8명에게 첫 장학금을 제공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 사회는 국제사회의 이런 지원이 궁극적으로 북한 변화의 동력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2019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류현우 전 쿠에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6일 VOA에 북한에는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유능한 청년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학금 지원 등 국제사회의 이런 지원이 북한의 체제 변화를 염원하는 탈북민들과 북한 주민들에게 더 큰 희망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류현우 전 대사대리]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힘이 됩니다. 탈북민들이 통일을 위해 자기 목소리를 마음껏 내려면 준비가 돼야 하지 않습니까? 공부한다는 게 다 돈인데, 돈이 있어야 공부할 수 있을 텐데 하는 고민이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장학금을 주는 사례가 계속 많아지면 탈북자들이 더 큰 희망을 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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