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2개월 만에 무력시위를 재개한 가운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개발이 한국에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다음 주 재개되는 미한 연합훈련을 구실 삼아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것은 약 두 달 만입니다.
지난 6월 5일 여러 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동시에 발사한 이후 2~3차례 방사포 발사가 있었지만 미사일 발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선택한 것은 순항미사일이었습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17일 새벽 평안남도 온천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보통 순항미사일은 고도 100~300m의 저고도를 마하 0.8(시속 970㎞)가량의 속도로 비행합니다.
탄도미사일이나 방사포(다연장 로켓)와 달리 낮고 느리게 나는 비행 특성으로 탐지 자체가 쉽지 않은 게 특징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북한이 ‘북한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한 군 당국이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당시 한국언론들은 전했습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처럼 북한과 인접한 나라에는 탄도미사일만큼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안보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7일 VOA에, 순항미사일은 레이더망 회피를 위해 최대한 낮은 고도로 비행하며 제트엔진의 추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밀타격에 용이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내륙지형을 따라 매우 낮은 고도로 비행 가능하다면 목표물 타격 전까지도 한국군이 보유한 일부 레이더망은 탐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If it's a cruise missile, except for some relatively recent radars that South Korea has fielded, if the cruise missile is able to fly at, let say 100 meters altitude above the terrain, it's going to be very hard to detect. It therefore you're probably not going to even know it's coming until it's hit a target and exploded.”
베넷 연구원은 이 순항미사일이 지형을 따라 밀접하게 저고도 장거리 비행 역량을 갖췄다면 한국 측에는 ‘우려할 만한 위협’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한국 군 당국이 북한의 순항미사일에 대해선 관련 정보를 밝히지 않아 정확한 역량 파악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2020년 이래 현재까지 10여 차례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1월 27일에도 장거리 순항미사일 체계 갱신을 위한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전략 핵무기 운반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안킷 판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그동안 자신들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전략 미사일’로 규정하며 핵 운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내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North Korea has described its new, longer-range cruise missiles as “strategic” missiles, implying a nuclear delivery role. It’s possible cruise missiles could also be used for tactical nuclear weapons delivery. Cruise missiles pose a challenge for South Korea’s existing missile defense architecture.”
판다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한국의 기존 미사일 방어망 구조에 도전을 제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핵전술 무기들’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베넷 선임연구원은 순항미사일은 구경이 크지 않아 전술 핵무기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필수라면서 “북한이 그 정도의 소형화 역량을 보유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한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최근 몇 년간 발사했던 순항미사일은 대부분 단거리 대함 미사일들이었다며, 이번에도 그런 종류라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 “Most NK cruise missiles (and most of those that have been launched over the years) are short-range anti-ship missiles. If that is the case now, there would really be no significance at all.”
그런가 하면 북한이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무력시위를 다시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코로나 (방역전) 승리 선언과 함께 다시 미사일 시험을 재개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판다 선임연구원] “looks like with the declaration of victory over Covid-19, North Korea is back to testing missiles again. Mid-to-late August was always a likely time for this given the anticipated return of the U.S.-ROK field training exercise this month.”
판다 연구원은 특히 미국과 한국이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을 재개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8월 중순에서 후반은 북한이 다시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오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후반기 미한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UFS·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을 실시합니다. 특히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실기동 훈련도 진행합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담당 국장은 북한의 발사와 관련해 기술 향상과 더불어 대내외적으로 '전략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특히 북한에겐 지금이 미사일 시험을 위한 '적기'일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진단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담당 국장] “I mean it is the perfect time for them to to conduct a test. It sends a strategic message that helps them along with their development of their technology but more importantly sends a strategic message. It can in some ways justify especially because of the upcoming joint exercises. North Korea can justify. This is a showing a strong face in the face of a potential threat from South Korea in the United States, they can use that internally and externally. Obviously it's an answer to Yoon's offer to engage with North Korea As I think I told you, North Korea was not going to react positively.”
먼저 미한 연합훈련 재개를 앞두고 "한국과 미국의 잠재적인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리는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스 국장은 이와 함께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신으로도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앞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실험을 포함해 추가 시험에 나선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앞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은 이 구상에 대해 아직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베넷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 재개를 구실로 추가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전례 없는 미사일 발사가 이어졌던 지난 봄과는 다른 형태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we're going to see other provocations from North Korea, but I think Kim is going to be more careful than he was this spring. I think he anticipated this spring that just simply the volume of tests and we would compromise and he would look powerful. That obviously didn't work and he's probably was embarrassed by doing it. Now he's trying a somewhat different approach”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례 없는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며 미국과 한국 등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미국과 한국이 타협하고 양보를 제공할 수 있는 어떤 것을 강구할 것”이라며 도발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과거 중국의 4차 핵실험처럼 핵무기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공중에서 폭파하는 수준의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